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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나의 도전 : 박치기왕 김일 [28]

by 운영자 posted Jul 0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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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의 머리를 수박에 비유해 보자. 머리와 수박을 비교하는 것이 이상하지만 일반적으로 손으로 수박을 톡톡 두드리면 잘 익은 수박에서는 맑고 경쾌한 소리가 난다. 그러나 잘 익지 않은 수박은 묵직하다. 원래 나의 머리는 잘 익은 수박 같았다. 상처 하나 없이 깨끗했던 머리가 박치기 단련 과정을 거치면서 잘 익지 않은 수박처럼 둔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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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찼지만 경기 중 상대가 의자로 머리를 찍어 피가 줄줄 흐르는 내 모습은 내가 보아도 섬뜩하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질문을 한다. "박치기를 할 때면 아프지 않습니까?" 그럴 때면 "허허" 웃고 말지만 사실은 참 아팠다.

 

이렇게 비유해 볼 수도 있다. 승용차끼리 충돌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가해자 승용차든, 피해자 승용차든 간에 찌그러지고 손상을 입기 마련이다. 내가 상대방에게 박치기한 게 가해 행위라면, 박치기당한 사람은 피해자인 셈이다. 가해 행위를 한 나도 30~40%의 손상을 입는다. 문제는 그 아픔을 참는 것이다.

 

또 박치기와 관련된 질문 중 빠지지 않는 것이 "어떻게 단련시켰습니까"다. 머리를 돌덩이로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았고, 그 단련은 스승 역도산의 매에서 시작됐다. 워낙 이골이 난 스승의 매였다. 처음 스승이 나를 가격했던 신체 부위는 머리를 제외한 온몸이었다. 그런데 "박치기를 익혀라"란 특명이 떨어진 후부턴 머리 쪽으로 바뀌었다. 스승이 "긴타로"라고 부르면 난 자동으로 달려가 머리를 갖다댔다. 그러면 주먹으로 내려찍듯이 세게 친다. 가라테 촙으로 단련된 스승의 손은 돌 그 자체였다.

 

그리고 스승은 골프채로 이마의 단련 여부를 체크했다. 골프채로 툭툭 치면서 나의 머리가 수박처럼 잘 익었는지, 익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거짓말 같지만 처음 스승에게 머리를 맞았을 땐 잘 익은 수박처럼 투명한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머리를 단련하면서부터는 툭 쳐 보면 딱딱한 소리가 나는 듯했다. 또 스승 앞에 물체가 보이면 `독약`이었다. 그걸 집어 바로 때리니. 특히 유리 재떨이로 많이 때렸다.

 

머리 단련은 스승의 매만이 아니다. 혹독한 훈련을 빼놓을 수 없다. 머리를 단련시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혹독했는지 나는 훗날 `김일체육관`을 운영할 때 제자들에게 박치기를 전수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그 훈련을 견디지 못해 중도에 포기했다. 지금 레슬러들에게 이런 훈련을 시키면 하루를 견디지 못하고 포기할 것이다.

 

이마 단련 과정은 피눈물이었다. 처음엔 샌드백을 들이받았다. 다음엔 나뭇조각, 그 다음엔 나무 기둥을 들이받았다. 새끼줄을 감은 기둥에도 하루에 몇 백 번씩 처박았다. 박은 자리가 부었다가 찢어지고 그 위에 딱지가 앉으면서 굳은살이 박였다. 그 다음엔 쇠기둥을 들이받았다. 이마가 선명하게 파인 채 시뻘건 피가 흐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머리가 찢어져 뼈가 다 보일 정도였다. 그래서 훈련을 중단하고 병원으로 가서 꿰맸다. 그런데 스승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왜 병원 갔느냐"였다. 찢어지면 꿰매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스승은 그 꼴을 보지 못했다. 스승은 붕대를 풀게 한 후 다시 그 부위를 가격했다. 이 바람에 살결이 떨어져 나갔고, 며칠 지나니 고름이 고였고, 이마가 썩는 기분이었다.

 

스승의 치료법은 인체 자연치료법이었다. 인체 상처 부위는 내버려 두면 저절로 살이 붙고, 그 다음부턴 더 단단해지고 굳은살이 박인다는 것이었다. 처음 스승이 상처 부위를 때렸을 때만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기한 것은 시간이 지나니 스승의 말대로 머리에 굳은살이 박이는 것이었다.

 

점차 `인간 핵탄두`로 변해 갔다. 그렇지만 훈련을 한 후 숙소로 돌아오면 머리가 아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늘 정신이 띵했고, 머릿속에서 윙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너무 아파 견딜 수 없어 병원에 갔다. 아니나 다를까. 목뼈에 금이 갔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도 스승은 ….

 

 

<계속>

정병철 기자
사진=이호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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