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02.04.08 09:47

두 친구 이야기

조회 수 169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대단한 스님의 설법을 들으러 가는 길에 우연히 친구를 만났다. 반가워 인사를 나눈 두 친구는 서로에게 어디에 무엇하러 가느냐고 묻게 됐다. 한 친구는 유명한 스님의 설법이 대단하다기에, 그 설법을 들으러 가는 중이라 했고, 다른 친구는 등너머 주막에 예쁘장한 주모가 새로 왔다기에, 출출하던 차에 한잔 걸치러 가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자 두 친구는 서로에게 자기가 가려는 데로 같이 가자고 설득하기 시작했다.

“이보게, 우리같은 범인한테 설법은 뭔 설법이야. 그러지 말고 오랜만에 만났는데 술이나 한잔 하며 얘기나 나누세.”

“술이야 다음에 마셔도 되지만, 이번 기회 놓치면 대사의 설법은 언제 다시 들을 수 있을지 모르니, 고마 나하고 같이 스님의 설법을 들으러 가세그려.”

“들어봐야 뻔하지 않겠나. 난 그런 따분한 설법을 듣느니 이대로 술이나 마시러 갈라네. 새로 왔다는 주모하고 수작이나 걸며 스트레스나 푸는 게 더 나을 것 같네, 그만~”

이렇게 하여 둘은 각기 본래대로 자기의 길을 갔다. 설법을 들으러 간 친구는 왠지 대사의 설법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기대했던만큼 대단한 내용이 아닌데 실망도 컸지만, 친구 말대로 여간 따분한 내용이 아니라 더욱 귀에 담겨지지 않았다. 이럴줄 알았으면 차라리 그 친구하고 주막에나 가는 건데. 목이 컬컬해지면서 설법보다는 술이 마시고 싶어졌다. 새로온 주모가 얼마나 곱상이길래, 그 친구가 일부러 그 주막을 찾아가는 걸까? 친구의 호방스런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한편, 혼자 주막에 온 친구는, 술상을 받아 한잔 마시고 나니 왠지 전에 없이 자신이 한심스러워졌다. 내 친구는 고승의 설법을 들으러 다니는데, 나는 기껏 주막집 주모가 새로 왔다는 천박한 소문이나 쫓아다니니, 그 친구에 비하면 하늘과 땅 차이가 아닌가. 이 나이가 되도록 내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가? 아무래도 내 하는 짓이 한심해, 한심하고 말고. 그러면서 친구가 열중하여 듣고 있을 설법이 도대체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지면서 갑자기 술맛이 싹 가시고 말았다.

이 두 친구 중 과연 누가 설법을 들으러 간 셈인가?

Who's 거금도

profile

갈색 바위, 노랑 모래, 회색 이끼, 초록 나뭇잎,

푸른 하늘, 진주빛 먼동, 산마루에 걸린 자주빛 그림자, 

해질녘 진홍빛 바다위의 금빛 섬, 

거금도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파일 첨부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크기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금산에서 바둑대회를(1) 38 김철용 2015.01.07 16612
공지 신거금팔경(新居金八景) 13 달인 2012.01.11 42181
공지 거금대교 개통 이후 거금도 버스 노선표 및 운임 3 file 운영자 2011.12.17 59124
공지 매생이 문의 하시는 분들께 2 file 운영자 2004.02.07 85126
82 [여인천하]경빈은 사약을 받으라....^^ 거금도 2002.04.22 2401
81 재미있는 이야기(2호) - 남자의 모든것 李 錦山 2002.04.19 2271
80 컵 이야기 2 거금도 2002.04.15 2364
79 당신이 잠든사이에.... 1 백희진 2002.04.13 2252
» 두 친구 이야기 거금도 2002.04.08 1696
77 국악작곡으로 전남대학교 오세요 예고강사 2002.04.06 2606
76 헤치려는 마음 야단법석 2002.04.06 1845
75 봄비때문에 고향생각이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타향살이.. 2002.04.06 2172
74 하루 일과를 마치고.... 3 야단법석 2002.04.04 2230
73 윤회 야단법석 2002.04.03 1898
72 좋은하루되세요. 1 금산의딸 2002.04.02 2029
71 안녕하세요 1 오병준 2002.04.01 2244
70 From A Distance Bette Midler 2002.03.27 20662
69 스님 안녕하세요..(__) 2 황진희 2002.03.23 2104
68 아낌없는 찬사를 기상천 2002.03.15 2329
67 구결구충 九結九蟲 좋은 생각 2002.03.09 1908
66 확실한 처방 거금도 2002.03.09 1838
65 나는 누구일까요? 좋은 생각 2002.03.05 1636
64 감동을 주는 만화 좋은생각 2002.02.26 2017
63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김유철 2002.02.25 204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59 60 61 62 63 64 65 66 67 68 Next
/ 68

브라우저를 닫더라도 로그인이 계속 유지될 수 있습니다. 로그인 유지 기능을 사용할 경우 다음 접속부터는 로그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 게임방, 학교 등 공공장소에서 이용 시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으니 꼭 로그아웃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