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제75화 : 워낭소리

by 달인 posted Jun 24, 201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75: 워낭소리

82세의 나이에도 30여년을 동고동락하다가 40세의 나이로 죽은 소의 무덤을 날마다 한 번씩 찾으신다는 (지난 2009년 초에 개봉되어 300만의 관객을 극장가로 끌어드려 전국을 강타한 75분 분량의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의 주인공인) 최원균 옹께서 구제역 방역비에 보태라고 100만 원의 성금을 내셨다는 보도가 눈길을 끈다.

발굽이 2개인 소·돼지 등의 입·발굽 주변에 물집이 생긴 뒤 치사율이 555%에 달하는 가축의 제1종 바이러스성 법정전염병이다. 소의 경우 잠복기는 38일이며, 초기에 고열(4041)이 있고, 사료를 잘 먹지 않고 거품 섞인 침을 흘린다. 잘 일어서지 못하고 통증을 수반하는 급성구내염과 제관(蹄冠지간(趾間)에 수포가 생기면서 앓다가 죽는다.는 구제역(口蹄疫)은 특별한 치료법은 없고, 만일 이 병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검역을 철저히 해야 하며, 감염된 소와 접촉된 모든 소를 소각하거나 매장해야 한다는데 빨리 소멸되어 전국의 사육농가가 하루 빨리 안정을 되찾았으면 한다.

각설하고.

글 제목인 워낭소리에서 워낭이란 무엇인가?

국어대사전에서는 마소의 귀에서 턱 밑으로 늘여 단 방울. 또는 마소의 턱 아래에 늘어뜨린 쇠고리.라고 풀이하고 있는데, 이 풀이만 가지고는 딱 이것이다라고 감이 오지 않는다.

그러면서 연상된 것이 소 멍에의 양끝에다 다는 쇠풍경(-風磬)’이다.

풍경(風磬)처마 끝에 다는 작은 종. 속에는 붕어 모양의 쇳조각을 달아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리면서 소리가 난다.라고 국어대사전에서 풀이하고 있는데 그런 풍경의 종류로는 산사(山寺) 지붕 밑에 달려있는 풍경과 상여 소리꾼이나 무당이 굿을 할 때 사용하는 풍경, 그리고 집에서 기르는 소의 양쪽 귀 옆에 달아주는 풍경(이것이 쇠풍경이다) 등이 있다.

우리는 자라면서 워낭을 풍경(사투리로 핑경)이라고만 불렀기에 그 단어가 낯설어서 얼른 감이 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 또 소리는 무엇인가?

다 알다시피 국어대사전에서는 소리의 뜻을 아래와 같이 풀이하고 있다.

물체의 진동에 의하여 생긴 음파가 귀청을 울리어 귀에 들리는 것.

이하는 생략함

원하든 원치 않든 우리는 매일매일 소리를 들으면서 생활할 수밖에 없다.

각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고막을 찢을 듯한 천둥소리와 지상의 모든 것을 휩쓸어버릴 듯한 태풍의 소리는 우리를 두렵게 하고, 도시의 자동차 등의 소음은 우리를 짜증나게 한다.

반면, 무더운 여름날 시원하게 쏟아지는 소낙비 소리는 우리 마음을 시원하게 하고, 얼음 밑에서 들리는 시냇물의 졸졸졸 흐르는 소리는 우리에게 희망을 주며, 이름 모를 산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는 우리의 심신을 청량하게 해 준다. 또한 대나무 숲의 사운거림(조정래 선생님께서 대하소설 아리랑에서 대나무 잎들이 서로 비벼대며 내는 소리를 사운거리다라고 표현하셨음)은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해 주며, 연인들의 밀어를 방해하는 바닷물의 미닥질 소리는 그네들의 사랑을 여물게 할 것이다.

이 외에도 (나의 경우) 새벽까지 곤히 잠든 아내의 숨 쉬는 소리와 그 새벽을 깨우는 교회의 종소리는 나에게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고, 고요한 산사의 풍경소리와 아침저녁으로 들려오는 사찰의 은은한 종소리는 나를 뒤돌아보게 한다. 또한 서편제의 애절한 정한은 나를 눈물짓게도 하지만, 용궁에서 도망쳐 나온 토끼의 무용담은 나를 웃음 짓게 한다.

그리고 깔깔거리며 웃는 어린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는 나의 걸음을 멈추게 하고.

하루하루를 사랑하는 소와 함께 보내셨던 최원균 할아버지는 그 사랑하는 소의 워낭소리가 세상의 어떤 소리보다 정겨웠을 터.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소리를 가장 듣고 싶을까?

신명나는 사물패의 꽹과리 소리도 듣고 싶고, 명인이 뜯는 거문고 소리도 듣고 싶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듣고 싶은 소리는 세무 상담을 받기 위하여 따르릉하고 사무실로 걸려오는 전화소리와 그 상담을 끝내고 듣는 고맙습니다!’이다.

하지만하지만 그 소리들보다 더 애타게 듣고 싶은 소리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나의 녹슨 피리(無笛)에서 울려나올 청아한 피리소리인데

그 소리는 언제나 들을 수 있을꼬!

(‘無笛(잘못 만들어져) 소리가 나지 않은 피리라는 의미로, 그 피리에서 청아한 소리가 날 때까지 계속 정진하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을 표현한 나의 필명이자 아호다.)

  • ?
    달인 2012.06.24 08:43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요즘에는 나를 '무적'보다는 '달인'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다.
    나는 그에 대하여
    우리말 달인이 아닌 세무의 달인(?)이라고 애둘러 변명하지만
    우리말 달인이 못된 게 못내 아쉽기는 하다.

?

  1. 제84화 : 하냥다짐1

    제84화 : 하냥다짐 자기의 전생이 인도인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시인 유시화 님이 인도를 열 번도 넘게 여행하고 쓴 여행기의 제목이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었던가! 나의 기억이 맞다면 그 책 제1편의 주제어가 ‘아무 문제가 없다’는 뜻인 ‘노우, 프로...
    Date2012.08.01 By달인 Views3968
    Read More
  2. 제83화 : 하릅, 두습 그리고 ……1

    제83화 : 하릅, 두습 그리고 ……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와 ‘하룻망아지 서울 다녀오듯이’ 라는 우리 속담이 있다. 하룻강아지는 태어난 지 하루 밖에 되지 않은 강아지일진데 그 어린 강아지가 어찌 범이 무서운지 늑대가 무서운지를 알 것인가! 아...
    Date2012.07.27 By달인 Views4252
    Read More
  3. 제82화 : 탄지2

    제82화 : 탄지 예전에는 담배를 끊은 사람하고는 말도 섞지 말라고 했는데(그만큼 독종이었다나!) 요즘에는 아직까지 담배를 피우는 사람하고는 말도 하지 말란다. 그만큼 담배는 중독성이 강해 끊기가 어렵다는 것인데, 요즘에는 담배를 피우는 장소가 많이 ...
    Date2012.07.23 By달인 Views3517
    Read More
  4. 제81화 : 든버릇난버릇1

    제81화 : 든버릇난버릇 ‘세 살적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우리 속담이 있듯이 사람들은 한번 몸에 밴 버릇을 고치기는 상당히 어려운 것 같다. 김유신이 화랑 시절에 자주 드나들었던 천관녀의 집을 다시는 찾지 않겠다고 어머니에게 맹세하였는데 유신의 말(...
    Date2012.07.20 By달인 Views4187
    Read More
  5. 제80화 : 영각1

    제80화 : 영각 앞의 글 제75화 ‘워낭’에서 30여년을 동고동락했던 소의 무덤을 날마다 찾는다는 최원균 옹의 이야기가 암시하듯이 예부터 ‘소’라는 동물은 우리네 농가에서 제일로 치는 가축이었다. 제이차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일본은 우리나라에서 전쟁에 필...
    Date2012.07.17 By달인 Views4299
    Read More
  6. 제79화 : 나의 재테크 실력은?2

    제79화 : 나의 재테크 실력은? 내가 근무하는 직장은 일정 직급 이상자에 대하여 해마다 재산을 신고하고 있다. 나도 1990년부터인가 신고를 하기 시작하였는데 적은 월급이나마 개미같이 설레설레(적은 돈이나 재물 등을 어렵게 모으는 것을 뜻하는 전라도 사...
    Date2012.07.12 By달인 Views3347
    Read More
  7. 제78화 : 홍두깨

    제78화 : 홍두깨 홍두깨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꽤 친숙한 편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생활 속에 녹아 있는 속담들 중에 홍두깨와 관련된 것들이 여럿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아닌 밤에 홍두깨’, ‘가는 방망이에 오는 홍두깨‘, ’홍두깨로 맞고 담 안 넘은 소 ...
    Date2012.07.09 By달인 Views3981
    Read More
  8. 제77화 : 지르신다5

    제77화 : 지르신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중략)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하략) 누구나 다 아는 우리 국민의 마음에 영원히 회자될 소월의 ‘진달래꽃’이라는 시다. 말의 연금술사인 소...
    Date2012.07.04 By무적 Views3932
    Read More
  9. 제76화 : 피에로와 각설이1

    제76화 : 피에로와 각설이 피에로(Pierrot)는 18세기 프랑스의 무언극에서 처음 등장한 어릿광대로 얼굴에 분칠을 하고 원추형의 모자를 썼으며 느슨한 옷을 입고 본 막이 오르기 전에 각종 익살스러운 말과 행동으로 관중을 즐겁게 해 주는 사람이다. 나는 이...
    Date2012.06.26 By무적 Views4344
    Read More
  10. 제75화 : 워낭소리1

    제75화 : 워낭소리 82세의 나이에도 30여년을 동고동락하다가 40세의 나이로 죽은 소의 무덤을 날마다 한 번씩 찾으신다는 (지난 2009년 초에 개봉되어 300만의 관객을 극장가로 끌어드려 전국을 강타한 75분 분량의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의 주인공인) ...
    Date2012.06.24 By달인 Views4387
    Read More
  11. 제74화 : 장맞이1

    제74화 : 장맞이 내가 근무했던 국세청에서 모든 과세자료를 컴퓨터에 DB화시켜 업무를 처리해온 지가 12년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를 선호하는 50대 중반인지라 요즘 한창 모든 매체들을 동원하여 광고하고 있는 ‘스마트폰(smart phone...
    Date2012.06.21 By달인 Views3995
    Read More
  12. 제73화 : 개차반1

    제73화 : 개차반 주위의 아는 사람들에게 「그는 성질이 개차반이어서 모두 가까이 하기를 꺼린다.」라는 문장의 ‘개차반’의 뜻을 물어보면 대부분이 잘 모르면서 막연히 좋지 않는 것 정도로만 알고 있다. 다시 ‘차반’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이제는 거의가 ...
    Date2012.06.18 By달인 Views398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Next
/ 10

브라우저를 닫더라도 로그인이 계속 유지될 수 있습니다. 로그인 유지 기능을 사용할 경우 다음 접속부터는 로그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 게임방, 학교 등 공공장소에서 이용 시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으니 꼭 로그아웃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