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안개꽃만 한아름
책상위에 꽂아둔 적이 있었읍니다. 안개꽃은
그 자체만 가지고도 아름답고 풍성합니다.
손톱보다도 더 작은 꽃 한송이는 마치 함박눈
같아 보이고 함께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더욱
환상 적이고 우아합니다. 하지만 안개꽂은 그
혼자서 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꽂과도 잘
어울려서 꽂꽂이의 뒷 마무리용으로
없어서는 안될 꽂이라 합니다.
그 자체로는 별 볼일 없어도 잘 어울려 주는 꼭
필요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고, 또 그런 사람이
그립습니다. 요즈음 자기 PR 시대가 되어서
자신을 돋보이도록 목소리를 높입니다. 이런 잘난
사람이 많은 이 시대에 다른 사람이 돋보이도록
뒤에서 이름없이 어울려 조화를 이루는
안개꽂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좋은글 중에서===
혼자서는
웃는 것도 부끄러운
한 점 안개꽃
한데 어우러져야
비로소 빛이 되고
소리가 되는가
장미나 카네이션을
조용히 받쳐 주는
기쁨의 별 무더기
남을 위하여
자신의 목마름은
숨길 줄도 아는
하얀 겸손이여.
- 이해인님의 시집'시간의 얼굴'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