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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jeonlado.com

낯선 친구 만나면
우리들 문둥이끼리 반갑다.
신을 벗으면
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비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한 개 없어졌다.
앞으로 남은 두 개의 발가락이 잘릴 때까지 가도 가도 천리(千里), 먼 전라도


-한하운의 '전라도 길-소록도 가는 길' 부분-

슬픈 시인 한하운.

한하운 시인이 남은 두 개의 발가락이 잘리면서도 가고자 했던 전라도 길 끝자락에 그리움으로 뭉쳐진 섬이 하나 있다. 소록도.
어딘들 그리움이 없으랴마는 소록도가 품고 있는 그리움은 진하다. 섬 전체가 온통 그리움의 빛으로 채색되어 있다. 소록도의 한센병 환자들은 작은 사슴을 닳았다는 그 섬에서 사슴의 무리처럼 모여 산다. 매일 바다 건너 두고 온 세상을 훔쳐보며.

소록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은 중앙공원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소록도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도 바로 중앙공원이다. 1936년 전국에서 강제로 소록도에 수용된 한센병 환자들은 일제에 의해 무차별적인 감금과 강제 노역을 해야만했다. 3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꽃과 나무를 심고 바위를 옮겨오고 해안 일주도로를 닦았다. 고통을 못이기고 도망가다 붙잡히는 환자들은 생체실험의 도구로 죽어나갔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곳이 중앙공원이다.


중앙공원에는 큼지막한 돌이 여러 군데 놓여 있다. 당시의 환자들은 이를 가리켜 '죽어도 놓고'라 했다. 돌을 놓다가 그 돌에 깔려 죽는 한이 있어도 돌을 일본인들이 원하는 자리에 놓아야 한다는 뜻일 게다. 이렇듯 중앙공원에 있는 수많은 관상수며 바위, 흙 한줌에까지 당시의 환자들이 겪었던 아픔이 지나온 시간과 함께 남아있는 것이다


중앙공원 입구에는 붉은 벽돌로 지어진 감금실과 검시실이 당시의 모습 그대로 남아있다. 교도소와 유사한 구조로 지어진 감금실은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환자들을 구금, 감식하고 처형을 가했던 곳이다. 수감된 환자들에게 이곳은 감옥이자 형집행장이었던 셈이다. 일제 말기에는 병원당국의 부당한 대우에 항거하던 환자들이 무수히 죽어나갔다.

검시실은 두 개의 방으로 나누어져 있다. 앞방은 주로 사망환자의 검시를 위한 해부실로 사용되었으며, 뒤쪽의 방은 당시 사람들이 단종수술(斷種手術)이라고 칭했던 정관수술이 강제 시술되던 곳이다.
소록도의 환자들은 죽으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사망원인 규명과 한센병 원인 분석이라는 미명 아래 해부되었다. 간단한 장례를 치른 뒤 화장을 함으로써 가슴에 한만 쌓아가던 환자의 생을 마감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소록도의 환자들은 '3번 죽는다'는 말이 있다. 처음은 한센병의 발병이요, 두 번째는 죽은 후 시체해부요, 세 번째는 화장이다.










나무로 짜여진 단종대, 당시 이 위에서 어쩔 수 없이 정관수술을 받아야만 했던 한 젊은이의 시가 한쪽 벽에 굴욕의 삶을 증언하듯 걸려 있다.
"그 옛날 나의 사춘기에 꿈꾸던 / 사랑의 꿈은 깨어지고 / 여기 나의 25세 젊음을 / 파멸해 가는 수술대 위에서 / 내 청춘은 통곡하며 누워있노라."
질곡 많던 시대의 이름으로 저질러지고, 그 행위에 희생당한 청춘들에게 지금에 와서 무슨 위로를 던질 수 있을까.

격리된 사람들의 땅 소록도, 그러나 소록도는 더 이상 천형의 아픔을 간직한 섬이 아니다. 소록도의 환자들도 외부와 똑같은 생활을 한다. 섬 안에 있는 일곱 개의 마을에서 채소를 기르고, 가축을 기른다. 병이 완치되면 어디든 자유롭게 나갈 수 있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몸이 조금 불편할 뿐이다. 
그러나 그들의 섬에는 도둑도, 살인범도 없다. 얼굴은 일그러지고 발가락이며 손가락은  떨어져 나갔지만 모두 같은 처지여서 새삼 감출 것도 창피할 것도 없다. 
천국은 멀리 있는 것만은 아니지 않을까. 아픔을 함께 공유할 수만 있다면 세상 어디든 천국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소록도는 한센병 환자들이 자기들만의 아름다운 삶을 꾸려나가는 천국일는지도 모른다.

교통: 고흥읍에서 27번 국도를 타고 계속 직진하면 녹동항이 나온다. 녹독항에서 소록도 가는 철선을 타면 된다. 철선은 오전 7시부터 오후6시까지 운행하며 나오는 배는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10분 간격으로 있다. 그러나 방문자가 소록도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오전 7시에서 오후 5시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오후 5시 전에는 섬을 나서야 한다. 운행시간은 5분.
요금은 성인 기준으로 왕복 900원이며 차량 승선시 사람 요금 포함 승용차는 9,000원, 승합차11,000원이다.

숙식: 소록도는 일반인이 머물 수 없는 곳이기 때문에 숙식을 할 수 없다. 녹동항에서 식사를 하거나 간단한 음식을 사 가지고 들어가야 한다.

주변 관광지: 거금도, 나로도, 금탑사, 충무사

여행쪽지: 소록도 내에서는 차량으로 움직일만한 곳이 거의 없으며 병원 입구부터는 일반인 차량은 들어갈 수 없다. 되도록 녹동항에 차를 두고 가는 것이 배삯을 절약하는 길이다.(500m 정도만 걸으면 된다.)

소록도 관리사무소(061-842-0505)


정상철 기자(dreams@jeonlado.com)

출처:jeonlado.com

Who's 거금도

profile

갈색 바위, 노랑 모래, 회색 이끼, 초록 나뭇잎,

푸른 하늘, 진주빛 먼동, 산마루에 걸린 자주빛 그림자, 

해질녘 진홍빛 바다위의 금빛 섬, 

거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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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고향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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