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07.03.24 21:54

봄의 향기~~

조회 수 131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번호 : 814   글쓴이 : 이종만
조회 : 7   스크랩 : 0   날짜 : 2007.03.24 12:05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꽃멀미-김 충 규

 

새가 숨어 우는 줄 알았는데

나무에 핀 꽃들이 울고 있었다

화병에 꽂으려고 가지를 꺾으려다가

그 마음을 뚝 꺾어버렸다

피 흘리지 않는 마음, 버릴 데가 없다

나무의 그늘에 앉아 꽃 냄새를 맡았다

마음속엔 분화구처럼 움푹 패인 곳이 여럿 있었다

내 몸속에서 흘러내린 어둠이 파놓은 자리,

오랜 시간과 함께 응어리처럼 굳어버린 자국들

그 자국들을 무엇으로도 메울 수 없을 때

깊고 아린 한숨만 쏟아져나왔다

꽃 냄새를 맡은 새의 울음에선 순한 냄새가 났다

그 냄새의 힘으로 새는

사나흘쯤 굶어도 어지러워하지 않고

뻑뻑한 하늘의 밀도를 견뎌내며 전진할 것이다

왜 나는 꽃 냄새를 맡고 어지러워

일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그늘에 누워

올려다보는 하늘에는구름이 이동하고 있었다

구름이 머물렀던 자리가 움푹 패여,

그 자리에 햇살들이 피라미처럼 와글와글

꼬리를 치며 놀고 있었다

아니, 황금의 등을 가진 고래 한 마리가

물결 사이 출렁거리고 있었다

마흔도 되기 전에, 내 눈엔 벌써

헛것이 보이기 시작하는 걸까

사후死後의 어느 한적한 오후에,

이승으로 유배 와 꽃멀미를 하는 기분

저승의 가장 잔혹한 유배는

자신이 살았던 이승의 시간들을 다시금

더듬어보게 하는 것일지도 몰라, 중얼거리며

이 꽃 냄새, 이 황홀한 꽃의 내장,

사후에는 기억하지 말자고

진저리를 쳤다

===================================================================================

해설 이광호

  화자는 "나무 그늘에 앉아 꽃 냄새를 맡았다." 화자의 시선은 두 곳을 향한다. 우선, 자신 안의 어둠, "내 몸속에서 흘러내린 어둠이 파놓은 자리, / 오랜 시간과 함께 응어리처럼 굳어버린 자국들"을 응시한다. 그리고 안으로의시선은 바깥의 공간으로 이동하여 "꽃 냄새를 맡은 새의 울음" 을 응시하고 다시, '나' 는 "그늘에 누워" 구름이 이동하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곳에서 "황금의 등을 가진 고래 한 마리" 를 본다. 화자의 시선의 이동과  '앉음-누움' 으로  변화하는 자세는 꽃 냄새에 취하는 정도의 깊이와 일치한다. 그래서 그 꽃멀미의 정절에서 화자는 저승으로 자리를 이동하여 "이승으로 유배 와 꽃멀미를 하는 기분"을 경험하고, '진저리' 를 친다. 모든 극단적인 매혹과 도취에는, 거기 생의 끝이, 생의 저편이 있다. 혹은 생의 저편에서 다시 바라보는 진저리 치는 이승의 시간들이 있다.

 

※작가 소개

김 충 규

1965년 경남 진주 출생.

1998년 <문학동네>로 등단.

시집 "낙타는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 "그녀가 내 멍을 핥을 때" 등.

스크랩
해당 게시판에 글쓰기 권한이 없습니다.해당 카페 지기/운영자에게 문의해 주세요. 해당 게시판에 글쓰기 권한이 없습니다.해당 카페 지기/운영자에게 문의해 주세요. 인쇄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9 알아두어야 할사항~~ 2007.03.30 1205
» 봄의 향기~~ 2007.03.24 1313
67 전라도 말을 다른 곳에서 복사해옴.. 1 2007.03.09 1193
66 북한산~~ 2 윤식 2007.03.07 1261
65 재미있는 곳들 윤식 2007.02.09 1937
64 명소들 2007.02.05 1316
63 입춘대길~ 1 2007.02.04 1134
62 생활에 유용한 상식이라 합니다... 2007.02.04 1734
61 건강한 몸을 만든다! 동문 2007.02.02 1272
60 하루를 살면서~~ 윤식 2007.01.31 1138
59 오천의 모습을 거금도카페에서~~~ 2 윤식 2007.01.30 1491
58 박승후 자(박지환군 대학합격) 축하 소식~~ 5 윤식 2007.01.21 1731
57 유머스러운 내용이니 읽어보시길~~! 1 윤식 2007.01.20 1291
56 인생에 도움과 생활 철학의 좋은 말들이라 복사해서 올립니다.. 1 윤식 2007.01.17 1362
55 김병옥 선배 병문안차 래왕~~ 2 윤식 2007.01.16 1491
54 우리나라 등산을 좋아하는 이가 찍은 사진을 이곳에 ~~ 윤식 2007.01.12 1294
53 새해에 복 많이 받으세요 5 이상래 2007.01.08 1325
52 정해년을 시작하는 일출을 보기위해 사패산 정상에서바라본 전경 2 file 윤식 2007.01.02 1480
51 잔잔한 바다위의 등대와 녹동에서 바라본 연륙교 공사중~~ 2 file 윤식 2006.12.22 1292
50 녹동고등학교 이승태 선생님 사진~ 3 file 김윤식 2006.12.20 236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Next
/ 10

브라우저를 닫더라도 로그인이 계속 유지될 수 있습니다. 로그인 유지 기능을 사용할 경우 다음 접속부터는 로그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 게임방, 학교 등 공공장소에서 이용 시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으니 꼭 로그아웃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