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흔하던 참새도 보이지 않는
텅빈 가을이다
새파란 억새풀
예전 그산허리에 그대로 서있는데
꼴 베던 아이도 배고픈 소도 없다
담 넘어 누렇게 익어가는
단감나무 잎파리 하나 둘 떨어질 때면
혹여 따먹고 싶은 충동에 한번 더 돌아보던 그곳
고향의 산하는
푸르름에서 누렇게 변할 준비에 바쁘리라
그곳에 부는 바람에는 설음도 기쁨도 함께해 안스럽다
돌아갈 길은 멀리있는데
마음은 한걸음에 파란 바다를 건너
고향의 흙먼지 날리는 언덕에 날아 앉는다
반기는 얼굴 적을지라도
내가 품에 안을 그 땅에는
땀이 베어있는 아련한 생의 여러장 사진이 나열되어있다
핑경(워낭)소리 잿몰랑 너머로
사라져 가는 초추의 황혼녁을
나 혼자 사랑하며 한없이 걸으리라
ㆍ 명천(明川) : 적대봉 계곡으로부터 마을 앞을 흐르는 10里長川(리장천)이 있어 한때는 “앞내”[前川(전천)]를 暗(암)내로 發音(발음)하여 마을에 어두운 일들이 발생한다 하여 1956년 지방 행정구역 개편시 당시 暗(암)자를 明(명)자로 고쳐 명천이라 칭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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