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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 성치(城峙) 본 마을은 도양목관(道陽牧官)에 속한 목장성(牧場城)의 동쪽에 있으므로 한때 마을 이름을 성동(城東)이 목장성의 동쪽에 있으므로 마을 이름을 성동이라 부르다가 성(城) 고개 밑에 위치한다 하여 성치(城峙)로 개칭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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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명목공예 ( 성치) 김진용 대표 아시아 경제 인터넷 신문기사

혼을 담은 마름질…고목에서 부활하는 전통가구
“100년 지나도 버려지지 않는 전통공예품 만들 터”

참 신기한 일이다. 아름다운 가구 한 점이 사람의 마음을 황홀하고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오솔길 돌 틈에서 가녀린 들꽃 한 송이를 문득 발견하거나, 앙증맞은 병아리의 솜털을 지켜보며 느끼는 소름 돋는 감동이 공예품 한 점에서도 그대로 돋아난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제대로’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제대로 만들어진 가구란 어떤 것인가. 수년의 인내로 목재를 말리고, 결을 매만지며 자연의 상상력으로 마름질을 하는 가구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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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명목공예'를 운영하는 김진용 장인은 피스나 못을 사용하지 않는 전통 짜맞추기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사진은 전통가구와 편백가구들이 진열된 송명목공예 전시장 내부.

명장의 손길에서 탄생하는 것은 그냥 가구가 아니다. 그것은 목숨을 다한 나무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혼의 예술’이라 할 수 있다. 거칠지만 세밀한 그의 손길에서 고목의 사체들은 들꽃이나 병아리처럼 새 생명을 얻는다. 그러니까 전통목공예는 자연의 부활이라 해도 좋다.

이런 경험은 ‘송명목공예’(대표 김진용)와의 조우를 통해 이뤄졌다. 누군가가 그랬었다. “숨은 장인이 담양읍 언저리에서 도인처럼 살고 있다”고. 그 기억을 내비게이션 삼아 우연찮게 송명목공예 전시장을 찾아들었다. 전남 담양읍 만성리 죽녹원 후문 근처에 자리한 이 목공예 작업장은 일견 대수롭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이런 선입견은 도시화·산업화의 폐해가 빚어낸 시건방진 관념일 뿐이다. 김진용 장인(50)의 부인 이명은(52) 여사에게서 수제차 두어 잔을 얻어 마실 시간이면 선입견은 슬그머니 부끄러운 마음으로 돌아선다.

대개 그렇듯 전시장에 들어설 때는 천박한 장사치의 생각이 앞장섰던 게 사실이다. 다른 곳보다 더 괜찮은 제품인지, 값은 얼마나 더 쌀 것인지 그런 것들을 확인해볼 요량이었다. 전시장이래봤자 컨테이너 박스를 개조해 만든 좁장한 공간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작품을 어루만지는 그의 손길에서, 또 장인의 혼을 고스란히 담은 그의 눈빛과 말투에서 생각이 절로 바뀌었다. 가격이 얼마인지, 다른 곳의 제품보다 얼마나 더 우수한지 등의 질문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됐다. 그런 질문들은 혼으로 살고자 하는 장인에게 모욕일 것이라는 생각이 말문을 막았다. 차라리 입을 다문 채 그의 작업관을 경청하는 게 장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 생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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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용 장인이 전통기법으로 제작한 3층농의 짜맞춤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김씨는 남도에서 이름을 떨치는 전통공예의 장인이다. 30여 년 전 목공예의 길로 들어섰던 그는 이런 저런 사정으로 외도를 한 뒤 12년 전 전통공예의 길로 돌아왔다.

명인에게서 전수 받은 그가 만들어내는 작품은 이루 셀 수 없다. 다완장, 반다지, 머릿장, 버선장, 애기장, 사방탁자, 장롱은 물론 각종 소품가구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전통가구를 만든다.

그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성묘용 제기와 함’이라는 작품이다. 성묘할 때 편리하게 들고 다닐 수 있도록 제기와 받침, 찬합, 제사상을 일체형으로 만든 작품이다. 김씨의 이 작품은 전남공예대전에서 은상을 받을 만큼 효용성을 인정받았다.

최근에는 편백을 선호하는 트렌드를 무시할 수 없어 편백나무를 이용한 좌욕기, 찜질침대, 소파, 책상, 쌀통, 탁자, 소품가구 등도 작업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의 작품의 완성도가 높다든지, 유통비용이 들지 않아 다른 곳보다 20% 이상 값이 싸다든지 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재료를,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그의 관념과 소신이다.

김씨의 작품철학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자연의 순리’와 ‘전통 고수’가 그것이다.
그는 100% 국내산 원목 사용을 고집한다. 이윤을 얻기 위해 값싼 수입목재를 쓰는 것은 전통공예나 고객에 대한 배신이며 기만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러기에 그는 느티나무, 참죽나무, 편백나무 등의 고목이나 벌목이 있다는 소리가 들리면 곧장 달려간다.

쓸 만한 원목이 구해지면 창고에 쌓아 3년 이상 말린 뒤 틈나는 대로 결을 살핀다. 결을 최대한 살리는 작품 구상에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작품 하나를 만들려면 두 벌의 원목을 준비한다는 그는 참 고지식한 사람이다. 어떤 공정에서 자투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온전한 판재를 망설임 없이 잘라 쓰곤 한단다.

그의 원칙 중 하나는 못이나 피스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못이나 피스로 대충 박아버리면 작업이 간단하고 시간을 벌 수 있을 텐데도 그는 고집스럽게 전통 짜맞추기 방식을 고수한다. 그렇게 정성을 다해 만든 가구가 100년이고 1000년이고 버려지지 않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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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묘때 유용하게 쓰일 '성묘용 제기와 함' 작품. 이 작품은 전라남도공예대전에서 은상을 받았으며 소비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그가 만든 공예품을 구입한 사람들은 또 그를 찾기 마련이다. 목재를 수년에 걸쳐 제대로 말려서, 일일이 짜맞추기 공법으로 만든 가구들이 뒤틀리고 휘거나 삐그덕거릴 일은 없지 않겠는가.

자연을 중시하는 그의 소신은 편백나무 제품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반신욕을 할 수 있는 좌욕기의 경우, 그는 원적외선보다 효과가 훨씬 강한 근적외선 열선을 사용한다. 또 편백이 지닌 피톤치드의 효용을 오래도록 지켜주기 위해 고스란히 원목으로만 만든다.

그가 마지막으로 힘주어 말한 대목이 생생하다. “대충 만든 가구는 오래지않아 폐기비용을 들여서 버려야 합니다. 그러나 좋은 원목을 전통기법으로 만든 가구는 버릴 일도 없겠지만, 필요에 따라 부분들을 모두 재활용할 수 있습니다. 100년이고 200년이고 애장할 수 있는 그런 가구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이런 그의 소망은 당연히 소박하다. 기술자를 들여서 작품을 줄줄이 만들어 팔아 큰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은 아예 없는 듯 했다. 다만 “자신의 혼을 담은 작품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찾아와주면 행복하겠다”고 혼잣말처럼 흘렸다.

네이버 카페(송명목공예, smwoodart)에는 투박한 글이 떠 있다. “나무를 좋아하고 원목가구를 사랑하시는 고객님들, 원하시는 소재와 디자인, 제품규격까지 맞춤형으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이런 소박한 마음이 원목가구처럼 100년이고 1000년이고 지켜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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