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화 : 시원한 것 뭐 없을까?
나는 ‘시원하다’라는 단어를 무척 좋아한다. 이 ‘시원하다’는 나만이 아니고 우리나라의 모든 사람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단어이다.
왜냐하면 이 단어의 뜻이 우리를 아주 시원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단어는 한 가지의 뜻만 있는 것도 있지만 혹은 두 개 또는 더 나아가 여러 가지의 뜻이 있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이‘시원하다’라는 단어는 아주 여러 가지의 뜻을 가지고 있어 여기에서 한번 정리해 본다.
1. 덥거나 춥지 아니하고 알맞게 서늘하다.
시원한 바람
밤공기가 시원하게 느껴졌다.
2. 음식이 차고 산뜻하거나, 뜨거우면서 속을 후련하게 하는 점이 있다.
시원한 김칫국
아내는 술 먹은 다음 날에는 시원한 북엇국을 끓여 준다.
3. 막힌 데가 없이 활짝 트이어 마음이 후련하다.
시원하게 뻗은 고속 도로
시원하게 쏟아지는 비
4. 말이나 행동이 활발하고 서글서글하다.
시원한 말투, 시원한 걸음걸이
시원하게 대답하다
5. 지저분하던 것이 깨끗하고 말끔하다.
쓰레기장을 시원하게 치워 놓아라.
몸을 시원하게 씻어 내다.
6. (‘시원하지’ 꼴로 ‘않다’, ‘못하다’의 앞에 쓰여) 기대, 희망 따위에 부합하여 충분히 만족스럽다.
일이 돌아가는 모양이 영 시원치 않다.
지난가을 추수가 시원치 않았다.
7. 답답한 마음이 풀리어 흐뭇하고 가뿐하다.
일이 시원하게 끝났다.
그는 속 시원하게 비밀을 털어놓았다.
8. 가렵거나 속이 더부룩하던 것이 말끔히 사라져 기분이 좋다.
언니는 나의 등을 시원하게 긁어 주었다.
체했던 속이 시원하게 내려갔다.
뜻이 이렇게 많다보니 비슷하게 쓰이는 말도 많을 수밖에 없는데 아래의 예와 같이 하나하나가 우리를 시원하게 해 주는 단어이지 않은가!
개운하다, 상쾌하다, 명쾌하다, 후련하다, 통쾌하다, 활달하다, 활발하다 등등.
오늘 이 ‘시원하다’를 소재로 삼은 이유는 새해 예산안의 강행처리와 형님예산 등으로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을 여러 사람들에게 ‘뭐 시원한 것 하나 권해 드리자!’였는데 그게 맘대로 되지 않네요.
그래도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 언젠가는 모든 것이 옳게 되리니 우리 희망을 가지고 호흡 한번 크게 합시다!
“어째 속이 좀 시원해 졌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