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화 : 말 못하는 아이도 속이 있어서 운다.
아무리 말 못하는 어린아이라고 감정이 없을까?
식물들도 음악을 들려주면서 가꾸면 반응을 한다는 연구보고가 있는데!
1983년 9월에 태어난 내 딸이 7~8개월 쯤 됐을 때이니 내가 여수에서 살 때의 일이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여수세무서와 여수 MBC방송국과의 친선체육대회가 있었고 그 뒤풀이로 밤에 회식을 하기로 되어 있는데 무언가가 찜찜하여 회식장소를 뒤로하고 집으로 갔겠다.
아닌 게 아니라 딸아이가 엄마의 등에 업혀 있으면서도 계속 칭얼대면서 운다. 집사람에게 왜 그러느냐고 물어도 모르겠단다.
아이들이 운다는 것은 배가 고프니 젖을 달라고 하는 경우와 잠이 오는 경우, 그리고 기저귀가 젖어서 갈아달라고 하는 경우 등등인데 그 어느 경우에도 해당하지 않은 경우라면 분명히 어디가 아픈 것이리라!
예감이 좋지 않아 조금은 늦은 시간이었지만 내가 아는 개인병원으로 갔다.
원장은 이리저리 진찰을 하더니 좀 더 큰 병원으로 가란다.
다시 종합병원으로 가서 원인을 확인하고 몇 시간의 응급처치로 다행히 수술은 하지 않고 며칠간의 입원치료로 상황이 종료되었지만 그 종합병원에서 했던 말이 지금도 생생하다.
창자가 꼬여 조금만 늦었으면 꼬인 창자를 잘라내는 수술을 해야 했다는.
그렇다면 혹시 그 날 밤을 애가 보채는 대로 그냥 집에서 넘겼다면?
꼬인 창자가 썩어서 정말 큰 일이 났을 것이다.
이렇게 말을 못하는 어린애들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어떤 수단을 동원하여 자기의 감정을 표출하는데 그러한 표현들이 몇 가지가 있어서 정리하여 보았다.
칭얼대다 - 몸이 불편하거나 마음에 못마땅하여 짜증을 내며 자꾸 중얼거리거나 보채다.
보채다 - 아기가 아프거나 졸리거나 불만족스러울 때에, 어떻게 해 달라는 뜻으로 울거나 칭얼대다.
찔통 - 어린아이가 몹시 좋지 않거나 원하는 것을 가지지 못하여 자꾸 울거나 보챔.
어느 경우에 어떤 단어를 사용해야 하는지 대강은 감이 오지만 솔직히 ‘찔통’이라는 단어는 처음 접하는 말이다.
한편, 의식이 있는 사람들이 ‘부당한 요구나 청을 들어달라고 고집하는 짓’을 ‘떼’라고 하는데, ‘생떼’는 ‘억지를 쓰는 떼’이다.
우리가 금산사투리로 ‘어떤 일이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떼를 쓰는 것’을 「땡깡 놓다」라고 했던 기억이 새삼스러운데 여기에서의 ‘땡깡’이 바로 ‘생떼’인 것이다. 또한 ‘어깃장(:짐짓 어기대는 행동)’이라고 해도 좋고.
어기대다 : 순순히 따르지 아니하고 못마땅한 말이나 행동으로 뻗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