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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괴발개발

 

 

글씨는 그 사람의 얼굴이다.’라는 말이 있다.

남원시 사매면에 있는 작가 최명희님을 기리는 혼불 문학관엘 가보면 작가가 쓴 원고지가 전시되어 있는데 그 원고지의 글씨가 하도 가지런하고 예뻐 볼 때마다 작가의 순수한 영혼을 대하는 듯 경건해지곤 했다.

나는 이렇게 글씨를 예쁘게 잘 쓰는 사람을 보면 너무나도 부럽다.

요즘의 학생들도 글씨를 바르게 쓰는 연습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글씨를 좀 더 잘 써 보고자 펜글씨 교본을 가지고 쓰기 연습을 했는데도 글씨가 잘 써지지 않는다. 처음의 몇 줄은 반듯 반듯이 쓰지만 조금만 더 쓰다 보면 글씨가 나 혼자만 알아볼 수 있게 제멋대로인 것이다. 컴퓨터가 생활화된 요즘이야 나처럼 글씨를 잘 쓰는 사람들이라 해도 별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우리가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그 시절(훨씬 그 이전부터)에는 모든 보고서 등 공문서를 직접 손으로 써야만 했는데 내 기억에 지독히도 글씨를 못 쓰는 한 동료직원(이하 이라고 한다) 있었으니………

 

이 만든 서류는 관리자의 결재과정에서부터 문제가 생긴다. 결재권자가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글씨를 읽어보려고 해도 읽지를 못하겠다는 것이다.

결국은 을 불러 직접 읽으라고 하여 내용을 파악·결재를 끝내곤 했는데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상부기관의 감사에서도 웃지 못 할 일들이 수 없이 벌어졌다. ‘혼자만이 읽을 수 있는 글씨를 감사관이라고 하여 읽을 수 있겠는가? 결국 감사관도 을 불러 내용을 파악하지만 하도 어처구니가 없는지 그 내용을 불문하고 웃어넘길 수밖에 없어 은 한 번도 감사에 지적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한 의 글씨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는데 어느덧 세월이 흘러 그도 직장을 떠나고 말았다.

이렇게 글씨를 아무렇게나 갈겨 쓴 것을 괴발개발이라고 하는데 국어대사전에는 아래와 같이 풀이되어 있다.

 

괴발개발 - 고양이의 발과 개의 발이라는 뜻으로, 글씨를 되는대로 아무렇게나 써 놓은 모양을 이르는 말.

 

한편, 요즘에는 일반 사무실은 물론이요 각 가정에도 컴퓨터가 많이 보급되어 간단한 적바림 외에는 글씨를 쓰는 경우가 매우 드물어 졌다.

나의 경우도 작년까지 몇 년 동안은 요점을 빠르고 많이 써야 하는 수험 준비 때문에 잘못 쓰는 글씨나마 새끼손가락과 펜이 닿은 가운데손가락에 굳은살이 박일 정도로 많이 썼는데 이제는 그렇지도 않다.

 

마지막으로,

작가 조정래 선생님께서 2002년에 탈고한 한강후기에 의하면 선생님께서는 아들이 대학생이 되자 아들에게 태백산맥의 원고를 베껴 쓰라고 하셨단다. 이에 그치지 않고 후일 아들이 결혼하자 그 며느리에게도 태백산맥의 원고를 똑 같이 베껴 쓰라고 하여 이제는 집에 세 벌의 태백산맥원고가 있단다.

태백산맥의 원고는 몇 장이나 될까?

10권으로 발간된 한강의 원고가 15,000여 장이라니 태백산맥도 그 정도 될 것이다.

그러면 선생님께서는 왜 아들과 며느리에게 이러한 명령(?)을 하셨을까?

선생님께서는 그 이유에 대하여 이렇게 말씀하신다.

문장 공부, 인생 공부, 역사 공부 ………, 여러 가지 얻어지는 것이 많겠지만, 특히 작가의 아들로서 최소한 애비가 어느 정도의 고생을 겪어냈는지 체득시킬 필요가 있었다. 또한 모든 작품의 저작권을 부모 사후 50년 동안 보유하려면 그 정도의 어려움은 치러봐야 기본 자격을 갖추는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박이다 - 버릇, 생각, 태도 따위가 깊이 배다. 손바닥, 발바닥 따위에 굳은살이 생기다.

 

  • ?
    무적 2010.12.01 09:46

    출근하니 오늘이 12월의 첫날이란다.

    10월의 마지막 밤으로 시끄러웠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달이 지났나 보다.

     

    새로운 마음으로 12월을

    그리고 내년을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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