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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 우두(牛頭) : 마을의 지형(地形)이 소의 머리와 같이 생겼으므로 쇠머리라고 부르다가 한자를 訓借(훈차)하여 우두(牛頭)라 불러 현재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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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만으로도 세상은 눈부셔요
(경향신문 2002년1월 3일자 29면에서 편집하였습니다)

휠체어 아내가 남편에게 보내는 사부곡(思夫曲)

안녕하세요?
저는 소아마비로 휠체어를 사용하는 서른아홉 살의  주부입니다. 제가 이렇게 글을 올리는 것은 저의 다리가 되어주는 고마운 남편에게 제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 열병으로 소아마비를 앓은 후 장애로 학교에 도 다니지 못했기에 멋진 글을 쓰지는 못합니다.

제가 남편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방송을 통해서입니다.
지난 1983년 우연히 라디오의 장애인 프로그램을 통해 문밖   출입을 못하며 살고 있는 저의 사연이 나갔습니다 그 당시 제주도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지금의 남편이 제 이야기를 듣다가  들고 있던 펜으로 무심코 저의 주소를 적었답니다.
남편은 그 다음날 바로 저에게 편지를 보냈고 저는 글을 잘  몰랐기도 하고 남자를 사귄다는 생각조차 하고 있지 않았기에   답장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답장도 없는 편지를 1년이 넘게 일주일에 한번씩 계속 보내왔고 저는 여전히 답장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주소하나 달랑 들고 무작정 제주에서 서울 금호동의 저희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장애자인 제 사정상 반길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그 먼 곳에서 저를 찾아온 사람이기에 손수 식사대접을 했습니다.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저는 남편의 마음을 받아드려 85년 7월 17일 저희는 부부가 되었습니다.
...............................................................


내 삶의 날개가 되어주는 당신께
여보, 지금 시간이 새벽 5시30분이에요
이 시각이면 깨어있는 사람 보다 아직 따뜻한 이불 속에서 단꿈을 꾸고 있는 사람이 더욱 많을 거에요
그러나 당신은 이미 집을 나서 차가운 새벽공기에 몸을 맡기고 있겠지요 그리고는 밤 12시가 넘어서야 겨우 잠자리에 드는 당신 이렇게 열심히 뛰는 데도 늘 힘겹기만 한 우리 생활이 당신을 많이 지치게 하고 있네요
내가 여느 아내들처럼 건강한 여자였다면 당신의 그 힘겨운  짐을 조금이라도 나누어 질 수 있으련만 평생 휠체어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나는 그럴 수가 없기에 너무나 안타까워 자꾸  서러워집니다. 자동차에다 어물을 싣고 서울의 골목을 누비며   물건 하나라도 더 팔려고 애쓰는 당신, 그런 당신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물 한방울, 전기 한등, 10원이라도 아껴 쓰는 것이 전부라는 현실이 너무 가슴을 아리게 합니다
불편한 나의 다리가 되어 주고, 두 아이들에게는 나의 몫인  엄마의 역할까지 해야하고, 16년 동안이나 당뇨로 고생하신  친정 어머니까지 모셔야 하는 당신입니다. 긴 병간호에 효자  없다는 데 어머니께 딸인 나보다 더 잘하는 당신이지요, 이런   당신께 자꾸 어리광이 늘어가는 어머니를 보면 높은 연세 탓이라 생각이 들면서도 자꾸 속이 상하고 당신에게 너무 미안해 남모르게 가슴으로 눈물을 흘릴 때가 많답니다.

여보, 나는 가끔 깊은 밤 잠에서 깨어 지친 모습으로 잠들어   있는 당신을 물끄러미 지켜보면서 생각합니다. “가엾은 사람!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한평생 걷지 못한 아내와 힘겹게  살아야 하며 거기에다......” 이런 생각을 하면 나도 모르게 측은함이 북받치지만 자고 있는 당신에게 혹시 누가 될까봐 꾸역꾸역 목구멍이 아프도록 서러움을 삼키곤 합니다.

안에서만 살아온 탓인지 비를 좋아하는 나는 며칠 전 겨울비가 제법 많이 내리는 날 거리에서 그곳을 지나는 우리 나이 정도의 남녀가 우산 하나를 함께 쓰고 가는 모습을 보았어요, 서로 상대방에게 조금이라도 비를 덜 맞게 하려고 우산을 자꾸 밀어내는 그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당신이 비를 몽땅 맞아가며 물건을 파는 모습이 클로즈업되어 들어왔어요, 그때 내가 느꼈던 아픔과 슬픔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 비를 좋아하지만 나 혼자서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는 비내리는 날 다시는 당신을 따라나서지 않겠노라고 나 스스로 다짐을 했답니다,

여보, 지난 결혼 10주년 기념일에 당신은 결혼 때도 패물 한가지 못했노라고 당신이 오래도록 모은 돈으로 나에게 조그마한 다이아몬드 반지를 저에게 선물했습니다. 그때 너무나도 제가 기뻐했는데 그 반지를 얼마 못가 생활이 너무 힘들어 제가 팔았을 때 처음으로 당신이 눈물을 흘리시는 모습을 보고 너무나 가슴이 저렸어요.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당신은 그때 일을 마음 아파하는 데 그러지 말아요. 그까짓 반지 없으면 어때요. 이미 그 반지는 내 가슴속에 영원히 퇴색되지 않게 새겨놓았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답니다.

여보, 3년전 당신은 신경수술을 받아야 했어요 그때 마취에서 깨어난 당신에게 간호사가 휠체어에 앉아있는 나를 가리키며 누군지 알겠느냐고 물었을 때 당신은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어요, “그럼요, 내가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도 사랑할 사람인데요.” 그렇게 말하는 당신에게 나는 바보처럼 고맙다는 말도 못하고 눈물만 떨구었어요, 그때 간호사가 나에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당신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분이세요.” 그래요 여보, 나는 정말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예요, 건강하지는 못하지만 당신이 늘 나의 곁에 있기에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어요.

어린 시절 장애 때문에 학교에 다니지 못했기에 나는 지금 이 나이에 늘 소원했던 공부를 시작했지요, 적지 않은 나이에 초등학교 과정부터 공부한다는 것이 쉽지만 않지만 야학까지 데려다주고 집에 돌아와 아이들과 어머니의 뒷바라지, 집안 청소까지 깨끗이 해놓고 야학이 끝날 시간에 맞춰 나를 데리려 와주는 당신, 그 고마움의 보답으로 열심히 정말 열심히 공부할 겁니다. 어린 시절 여느 아이들이 다 가는 학교에 너무도 가고 싶어 남몰래 수없이 눈물을 흘렸는데 이제서야 그 꿈을 바로 당신이 이루어주었기에...
여보, 나 정말 열심히 공부해 늘 누군가의 도움만 받는 사람이 아니라 이 사회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될거예요.

여보 나의 소원이 무엇인지 모르지요? 내 소원은 높은 구두 신고 당신 팔짱을 끼고 걸어보는 것도 아니고 부자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니랍니다. 다만 한가지 유일한 소망은 우리 부부가 다음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면 그 때 나는 건강한 사람, 당신은 조금 불편한 장애인으로 만나 다시 부부가 되는 거예요, 그 때는 내가 당신을 위하여 무엇인가를 해 줄 수 있을 테니 말이예요.  여보, 한평생 휠체어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는 나의 삶이지만 당신이 있기에 정말 행복합니다. 당신은 내 삶의 바로 그 천사입니다. 당신을 영원히 사랑하고 늘 감사의 두 손을 모으며 살 겁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아내가.


『후기』 조그마한 갈등과 불화를 극복하지 못해 다투는 우리에게
             이들 부부가 엮어가는 러브스토리가 너무 아름다워 워드를 두드립니다.
             우리 다시 한 번 서로에게 오늘밤 사랑과 감사의 표시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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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혜숙 2004.08.20 10:47
    삼춘!
    한마디로(xx10)(xx10)(xx10)(xx10)(xx10)
    우리네들은 멀쩡한 육신으로 불평불만 투성인데....
    이글을 읽고 내 자신이 넘 부끄럽습니다.
    많이 반성하고 노력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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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란 2004.08.21 09:02
    한사람 한사람 늘어가는 우두카페
    아름다운 사연 읽고 밑줄 달고....

    시작을 한다는게 어려운가?
    시작하고나니 이렇게 쉬운걸......

    컴에 앉으면 이제는 마을카페에 먼저 손이 가네요.
    아름다운 사연 편집까지해서
    읽고 감동하게 만드니
    눈도장 안찍을수가 없지요.

    순채오빠도 만나니
    반갑네요.
    컴에서 자주 인사해요

    오늘 하루도 건강하고 즐겁게
    마음의 여유를 갖고 생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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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경 2004.08.22 03:55
    안녕하세요
    정말 가슴찡한 부부애입니다

    반갑습니다.
    달그림자님, 혜숙언니,그리고 복란아
    너를 여기서 보니 반갑구나
    나는 작년에 발을 다쳐서 스쿠류를 하나넣었는데
    날이 춥고하면 자꾸아파서 17일날 다시 빼는 수술을하고
    집에서 휴가아닌 휴가를 즐기고있단다
    오랜만에 거금도에도 찾아왔단다
    그런데 우두마을이 풍성해서 기분짱이다

    다시한번 감사합니다 달그림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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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희 2004.08.22 17:15
    미경아
    그래 고생 했겠구나.
    다리를 어떻게 다쳤길래 수술을 다 했니?
    지금은 괜찮니?
    쉬는 김에 몸 조리 잘 하거라.
    부모님은 잘 계시지?
    그래도 부모님이 곁에 계셔서 좀 나았겠구나.

    지난 번 네 목소릴 들을 수 있어서 너무 반가웠다.
    열심히 살고 잘 지낸다니 그 이상 반가운 일이 어디 있겠니?
    나도 잘 살고 있단다. 아이들이 아직 어려 조금 바쁘구나.
    그래도 이젠 뭔가 내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
    나이들어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말이다.

    보 고 싶 다.
    전 화 하 자. -영희 언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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