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 들어갔을 때 영희하고 영수가 메는 네모난 어깨 가방 있지?
어떻게 그게 하나 생겨서...누가 쓰던걸 울 아부지가 주서 왔을겨..새건 아녔어...
메고 다닌디...그걸 멜때 꼭 헷갈려 갖고 거꾸로 메는 통에...교실이나 복도바닥에
책하고 공책...형광등 스위치..구슬..딱지...이런 온갖 잡동사니가 쏟아지는거라.
챙피하기도 하고...멜 때 마다 거꾸로 멜까 겁나서...
다우다 책보로 바꿔부렀지. 근데...다우다 책보 싸서 빨치산들 미숫가루 메듯이
양 어깨에 사선으로 걸쳐매고 뛰믄 가방보다 훨씬 편하긴 한디....벤또 들어있으믄
달릴 때 박자도 맞춘시롬....
근디 다우다로 바꾼 첫날..3월달 추울 땐디...똘똘 말은 책보 끝을 옷핀으로 째매줘야한디
그걸 안해갖고 국민학교 밑에 갈탄 때서 풀빵팔던 집 지나서 논바닥 쪽에서 신금 재석이랑
집으로 가는디 책보가 풀래부러갖고 ...책하고 공책이 바람에 날려서 물찬 논으로
다 날려버렸네. 나는 징징 울고, 재석이가 발 걷어부치고 들어가서 책하고 공책 꺼내왔어.
젖은 나이롱 보따리 들고 돌곡재 막 울고 가는 걸 우리 형이
중학교서 보고는 학교옆 논둑으로 막 달배와서....책보주고 가라고 그랬지....
나중에 울 아부지 똘똘이가서 약주 채서 나하고 오다가
공동묘지 밑에서 머가 맘에 틀래부렀는지 구두를 논에다 던재부러갔고
그거 주스로 논바닥에 맨발로 들어가 봤는데 발 무쟈게 시럽드라.
그것만 생각하믄 재석이의 우정은 정말 돈으로 살 수 없었던 것인디...
써글 새끼 목소리 들어본지도 20년 넘어가는가 보다.
보고싶다..재석아..잘살어야 한다. 이글 보믄 얼렁 대답해.
한참 오는비보다가 (너글읽다가) 나 재석이 누군지 기억 밖이지만
재석이이기로했다.
보기야....
언제가될지 기약없이. 허심없는. 12살박이 친구로
한번은 보고싶은 친구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