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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고은 선생 /남대문 폐허를 곡함
머리 풀고 울어에야 하리옷 찢어 던지며 분해야 하리오호 통재이 하루아침 남대문 폐허를어찌 내 몸서리쳐 울부짖지 않으랴돌아보라6백년 연월 내내 한결이었다이 도성 남녀노소들 우마들이 나라이 겨레붙이 모진 삶과 함께였다혹은 청운의 꿈 안고 설레어 여기 이르면어서 오게 어서 오시게두 팔 벌려 맞이해 온 가슴인나의 남대문이었다혹은 산전수전의 나날 떠돌이 하다여기 이르면어디 갔다 이제 오느뇨활짝 연 가슴 밑창으로 안아줄너의 남대문이었다단 하루도 마다하지 않고단 하룻밤도 거르지 않고 지켜서서숙연히감연히의연히나라의 기품이던저 조선 5백년저 한민족 1백년의 얼굴이었다온 세계 누구라도 다 오는 문 없는 문온 세계 그 누구라도 다 아는만방 개항의 문정녕 코리아나의 숨결서울 사람의 눈빛 아니었던가이 무슨 청천벽력의 재앙이냐이 무슨 역적의 악행이냐왜란에도 호란에도어제런듯 그 동란에도끄○없다가이 무슨 허망의 잿더미냐여기 폐허 땅바닥에 엎드려 곡하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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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고은 선생 /남대문 폐허를 곡함
고은
머리 풀고 울어에야 하리
옷 찢어 던지며 분해야 하리
오호 통재
이 하루아침 남대문 폐허를
어찌 내 몸서리쳐 울부짖지 않으랴
돌아보라
6백년 연월 내내 한결이었다
이 도성 남녀노소들 우마들
이 나라
이 겨레붙이 모진 삶과 함께였다
혹은 청운의 꿈 안고 설레어 여기 이르면
어서 오게 어서 오시게
두 팔 벌려 맞이해 온 가슴인
나의 남대문이었다
혹은 산전수전의 나날 떠돌이 하다
여기 이르면
어디 갔다 이제 오느뇨
활짝 연 가슴 밑창으로 안아줄
너의 남대문이었다
단 하루도 마다하지 않고
단 하룻밤도 거르지 않고 지켜서서
숙연히
감연히
의연히
나라의 기품이던
저 조선 5백년
저 한민족 1백년의 얼굴이었다
온 세계 누구라도 다 오는 문 없는 문
온 세계 그 누구라도 다 아는
만방 개항의 문
정녕 코리아나의 숨결
서울 사람의 눈빛 아니었던가
이 무슨 청천벽력의 재앙이냐
이 무슨 역적의 악행이냐
왜란에도 호란에도
어제런듯 그 동란에도
끄○없다가
이 무슨 허망의 잿더미냐
여기 폐허 땅바닥에 엎드려 곡하노니
여기서 주저앉지 말고 멈추지 말고
떨쳐 일어나
다시 바람 찬 천년의 남대문 일으켜낼지어다
여봐란듯이
저봐란듯이
만년의 내일 내 조국의 긍지 우뚝 세워낼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