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아름다운 까닭은

                                              천창우


  아침에 세수하고 옷을 차려입는 것은 나를 분칠하고 당신을 만나려함 이었
습니다 광명 아래서는 감출 수 없어 입이 귀밑까지 찢어진 하회탈 뒤집어쓰
고 부끄러운 내 속내 가린 채 시치미 떼고 당신을 마주하려는 때문입니다

 낮보다 밤이 아름다운 까닭은 낮 동안 빛에 묻혀버린 기억을 어둠은 별들로 
길러내기 때문입니다 깊은 산골짝에 파묻은 오두막 삶의 불빛을 꽃으로 곱게
피워내기 때문입니다
 낮보다 밤이 아름다운 까닭은 영혼의 자장가를 듣기 때문입니다 어둠은 남루
를 토닥여주고 상한 심장을 감싸줍니다  
 밤이 낮보다 아름다운 까닭은 당신의 발가벗은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검은 기름으로 짠 옷을 벗은, 신이 흙으로 빗은 눈부신 영혼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빛이 어둠의 커튼 뒤에 숨어있음을 알지 못합니다 꽃을 눈으로 보
기보다는 향기로 느낄 수 있는 밤은 아름답습니다 밤이 낮보다 아름다운 까
닭은 어둠에서야 비로소 잃어버린 나를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08. 5.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