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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금도 눈물

by 천창우 posted Dec 23,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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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jpg

      거금도 눈물 천창우 세상이 맨 처음 빛으로 열리던 날 넌 자유로운 한 마리 갈매기로 날아앉았다 억겁을 우는 바다를 보듬어 잠재우고 바다에서 건져올려 바다로 잠기는 해를 붙들고 그리, 가난한 가슴들 젖 물리며 길러왔다 천년 묵은 후박나무 팽나무 욱어졌던 오천 돌무지의 우거진 원시방풍림 바람 불면 금빛 모래 햇살처럼 펴오르던 익금해변의 푸르르던 솔밭 달이 뜰 때면 선녀가 무리지어 하강하였다던 월포 갯갓의 울울찬 송림 지금, 그 자리에는 아스팔트가 드러눕고 이제는 겨울 햇살 같은 흔적만 남았다 큰등몰랑 조브장골짜기 울려퍼지던 워낭소리 오늘은 비좁은 소막에서 짚을 앂으며 전설을 얘기하고 해저물녘이면 반팔이 넘게 도툼히 배부른 초가지붕 타오른 배고픈 서정의 풍경이야 흑백 사진에서나 찾아 볼 수 있어 배부른 고향은 게으른 현대문명에 은일을 꿈꾼다 9년 전 어느날 개발의 거인은 천만년 침묵의 적대봉을 울렸다 그리고, 가끔 부두에서 시작된 차량의 기인 꼬리를 보며 육지처럼 걸어 넘고싶은 부글거리는 욕망의 눈빛이 허공으로 용트림하는 거대한 교각을 바라보았었다 2011년 12월 16일 녹동항 금산부두에 거대한 철선들이 목을 매고 잠들었다 차를 싣기 위해 기다리면서 잡았던 반가운 손, 손들 갑판위에서 아름다운 다도해 전경을 폐속 깊이 들이마시면서 이웃끼리, 아니 모르는 사람에게도 아낌없이 담배를 권하고 객실에서는 여인네들이 끼리끼리 모여앉아 수다를 떨며 보따리를 풀어 주전부리들 권하는 삶에 묻힌 진하디진한 얘기들 안고 밤낮없이 대교를 거침없이 내달리는 차량들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하필, 몰아닥친 한파에 서리꽃 핀 철판위에서 꽁꽁 얼어죽었다 이제 메가스펜정으로 생명과 바꾼 지전다발들 밤의 어둠을 타고 연도교를 건너 육지로만 빨려들 것이다 조용하고 아늑한 보금자리는 소음에 뒤척일 것이다 아름다운 자연의 틈새에는 쓰레기만 쌓여 썩어갈 것이다 너, 거금도, 이제는 이름마져 잃어버린 내 살과 영혼의 고향! 나는 지금 너의 소리 없는 눈물을 닦고 있다 너는 나를 마지막까지 버리지 않았었다 그러나 편리로 고개돌린 나는 지금부터 영원까지 너를 버린다 인간의 욕심은 자연을 교살하는 올가민줄 모르지 않거늘 문명과 자연은 서로 조화를 이룰 때 아름다운 것이거늘 어허넘! 어허넘! 질식해 죽어갈 거금도 내 고향! *사진 출처는 자료실입니다.
  • ?
    김철용 2011.12.23 16:43

    님께서 고향을 버리는지

    고향이 님을 버리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어차피 문명은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기에

    이제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함께 고민해 보자는 제 마음을 전합니다.

     

    님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면서

    윗글의 용트림과 주전버리라는 단어가

    옥의 티가 아닌가 싶어 의견 드립니다.

    하기사 님은 시인이고 저는 우리말 전도사라

    쓰는 각도가 달라서.......

    ('우리말 전도사'는 KBS 엄지인 아나운서가 붙여준 이름입니다.)

     

    항상 건필하시면서

    무서운 채찍 부탁드립니다.

  • ?
    천창우 2011.12.23 20:19
    김철용 님에게 달린 댓글

    김철용님!

    관심을 갖고 보아주셔서 고맙습니다.

    모처럼 종강도 하고 논문도 한편 마무리 짓고 홀가분한 마음에 고향에 마실나왔다

    글 한 줄 올린 게 철용님께 얻어맞았네요. ㅎ.....

     

    세계적으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 사람들은 문명이 발달한 나라의 사람들이 아니라

    아직도 태고적 삶을 사는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와 히말리아 고원의 조그만 나라 사람들이라지요?

     

    그리고 기표의 '나'나 '너'는 화자 개인이거나 사물이 아닙니다.

    기의는 육지일 수도 자연일 수도 그리고 관념적 공간일 수도 있습니다.

    이는 독자에게 많은 해석의 여지를 남기려는 현대시의 기표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현대시를 연구하는 '인문학국가연구원'의 시각에서 바라보았습니다.

     

    또한 시는 시적 시각에서 보아주셔야 합니다.

    현대시에서는 문법이나 띄어쓰기 서술을 논할 수 없음입니다.

    이는 문학의 구심성을 강조한 러시아 형식주의 비평에서 출발한

    낯설게하기(비틀기)의 경향이라고 보셔도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즉, 문학작품이란 특수한 방법으로 언어를 구사하는 특수한 언어적 구성물이라는 것입니다.

    인문학적 시각은 모든 학문의 시발점입니다.

    들뜬 축제 분위기에 고춧가루를 뿌리자거나 문명을 거스르자는 것이 아니라

    이후의 거론된 고향의 지향할 바를 말씀대로 고민하자는 것이지요. 

     

    어느새 또 여기에 섯네요.

    무던히 뛰었는 데도 늘 제자리인 것을......

    한해도 아름다운 마무리되시고 복되시기를 기원합니다. ^^

     

     

  • ?
    무적 2011.12.24 00:27

    시의 기교나 거금도의 생채기에 대한 천교수님의 깊은 뜻에 대해서는

    서로가 공감하는 것이기에 제가 할 말이 없습니다.

     

    전라북도 장수군청엘 가면 몇 백년 묵은 은행나무가 한 그루 있습니다.

    보호수로 지정되어 장수군에서도 각별히 신경쓰고 있는데 ........................

    그 나무를 설명하는 글에 '용트림'이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저는 그 나무를 관리하는 직원에게 '용트림'일 아니라 '용틀임'이 맞다고 설명하고

    고칠 것을 부탁했습니다.

    그런 지가 거의 3년이 지나서 다시 확인했는데도 고쳐지지 않고 있습디다.

    관념이란게 아니 폐습이란게 이리도 무섭더라구요.

     

    그리고 '주전부리'를 '주전버리' 로 바꿔 써서 글의 의미가 더욱 산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서로 가꾸어 나갈 소중한 우리의 자산, 저는 우리말을 무척 좋아하거든요.

    그런 우리말을 님과 같은 문학인이 더욱 갈고 닦아 주시라는 마음으로 댓글 답니다.

     

    오늘 철현이가 광주엘 와서 한 잔 거하게 했습니다.  

    창우씨와도 한 잔 할 날을 기대하면서   김 철 용.

  • ?
    천창우 2011.12.24 19:30

    고맙습니다.

    주전버리는 우리가 쓰던 말이라 그대로 쓰고 싶어 썼던 것이 거슬렸나봅니다.

    바로 잡습니다.

    용트림은 허세를 부리는 양으로 제가 의도한 단어이기에 그대로 씁니다.

    고운 우리말을 위해 수고하심에 감사드립니다.

    철현님이라면 강능에 사시는 분이었든가요?

     

    상탄과 새해가 복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

  • ?
    처련 2011.12.25 14:56

    人文學의 시각에서 

    두 巨匠(거장)의 Paradigm(패러다임)을 두고..

     

    다양한 분석과 思辨的(사변적)인 논제로

    거금도닷컴에서 오랜만에 뛰어난 토론을 들춰보는 듯 합니다

    문학과 언어학,

    복잡하고 심오하고 난해한 학문일테고

    인문학의 시점에서 인문적 소양을 접목한다면

    또 실용이니 순수니 뭐... 

    작가님의 언어적(시) 기교나 정서적 배경이 含意(함의)된

    작품으로 擧案齊眉(거안제미)하려 합니다

     

    처련이가 올린

    아래 글 향수1, 2 / 가슴앓이 / 연서 등

    모두 거금도라는 동질의 범주에서 이끌어 주셨으면..

     

    무저기 형님

    빛고을의 잔잔한 시간여행은 오래 남을거 같습니다 

     

     

     

     

  • ?
    무적 2011.12.25 22:23

    종교는 말해선 안되는 것을 말하는 것이며

    철학은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과학은 말할 수 있는 것만 말하는 것이고

    문학은 꼭 말해야 하는 것만 말하는 것이다.

    (누가 쓴지도 모르면서 옮겨온 글임)

     

    반면 저는

    '말을 해야 할 필요가 있는 사람에게만 말을 한다!'고나 할까요.

     

    그러한 저의 마음을 투정으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 ?
    김병호 2011.12.26 01:53

    감히 끼어들어 핀잔을 스스로 받으려 합니다.

     

    두 분의  조용한 토론을 보면서 느낀 점을 이야기 하려 합니다.

     

    원래 시가 가지는 특수성으로 인해  엄격한 문법이나 철자 띄어쓰기 등...

     

    시는 그러한 것들에서 어느정도는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파격적이라 하여 요즘 세대들이 흔히 쓰는 단순한 줄임말이나 은어와는

     

    분명히 의미상으로 구분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고요...

     

    우리말을 함부로 쓰고 다루는 것에는 철저히 반대합니다.

     

    하지만  여느 문학적 쟝르와는 사뭇 다르게  구체적이고 서술적이 아닌 함축적인 의미를

     

    담아내고자 하는 시의 언어적 유희(?) 는  문법적 틀에서 벗어나는 것을 용인 하고 있기 때문 에

     

    시에 있어서 맞춤법이나 철자법 그리고 뜨어쓰기 등...이러한 점들이 국문법에 따라 엄격히 적용 되어야 한다는

     

    관점에는 동의 할 수가 없습니다.

     

    문법상으로는 분명히 어긋나 보이지만 궂이 그렇게 뒤틀어 표현 하고자 했던 함축적 의미에

     

    우리는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과학으로 문학을 함부로 분해하거나 조립하거나 분석해서도 평가해서도 안되는 이유가

     

    바로 그러한 이유입니다.

     

    연말연시 행복한 나날들 되시길 바랍니다.

     

  • ?
    천창우 2011.12.26 12:03

    저는 가끔 아집에 빠진 학자들을 많이 만납니다.

    삶이 죽어서까지도 학생일 진데

    자기의 주장에만 골몰하는 그런 분들을 뵈면 참 안타깝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애정어린 충고와 말씀들 고맙습니다.

     

    김병호님께도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문학 비평 가운데 대표할 만한 방법론으로는 통시적 역사 관점으로 보는

    역사 비평이나, 여기에서 파생된 위에서 언급한 형식주의 비평 방법,

    그리고 심리주의 비평 방법, 사회학적 비평 방법, 신화 비평 방법,

    구조주의나 포스트구조주의 비평 방법 등이 있고

    그 외에도 더 많을 수도 아님 줄여 적을 수도 있는 많은 비평 방법의 시각이 존재하지요.

    특히나 역사 비평은 그 내부에 또 전기 비평, 언어 비평, 장르 비평, 원전 비평, .....등 등의 주장이

    있기 때문에 원전의 특성이나 장르에 따라 어느 한 시각으로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연구하고 토론을 하며 진리를 찾고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겠지요. ㅎ......

     

    이런 자리를 빌어 고향의 석학들을 뵙게 되어 행복합니다.

     

    한파주의보가 내린 날씨입니다.

    감기 유의하시고 마음 따스한 세모 맞으시기를 기도합니다. ^^

     

                                                          - 익송정에서 천창우 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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