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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나의 도전 : 박치기왕 김일 [29]

by 운영자 posted Jul 0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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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마 단련은 결국 뇌를 단련시키는 것이다. 뇌를 단련시키는 것. 그것은 무모하고 미친 짓이다. 뇌는 손발이 아니다. 더욱이 단련시킨다고 되는 것이 뇌라면 수백 번이라도 단련시켰겠다. 인체 중 뇌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스승 역도산은 왜 그토록 뇌 단련에 사활을 걸도록 했을까. 한마디로 뇌를 단련시키지 않으면 세계 최고 레슬러가 될 수 없다는 논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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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돌덩이 머리임을 안 상대 레슬러들은 경기할 때마다 나의 머리를 집중 공격했다.
경기 중 물어뜯기고. 발로 차이고. 밟히고. 의자에 찍히는 것은 다반사였다.


 

‘박치기’ 그것은 뇌를 단련시켜야만 비로소 빛을 발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것을 알지만 뇌 단련은 생명을 걸어야 만했다. 잘못했을 경우 뇌가 갈라져 결국 생명을 잃을 수 있었다.

 

뇌 단련은 상상할 수 없었고 후유증은 너무도 컸다. 한 번은 머리가 너무 아파 견딜 수 없었다. 스승은 병원 가는 것을 싫어하니 몰래 갔다. 진단 결과 가운데 목뼈에 금이 갔다. 의사는 “무모한 이마 단련을 당장 그만두지 않으면 평생 불구가 될 거”라고 경고했다. 의사의 경고는 나의 가슴을 짓눌렀다. 평생 불구가 된다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고.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의사는 목 기브스를 한 후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지만 난 그럴 수 없었다.

 

프로레슬링 선수가 입원한다는 것. 특히 스승 문하생들은 상상할 수 없었다. 얼마나 아팠는지 당하지 않으면 모른다. 저녁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사실 목을 달고 다니는(?) 그 자체가 힘들었을 정도였다. 목뼈에 금이 가니 목조차 가눌 수 없었다. 누가 나를 불러도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그 진단 결과가 나온 후부터 박치기 훈련은 물론 레슬링 훈련을 중단했다. 그런데 어느날 스승이 불렀다. 스승은 내가 레슬링 연습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그 이유를 물었다. “긴타로. 왜 이마 단련하지 않아”라며 버럭 화를 냈다. 난 스승에게 목뼈에 금이 갔다는 병원 진단 결과를 설명해 드렸다.

 

스승은 “뭐. 목뼈가 부러진 것도 아니고 금이 간 것 갖고 훈련을 안해”라며 지금 당장 훈련할 것을 명령했다. 그때 난 ‘스승은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상인이라면 깁스를 한 후 몸이 완쾌되면 다시 연습하라고 할 텐데 스승은 지금 당장 연습하라는 것이었다.

 

동료들은 나를 너무 딱하게 봤다. 긴타로를 죽인다는 것이었다. 나도 웬만하면 훈련하고 싶었다. 하지만 머리를 들고 있는 것도 힘들 뿐만 아니라 잘못하면 불구자 신세가 될 것이 뻔했다.

 

난 처음으로 스승의 훈련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목뼈에 금이 간 상태에서 이마 훈련은 무모한 짓이었다. 스승은 이마 단련 명령을 내렸는데도 내가 훈련을 하지 않자 어느날 나를 다시 불렀다. 그리고 다짜고짜 당수 촙으로 나의 머리를 내려찍듯이 한 방 갈겼다. “으악”하는 나의 비명이 도장을 뒤덮었다.

 

스승은 큰소리로 말했다. “목뼈가 부러지면 움직이지도 못한다. 넌 지금 움직일 수 있다. 금이 간 것도 움직이다 보면 뼈끼리 붙는다. 그것이 인체다. 더 단련해 봐. 그러면 진짜 돌덩이가 된다.” 스승은 레슬링을 하면서 보디슬램을 당해 떨어지면서 목뼈에 금이 간 사람들을 부지기수로 봤다. 또 스승도 목뼈에 금이 간 적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이를 악물고 견디고 또 견뎠다.


스승도 물론 목뼈에 금이 간 상태에서 이마 단련하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해하고 동정할 수 없었다. 스승은 나를 머지않아 세계 레슬링을 석권할 재목감으로 눈여겨보았다. 그래서 더 거칠고 고통을 주는 훈련을 시킨 것이었다.

 

나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란 심정으로 다시 이마를 단련시켰다. 처음엔 아파서 죽을 것 같았는데 시간이 지나니 통증이 가셨다. 느낌에 뼈가 다시 붙은 것 같았다. 흔히들 부러진 뼈가 붙으면 더 단단해진다고 하지 않는가. 스승이 강조한 “인체는 부러졌든 찢어졌든 간에 그냥 내버려 두면 저절로 치료된다”는 말은 허풍이 아니었다. 찢어지고 부러지고 그러면서 나는 ‘인간 핵탄두’로 변해 가고 있었다. 그 핵탄두는 박치기로 가공돼 ‘원폭 박치기’로 다시 탄생했다.

 

 

<계속>

정병철 기자
사진=이호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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