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의 막바지를 향해 치닫습니다.
어제는 오랜만에 아이들과 교실을 무지(?) 깨끗이 정리를 했습니다.
지금껏 무심히 지나쳤던 지저분한 것도 치우고
아이들의 작품도 정리하고
그러다 보니 교실이 무지 깨끗해지고
아이들도 기분이 좋아졌나 봅니다.
참고로 우리 학교는 44학급의 비교적 큰 학교입니다.
청소를 하면서 교실 한쪽 구석에 주인을 찾지 못한 우산들이 많아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렇게도 집에 가져가라고 했건만
지금은 주인이 누구인지도 모릅니다.
모든게 풍부해져 그것 하나 없이도 아무렇지도 않고
집에서도 찾지 않으니
주인 없는 우산이 교실 한켠에서 지금껏 그러고 있었겠지요.
이게 요즘 도시 아이들의 모습입니다.
2년전에도 37학급의 학교에서 근무했습니다.
그 때 생각이 나는군요.
한달에 한 뻔씩 주인없는 우산과 실내화를 수집해서 모아 보았습니다.
학교가 커서 참 많이도 모이더군요.
거의 새것에 버금가는 것들도 있었고요.
아이들에게 쓸 수 있는 것들은 다시 사용하라 권했건만
남이 신었던 신발,
그리고 한동안 주인없이 버려진 그 우산을 누가 사용하느냐고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았습니다.
이럴 즈음
시골 학교에 근무하는 선배 선생님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그 선배님은 같은 학교(도시학교) 에서 근무했던 선생님이신데
사정을 잘 아시는지라
혹시 버려진 실내화, 그리고 우산이 있으면 보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처리가 곤란했는데
잘되었다 싶어
우리반 자모 몇 분께 수고를끼치면서
깨끗이 빨고 고쳐서
또한 집에 있는 헌 옷가지까지
보내드렸습니다.
그 학교에서는 대환영이었답니다.
지금까지 양말 없이 다니던 아이도 그날만은 양말을신었고
실내화에 우산까지
그 날 그 시골아이들은
때빼고 광내는 날이었다나요.
뒤에 그 선배한테 거나하게 대접을 받았지만
뭔가 허전한 마음은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학생의 60% 이상이 결손 가정입니다.
믿지 못하시겠지만
이것이 현실입니다.
도시아이, 시골아이
무엇이 이토록 큰 갭을 만들었는지
과거 어렵게 살았던
우리의 기억을 촌스럽다 굳이 말한다해도
도시 아이들의 허영은 도를 넘었습니다.
청소 시간을 빌미로
이렇게 글을 올리지만
우리 아이들 좀 더 아껴쓰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점심시간에 컴을 붙잡고
모든게 부족하여...
초등 3학년때에는 교실에 나 뒹굴어진 조각연필이며
30센티 대나무자, 3분의 1쯤 쓰다 남은 지우개, 도루코 면도칼 등을
선생님께서 모으셔서 국어책 암기를 맨 먼저 하는 사람에게
상품으로 나누어 주셨던 기억이 새삼 나는구나
동상아!
좋은 일을 하였구나 네게 볼 품없었던 물건들이 그 선배 선생님에게는
너무나도 큰 선물이 아니었겠니.....
전남교육을 위해 불철주야 헌신하는 너네들을 볼때마다
우리아이들의 장래가 밝아진다. 자부심을 갖고 더욱 박차를 가해주기를
당부한다.
건강히 잘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