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이 시운은 인근 고울 군수들에게 사령을 보내 소집령을 전달했는데 영변군수 김 지태에게만은 따로참석하지 않으면 벌을 주겠다는 글을 따로 덧붙였다.
김 지태는 왠지 께름칙하여 아들 김 인준을 불러 상의하였다.
“네가 보기에 내가 꼭 그 자리에 갈 필요가 있겠느냐?”
“아버지, 어려우시겠지만 꼭 가시는 것이 좋겠사옵니다.
이것은 어차피 아버지를 불러들이기 위함인 것 같사옵니다.”
“내 생각도 그러하다면, 아무래도 꿍꿍이가 있는 것 같구나.
” 김 지태는 못마땅한 듯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그러니 이번에 가 실 때 필히 인장을 지니고 가십시오.
아마도 인장을 내놓아야 할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때는 서슴지 마시고 아무도 모르게 되돌려 주십시오.
“ 아니, 어찌 얻은 인장인데….”
“하지만 인장보다 사람의 목숨이 더 중요하지 않사옵니까?
필히 인장을 가지고 가십시오. 아버지.”
며 칠 후 김 지태는 평양으로 갔다.
평양감사 이 시운은 군수들을 맞이하여 큰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그런데 김 지태가 도착하자 평소와 다르게 반갑게 자신의 옆자리에 앉히고 술까지 따라 주었다.
김 지태는 이 시운의 환대가 석연치 않았으나 모른 척 하고 있었다.
이 시운은 그간의 안부를 다정하게 물으며 이것저것 음식을 권하는 등 김 지태를 마치 오랜 친구를 대하듯 하니오히려 주위 사람들이 어리둥절 할 정도였다.
한창 잔치의 흥이 무르익어 갈 무렵, 별안간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불이야! 불이야!”
모두 들 놀란 표정으로 서로 쳐다보고만 있는데 하인 한 명이 급히 이 시 운을 찾았다.
“대감마님! 대감마님! 큰 일 났사옵니다!
연광정에서 불이 났다고 합니다.
” 연광정은 평양 대동 강에 위치한 명소로서 많음 문사들이 풍류를 즐기는 유명한 곳이었다.
이 시운은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 났다.
“아무래도 내가 직접 가 봐야겠소.
김 군수, 잠시 내 도포를 맡아 주시오.” 이 시운은 자신의 도포를 벗 어 김 지태에게 건네주고는 서둘러 밖으로 나가버렸다.
순식간의 일이라 김 지태는 당황하여 어찌 할 바를 몰랐다.
‘아차, 이것이로군. 평양감사가 돌아와 인장이 없어졌다고 하며 나를 문책하려는 속셈이로구나.’
김 지태는 퍼뜩 정신이 들었다.
그는 아무도 모르게 인장을 이 시운의 도포 주머니에 넣어두었다.
그로부터 얼마지나지 않아 이 시운이 돌아왔다.
김 지태에게 도포를 돌려받아 입으며 주머니에 인장이 들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만면에 득의의 미소를 지었다 .
“다행이 불은 그다지 크게 나지 않았소이다.
괜히 잔치의 흥이 깨졌구려.
여봐라! 어서 음식을 더 내오너라!”
이 시운은 환한 얼굴로 크게 소리쳤다.
그날 저녁 이 시운은 따로 자리를 마련하여 김 지태와 마주앉았다.
“지난 일은 다 잊고 우리 솔직히 말해 봅시다.
우선 내 인장을 돌려주어서고맙소.
” 이 시운의 말에 김 지태의 낯빛이 사색이 변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대감.”
“아니오,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오.
난 단지 어떻게 내 인장을 가져갔으며 또 오늘 일을 어찌 짐작하고 인장을 다시 가져왔는지 그것이 궁금할 따름이오?
” 이 시운은 전에 없이 친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리 말씀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실은 저에게 아들놈이 하나 있는데 이 모두가 그 아이의 계략이었습니다.” “오호라, 그래요? 실은 나도 딸자식의 꾀로 오늘 인장을 되찾은 것이오.
하하하! ” 이시운은 김 지태의 아들의 지혜에 감탄하며 호탕하며 웃었다. “그래, 아들은 올해 몇이나 되었소?” “스물입니다.”
“그래요? 젊은 사람이 어지간히 영특하구려.
그러고 보니 우린 자식 덕을 톡톡히 보았습니다그려.” “그렇습니다.
대감?” “이보시오, 김 군수! 자식들 혼기도 꽉찼으니 우리 이 기회에 사돈을 맺는 것이 어떻겠소?”
“아니, 그리 황송한 말씀을 ….” “내 생각엔 이 모든 일이 다 하늘의 뜻인 것 같소!
만약 그 아이들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일 마주앉아 있을 수도 없는 일.
그러니 한시바삐 혼인 날을 잡아 두 아이를 맺어 줍시다.”
“대감과 사돈을 맺는 것은 저희 가문의 영광이지요.” “하하하! 이리 좋은 날 술이 빠져서는 안 되지.
여봐라, 여기 주안상 차려 내 오너라!” 하마터면 평생을 서로 미워하며 지낼 뻔했던 이 시운과 김지태는 지혜로운 자식들 덕에 지난날의 감정을 모두 잊고 사돈의 인연을 맺어 두 집안 잘 지냈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중앙국민학교 19회 영현이 아닌가?
난 성치 창욱이네
언제인가 친구하고 통화한적 있는데....
부산에 있다며~~
어릴 때 친구 생각 많이 나네
건강하구 부디 행복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