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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 동정(桐井) 원래는 산골 안에 금(金)이 매장된 마을이 있어 古羅金(고라금)이라 부르다가 마을 앞 연못가에 오동나무가 있고 그 밑에 있는 바위에 솟는 샘이 있다하여 동정이라 불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원래 동정, 신정, 성치가 한 마을이였는데 인구가 증가됨에 따라 성치, 신정마을로 분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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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삼길은 처녀의 인중에 손가락을 갖다 대었다.

다행이 처녀는 숨을 쉬고 있었다.

삼길은 급히 처녀를 들쳐 업고 집을 향해 달렸다.

오로지 처녀를 살려야 한다는 일념만이 뇌리 속에 뚜렷이 각인되어 있었다.

처녀는 꼬박 사흘을 식은땀을 흘리며 누워 있었다.

얼마나 놀랐던지 의식을 잃은 와중에도 간간이 비명을 지르며 헛소리를했다.

삼길의 노모는 밤잠을 설쳐가며 처녀를 간호했다.

삼길은 좋은 약초를 캐내 정성껏 달여 먹었다.

사흘째 되는 날 저녁이었다.

삼길이 처녀의 약을 달이고 있는데 방안에서 노모의 말소리가 들렸다.

“보시오, 이제 좀 정신이 드오?”

 삼길은 방안으로 들어가려다 멈칫했다.

왠지 쑥스러운 느낌이 든 까닭이었다.

삼길은 방문 앞에서 서성거리며 방안에서 새어나오는 기척에 귀를 기울였다.

“그래, 얼마나 놀랐겠소? 안심하시오, 처자 이젠 살았소!

”그로부터  한동안  처녀는 말이 없었다.

노모의 기쁨에 찬 목소리만 삼길의 귓전으로 흘러들었다.


 “뉘신지…, 그리고 제가 어찌 여기에…,” “하마터면 큰 일 날 뻔했소. 처자.

호랑이 밥이 될 뻔한 것을  목숨을 우리 아들이 구해 왔다오.”

“예?

”처녀는 노모의 말을 듣고서야 저간의 일들이 기억나는 듯 화들짝 놀라며
몸서리를 쳤다.

“진정하오. 자세한 이야기는 기운을 차리면 하도록 하고 어서 자리에 누우시오.”

처녀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다시 자리에 누웠다.

삼길은 다시 약탕기 앞에 쭈그리고 앉아 화덕에 푸푸 센 김을 불어넣었다.

처녀가 살아난 것이 정말 고맙고 다행이라는 표정이었다.

다음날 아침상을 물리고 난 후 처녀는 삼길의 부모님 앞에 큰절을 올려다.

“이 은혜 죽어서도 잊지 못할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은혜랄 것까지야 뭐 있겠소? 그나마 처자가  기력을 회복한 것이 고마울 따름이오.
 
삼길의 노모는 주름진 얼굴에 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곁에 앉아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삼길에게 처녀는 다소곳하게 이마를 숙이며

말했다.

“정말 고맙습니다. 무엇으로 이 은혜를 갚아야 할지….

"
아닙니다. 저보다 어머니께서 간호하시느라 애쓰셨습니다.”

“듣기에 맨손으로 호랑이와 대적하였다고 들었습니다. 이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

니지요.”

“아무리 호랑이라고 하지만 인명을 해하려 든다면 어느 누구라도 그러했을 것입니다.”

삼길은 스스럼없이  대답했다.

 “그런데 옷차림새를 보아하니 여염집 처자는 아닌 것 같은데 뉘댁 처자이신가?
 
마치 오랜 궁금증을 마음속에 품어 온 듯 노모의 말투는 조급하면서도 은근했다. 

“예 소녀의 아버지는 홍 판서 대감이시고 저는 그분의 무남독녀 외딸입니다. "

잠시 방안에 물속처럼 깊은 정적이 감돌았다.

삼길의 노모는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판서의 딸이라면 더 물어볼 것도 없었다.

사실 그녀는 삼길이 처녀를 업고 왔을 때부터 간호를 하는 동안 마음속으로 은근히

딴 마음을 품고 있었다.

행색으로 보아서는 웬만큼 행세하는 집안 규수 같았지만 아들인 삼길이 호랑이와  사투

를 벌인 끝에 처녀를 살렸으니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은근슬쩍 혼삿말을 꺼내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하여 일만 잘된다면 여태껏 노총각 신세를 못 면한 아들을 장가들여 오순도순 사람
사는 재미를  알게 해 주고 싶었다.

자신의 그런 속마음을 숨기려는 모양으로 노모가 얼른 말을 이었다.

“저런! 무남독녀 외딸이라면 귀하게 키웠을 텐데 호환을 당했으니 지금쯤 얼마나 기가

차고 속이 탈고?


그 소리를 흘려들으며 삼길은 방안에서 나왔다.

늦가을 햇살이 따갑게 느껴지는 아침나절인데도 팔뚝에 자잘한 소름이 돋는 걸 보니 겨

울이 머지않은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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