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새해를 산자락에서 그것도 고향친구들과 보내게 될줄....
ㅋㅋㅋㅋ
다들 평상시 집안에 점수 잘 받고 사는 친구들이라 그런지
출석율이 무척 좋았다.
모처럼 인공위성을 이용해 내가 보낸 메지시를 듣고 나타나 준 것이 고맙기만 했다.
고향 친구이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그 동안 얼굴이라곤 드러내지 않다가 뭔 맘을 먹었는지
정초 친구들 산악 모임에 적극 전화질까지 하게 되었다.
모처럼 나가면서 욕심은 많아 한꺼번에 친구들을 다 보고 싶은 맘!
친구인 너희들은 다 알지!
세월이 사람을 변하게 하고
세월이 사람을 닳게 하니
새침때기였던 나도 그렇게 스스럼없이 이친구저친구 남자애들에게까지도
전화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때론 ....
오랜 세월이 되려 사람을 가깝게 하는 걸 느낀다.
그런데 우리 여자 친구들은 중년의 나이를 어디로 먹었는지
다들 건강한 모습이더라.
예전의 아름다움도 그대로 인 듯 했다.
세월 앞에서 좀 덜 늙어보이려 노력했던 결과들이니?
내가 보긴엔 다들 삶에 진실하고 충실했던 흔적만이 보이던데.....
친구들아...
참 반가웠다.
다들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사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짓굿고 말썽구러기라는 인상만 남았던 종두는
어른이 되더니 더 멋있어 보이더구나.
홍섭이와 덕진이는 예전보다 살이 좀 쩌서 그렇지
예전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더구나.
병마와 이겨낸 도은이(남임이)는 수술후 오히려 더 건강해 보였다.
위기가 성숙하게 만들었을까?
건강한 모습이 나로 하여금 안도의 한숨을 쉬게 만들었다.
은자는 예전 그대로의 발랄한 모습이 좋아보였다.
내 남편은 한씨라서 그런지 한씨를 무척 반가워 하더라....
희정이, 상칠이, 윤택이, 상석이..
다들 나올 줄 알았는데 못나온 한씨들 동창회에서는 볼 수 있겠지?
금심이도 여전히 그 모습인데 검은 얼굴도 변치 않았더구나.
그 바다표 얼굴인가 싶다.
아이들 키우느라 다들 고생이 많지?
뒤 늦게 나타난 인숙이는 짧은 머리 탓인지 더 발랄해 보였고
소신껏 사는 모습이 보기 좋아보였다.
남편과 나타난 현희는 목사님 사모님 그대로인 것 같더라.
양띠인 아내가 고집스럽다는 유머있는 남편과도 행복해 보였고
일찌기 진급하여 제일병원 과장급수간호사로 일하는
내 친구가 자랑스럽기만 하더구나.
혹시 늦둥이 가질 생각이 있는 사람...
현희 도움이 필요하면 빨리 SOS처라.
훌쩍 커 버린 민자는 세월 속에서 키만큼이나 성숙해 보였고
동생과 함께 식당을 운영한다니 멋진 성공이 있기를 바란다.
귀엽던 은성이도 고등학교 들어가면서 남들보다 2배로 철이 들었다고
하던데 그 귀여움만은 여전히 남아있더구나.
알뜰살뜰 살아하는 은성이의 모습도 구경할 수 있었는데 딸들이
어찌나 예쁘던지... 나중에 사돈이나 맺어볼까나?
아무튼 늦깎이 대학생 우리 친구 은성이가 졸업해서
도예가로 나서면 나도 도예를 팔아준다고 약속했다.
막강 쇼핑몰을 가지고 있잖니 ....(부끄부끄...)
은정이 집에도 가게 되었는데 내 업무상 전국을 돌아다니다 보면
다른 친구들도 가까이서 만나게 될 것 같다. (담엔 누구 차례?)
지방에 살고 있는 친구들도 꼭 만나보고 싶다.
희순이도 얼굴이 변함이 없더구나.
목사 사모님은 아닌 것 같은데 집사님이라고 들었다.
내가 알던 바른 소녀...
그대로인 것 같다.
애들아!
이제
마흔이 넘게 살다보니 숨기고 싶은 살이 있는 것처럼
내 삶에도 숨기고 싶은 부분들이 때론 있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지난 시절에 함께 가졌던 추억이 있어서인지
친구들 앞에서는 내 흠도 드러내는 것이 자연스럽더구나.
학창시절 일하늘 바쁘게 살다보니 그 시절을 함께 하지 못한 부분이 많았지만
그래도 우린 함께 공유한 부분이 너무 많았던 것 같다.
어린 시절....
도덕적인 잣대가 엄격했던 탓에..
아니 우리들 마음이 순결한 탓에
그 때 도란도란 나누지 못했던 얘기들을
이제는 주름살 드러내며
땜질한 이라도 훤히 드러내며
얘기 하고 싶구나.
지금 보니 우리 친구들 자랑스럽다.
비록 그 자리에 나타나지 않은 우리 친구 현경이며
공예품 사장님 이순이, 뒤늦게 공인중개사 사장님이 된 은영이,
영어강사로 열심인 은신이....
사원까지 알뜰살뜰 챙기는 정미숙
희정이....
여기서 이름을 다 부르지 못했지만
우린 함께 학교 정문을 세웠고
함께 학교 계단을 만들려고 바닷가에서 돌을 나르지 않았니?
공부보다는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현장에 나섰고
함께 보리를 베었고 그 해 바다 농사가 안되었다고
당연히 하는 앨범도 못 만든 .....
혼자 공부한 시간보다는 함께 일했던 기억이 많았던 우리들 아니었니?
다들 자랑스럽다.
섬에서 파란 보다만 본 것이 아니고
바다 한 가운데 칼바람 속에서 물묻은 손이 무감각해진 것을 느끼며 자랐고
새벽에 일어나 작은 손 호호불며 김도 건네 보았기에 이리 강단져진걸까?
난
참 행복한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어린 시절 나를 성장하게 해준 자연과
나를 키워낸 부모님이 감사하게 생각된다.
성장해서는 나를 지켜준 사랑하는 사람이 있기에 행복했고
지금도 찾아갈 수 있는 고향이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큰 바다가 있었기에 우리는 꿈꾸며 살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타성에 젖지 않고 꿈을 꿀 수 있었던 것도
저 건너 쉽게 볼 수 없는 세상에 대한 그리움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고
저 건너 낯선 땅에 대한 환상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때론 나를 아프게 했던 부모였고
때론 내가 아프게 했던 부모님이 있었기에
떠나려 했건만 다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던 고향이다.
우리네가 함께 숨쉬던 그 곳...
손이 부르트도록 일을 했던 그 곳인데...
아프다고 말해도 꿈적도 않던 묵묵부답의 바다였는데
그 고향이 왜 이리 마음 저리도록 느껴질까?
지금도 고향을 지키고 있는 친구들
검은 구릿빛 얼굴이 여전히 "바다표 인생"이란 걸 느끼게 하더구나.
한때 그 구릿빛이 싫어 목욕탕에서 힘들여 때를 빡빡 밀곤했는데
이제와 생각하면 그 빛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이었던지.....
애들아...
늙은이는 과거를 본다고 하더라.
과거만 그리워하자고 쓰는 글은 아니고
과거를 잊지말고 살자는 것이다.
우리는 아직 젊지 않니?
2008년은 희망차게 살아보자구나.
바다에서 불어오는 칼바람 속에서도 우리는 잘 견디며 살아 왔잖니?
이번에 친구들 만나면서 다시 그 칼바람을 생각해 보았다.
올 한해도 살다보면 어려운 일이 왜 없겠니?
하지만 그 때보다 어렵겠니?
힘내고 살자!
어떤 것도 할 수 있는 우리들이다.
이제 인생의 반을 산것 같다.
지금부터 멋진 탑을 쌓아보자구나!
아자!!!
자기 분야에서 열심인 친구들!!! 사랑한다!!!
그리고 항상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애숙이도^^
9회 친구들 올해도 화이팅!! 하구 12개월이 지난 올 동창회때
또 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