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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수년전 대학로에서 신영복 교수님의 강연를 듣게 되는 기회가 있었다.
통혁당사건으로 20년 복역 후 세상에 나왔더니
그때 강했던 사람들은 다 부러지고 개인적인 삶에 매몰되어 살더라는 말은 하더군요.
유약한 듯 갈대처럼 바람에 유연하게 대응했던 사람은 자신의 삶과 가치관을
곧게 지키며 살더라 하시며... 

어리석은 자의 우직함이 세상을 바꾼다는
말을 하더군요
 

우리시대 정신적인 스승 신영복 교수

20년 20일의 수감생활, 오랜 시간 사색과 성찰로 쓴 책 한권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 나무야, 더불어 숲, 강의(나의 동양고전 독법)
수많은 당대 문장가들의 글을 접하지만
진솔한 사색의 깊이는 글을 발효시켜
언어의 멋스러움과 인문학적 상상력을 풍부하게 한다.

책을 읽을 때 마다 품격 있는 글쓰기에 절로 고개가 끄덕인다.
오랜 수감생활의 고독과 사색이 문장에 깊게 스며들어 간결하고 기품 있는 글이
큰 산처럼 우리에게 울림을 준다. 

수필은 시대의 아픔과 분노를 담되 격문이어서는 안 되고
인생의 고뇌와 회의를 담되 사변이어서는 안 되고,
문학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담되 미사여구의 분장이어서는 안 된다. 

신영복 교수의 글은 뜨겁고 강하고 아픈 이야기를 낮고 조용하고 부드럽게 하는데 있다.
말은 다함이 있되 뜻은 무궁한, 남아도는 맛이 있고 남아도는 뜻이 있어 여운이 깊다. 

글쓰기에서 남을 대 할 때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하고
자기를 닦기는 겨울 서리처럼 매섭게 하라는 생활신조가 묻어있다. 

점필재 김종직,김굉필,남명 조식선생등, 비판의 진지 영남사림의 혼을 일제 때는
약산 김원봉, 지금은 신영복 교수님이 이은다고 할 수 있다. 

신영복교수의 화두는 사람과 사랑이었다.
 

그는 너무도 낮고 비천한 곳에서 사람을 거울로 삼는 법을 터득 하였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계수씨에게 보낸 편지는
없는 사람이 살기에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 하지만
여름은 자기 옆 사람을 증오 한다는 사실 때문에..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 합니다.
왜냐하면 여름 징역의 열 가지 스무 가지 장점을 일시에 무색케 해버리는 결정적인 사실
-여름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 사람을 단지 37도의 열 덩어리로
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 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인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중의 형벌입니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미워한다는 사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미움을 받는다는 사실은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더욱이 그 미움의 원인이 자신의 고의적 소행에서 연유 된 것이 아니고
자신의 존재 그 자체 때문이라는 사실은 그 불행을 매우 절망적으로 만듭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을 불행 하게 하는것은 우리가 미워하는 대상이
이성적으로 옳게 파악되지 못하고 말초감각에 의하여 그릇되게 파악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알면서도 증오의 감정과 대상을 바로 잡지 못하고 있다는 자기혐오에 있습니다. 
 
꾸준히 자신을 지키는 사람의 특징은 양심의 가책에서 출발한 사람이라고..
양심적인 사람이 가장 강하게 버틴다고...

우리 시대 신영복을 다시 읽어야 한다. 읽고 또 읽어야 한다.

글이 곧 그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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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소홍섭 2009.08.06 10:27
    시대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뜨거운 열정이 있던 분들은 한권의 책이라도 접 했을 것 입니다.
    원교 이광사,다산 정약용,추사 김정희의 특징은
    유배지에서 내공을 길러 학문적 완숙및 해당분야에 큰 족적을 남겼습니다.
    오랜 사색는 새로운 창조및 성찰의 근원 인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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