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9 화 : 좋은 것 같아요!
어떤 행사를 하는 곳에 취재를 나간 아나운서는 이따금씩 주위의 관객들과 인터뷰를 하여 그 행사를 더욱 생생하고 실감나게 방송하는 경우가 있다.
나도 이런 인터뷰를 두 번(무등경기장에서의 야구 관람 시와 무안 낙지축제 때) 해보았고 다른 한 번은 카메라에만 찍혔는데 이전 두 번의 인터뷰는 방송을 못 탔지만 카메라에 찍힌 장면은 방송을 타 유명세(?)를 치른 적이 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장면이 복날 개고기를 맛있게 먹는 장면이었으니 자랑할 만한 일도 아니었다. 공무원 신분에 평일 점심시간의 소주병은 쥐약과도 같은데 눈치 없는 카메라 기사는 연방 맛있게 먹어달라는 주문과 함께 카메라를 들이대니, 이거 원! 그러한 상황인지라 나는 카메라에 눈길도 못 주고 먹는 것에만 신경을 쓰는 척했으나 안면은 굳어질 수밖에. 그날 밤에 걸려오는 전화가 몇 통이었는지 기억나지도 않는다.
오늘 내가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인터뷰할 대의 답변인 “〜는 것 같아요!”의 폐단이다.
가령 단풍놀이를 온 여행객에게 아나운서가 “오늘 단풍을 본 기분이 어때요?”라고 물으면 열이면 아홉이 “모처럼 가족이 전부 야외로 나와 맑은 공기도 마시고 형형색색의 단풍을 보니 정말 기분이 좋은 것 같아요!”라고 대답한다.
언어 구사력이 대단히 뛰어나다고 생각되는 이 인터뷰상의 문장은 맞는 문장인가? 틀린 문장인가?
굳이 답하자면 문법적으로는 아무 잘못이 없는 완벽한 문장이지만 어법상으로는 문장 마지막인 ‘절말 기분이 좋은 것 같아요!’가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라고 하였어야 맞는 문장이 될 것 같다.
‘같아요’의 원형은 ‘같다’인데 ‘같다’의 뜻은 다 아는 바인 아래와 같다.
①서로 다르지 않고 하나이다. ②다른 것과 비교하여 그것과 다르지 않다.
①의 사용 예는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가 될 것이고, ②의 사용 예는 ‘큰 형님은 아버지와 같다’가 될 것이다.
그런데 위 인터뷰상의 문장과 같이 ‘자기 마음상의 느낌이 어떠한가?’하고 물으면 좋으면 ‘좋다’ 좋지 않으면 ‘좋지 않다 혹은 나쁘다’라는 자기의 기분을 확실하게 말해야 하는데 좋은 지 좋지 않은지가 불분명한 ‘좋은 것 같다.’라니.
곧, ‘〜는 것 같다.’라는 말은 자기의 주장이나 의견에 확신을 가질 수 없는 경우에 쓰이는 표현이다.
“특히 그런 표현방식은 특히 젊은 아가씨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와 같이 나의 의견을 말할 때처럼.
각설하고,
‘가르친 사위’라는 단어를 소개한다.
왜?
이 단어가 「창조성이 없이 무엇이든지 남이 가르치는 대로만 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기 때문이다.
무슨 말인고 하면 서시빈목(西施嚬目)이라는 고사도 있듯이 위 ‘〜는 것 같다.’라는 말이 유행하는 것이 문장의 정확한 의미를 모르면서 남이 그렇게 하니까 너도나도 그렇게 하는 요즘 세태의 한 단면이 아닌가 싶어 그렇게 줏대가 없는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서시빈목(西施嚬目) : 눈살을 찌푸리는 것을 흉내 낸다는 뜻으로, 쓸데없이
남의 흉내를 내어 세상의 웃음거리가 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 또는 남의 단점을 장점인 줄 알고 본뜸을 비웃는 말.
※중국 월(越)나라의 미인 서시(西施)가 가슴앓이로 눈살을 찌푸렸던 바, 어떤 추녀가 그 모습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면 아름다운 줄 알고 자기도 눈살 찌푸리기를 일삼아 마을 사람들이 모두 도망쳐버렸다는 고사에서 비롯되었다. 옳고 그름과 착하고 악함을 생각하지 않고 함부로 남의 흉내를 내는 것을 비유하여 '효빈(效嚬)'이라고 말한다. 서시효빈(西施效嚬)·서시봉심(西施捧心)도 같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