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 화 : 쫀뺑이 낚시
몇 년 동안 보이지 않아 멸종되었나 싶었던 쫀뺑이가 재작년부터인가 녹동 어판장에 나타나서 하도 반가워 몇 마리 사서 구워 먹은 적이 있다. 입맛이 고급화되어서인지 어릴 적의 그 맛은 느낄 수 없었지만 담백한 맛은 그대로였다.
작년여름에 직장 동료들과 금당도 등 섬 유람을 하며 옥룡마을 앞에 있는 형제섬 앞에서 던진 릴에
그 쫀뺑이가 올라왔다. 멀리 허우도 등에서는 많이 낚인다는 소식이다.
어릴 적,
우리 마을 사람들은 여름철이면 물 흐름이 세지 않은 조금 물때에는 하릴없이 쫀뱅이 낚시를 간다.
술무테 하나와 미끼 조금만 있으면 준비 완료.
마을 앞바다에 있는 먹섬 앞에서부터 사방이 쫀뱅이 낚시터인지라 준비랄 것도 없다.
손수 노 저어 물 흐르는 대로 배를 맡겨놓고 (줄이 엉키지 않고 ‘여걸림’이 없도록 배의 방향은 일정하게 한다) 줄을 당겼다 늦췄다(이렇게 하는 것을 ‘시울질’이라 함) 하면 입이 커서 먹성이 좋은 이놈들은 여지없이 미끼를 물었다. 이놈들의 먹성이 얼마나 좋은가 하면 미끼가 떨어질 경우 그 고기의 턱살을 떼어 미끼로 사용하여도 자기 동족의 살인지도 모르고 곧잘 걸려든 놈들이다.
이렇게 낚시질을 시작한지 서너 시간이면 경험이 많아 솜씨가 좋은 사람은 백여 마리, 초보자들도
사 오십여 마리는 너끈히 낚아 올렸으니 기술이 별로 필요 없는 만인의 낚시질이었던 것이다.
대나무로 만든 낚시대(우리는 이것을 '천때'라고 불렀다)로의 갯바위낚시와 진몰 앞바다의 펄 밭에서 문절이 낚시가 전부였던 어린 우리들도 가끔씩 어른들의 틈에 끼여 쫀뱅이 낚시를 할 기회가 있었으나 역시 어른들처럼 많이 낚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내가 낚은 고기라고 끼미를 만들어 자랑스럽게 어깨에 둘러메고 집에 오곤 하였는데
그 끼미의 표준어가 ‘꿰미’란다.
나도 이따금씩 즐기는 릴낚시가 대세인 요즈음 그 원초적인 시울질로 하는 쫀뱅이 낚시를 다시금
해볼 기회는 없겠지만 우리의 기억 속에 생생한 검붉은 빛의 입이 큰 조금은 못생긴
그 쫀뱅이의 학명이 ‘쏨뱅이’라는 것을 밝히며 맺는다.

쏨뱅이 - 양볼락과의 바닷물고기. 쏘가리와 비슷한데 몸의 길이는 20cm 정도이며, 대체로 붉은 갈색
또는 검은 갈색이다. 등지느러미에 12개의 가시가 있다. 태생어로, 식용하는데 한국, 일본, 대만, 중국 등지의 연안에 분포한다.
여걸림 - 바다낚시에서 여나 장애물에 채비가 걸리는 일. (우리 시골에서는 ‘걸’ 또는 ‘걸걸림’이라고 함)
시울질 - 물고기의 식욕을 돋우기 위하여 줄에 달린 미끼를 움직이게 하는 일.
꿰미 - ①물건을 꿰는 데 쓰는 끈이나 꼬챙이 따위. 또는 거기에 무엇을 꿴 것. ②(수량을 나타내는 말 뒤에 쓰여) 끈 따위로 꿰어서 다루는 물건을 세는 단위.
(이 글은 2007년 말에 썼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