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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수놈의 이팝꽃

by 천창우 posted May 3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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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웬수놈의 이팝꽃

                                          천창우


해는 참 길기도 했어. 밭주인 몰래 밀 보리 서리 해먹기도 허기져 껌뎅이 묻은 얼굴들 마주 쳐다보며
웃었지. 그 아이 어른이 돼서 사는 용강리, 4차선 아파트 길 양쪽에는 생일이나 설날이래야 구경할 수
있었던 이팝이 제삿날 사립문 밖 까치밥처럼 고봉으로 담겨 하늘을 가립니다.

조계산 보리밥집에는 언제부턴가 이밥에 진절머리난 사람들이 임도 보고 뽕도 따는 거라며 살 빼고
꽁보리밥 먹는다고 구름처럼 몰려드는 발길에 큰굴목재 허리는 바람이 들고, 허름한 화전민집에서
새끼들과 먹고 살자고 송광사 선암사 넘나드는 스님들에게 꽁보리밥 꼽삶아 열무 쌈에 막된장 내놓
던 보리밥집이 시방은 네 집이나 생겨나서, 줄을 서서 두 서너 식경이나 기다려서야 적저금 타다먹던
보리밥을 이젠 손님대접 받으며 제대로 앉아서 먹습니다.

창고마다 무장무장 쌓여가는 쌀가마니들 배곯은 형제에게 보내고 싶어, 점심 참 열자마자 푸른 풋콩
섞인 이팝 한술 떠서, 고시레! 북녘 가는 철새에게 부쳐주고 해맞도록 무논에 물꼬 잡는 아부지. 장독
대에 쌓여가는 싸락눈만 봐도, 시린 5월 하늘아래 눈이 부신 이팝꽃만 봐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는 아부지. 지는 흰 꽃잎인가 쌀값은 땅바닥을 궁글어도 손주 놈 엉덩짝 같은 옥답 그냥 묵힐 수 없어
끄시름이 철매처럼 열린 한숨은 보릿고개 때나 매 마찬가진데, 등골을 빼먹는 이놈에 쌀이 웬수라고.
이팝꽃 보고 통일벼 이밥 한 그릇 소원하던 그날이 하마 더 눈이 부십니다.     
    
    • ?
      고운 천창우 2010.05.30 15:52

      파도가 넘실대는 고향의 푸른 바다가 보고 싶은 계절입니다.

      고향을 지키시는 님들과 친구들, 그리고 흩어져 열심히 생활하시는 님들의

      소망하시고 하시는 일들이 모두 신록처럼 푸르렀으면 참 좋겠습니다.

      오랜만에 고향 앞바다 오천 돌무지의 파도소리에 퍼질러 앉아 쉬었다 갑니다.

      늘 좋은 날들이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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