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이도 뜨거웠던
그리고 또 길었던
여름이 간다
스쳐 지나갈 소나기 조차
애타게 기다렸던
여름이 간다
산 중턱 바위엔
말라가는 잎파리들
황색으로 흉하게 변했고
바람은 후덥지근하게
밤낮으로 불었다
그래도 가을은 온다
조석으로 찾아온 서늘한 바람
더디게 더디게
늦장부리며 게으름 피고 온다
길가엔 코스모스 없고
발 고랑엔 고구마 줄기 없어도
억새풀 누렇게 변할 준비하고
칡덩쿨 잎파리들 말라 비틀어져 간다
그래도 마음 한곳 여유로운 것은
황금빛 누런 벼들 문 앞에 녈려있고
수 많은 참새 때들
쉼 없이 날고 뜬다
멋을 부린 허수아비
왠지 정 겹고
쏘아 올린 불꽃 소리
아직은 낯 설다
비실거리며 흔들거리며
가을은 오고
기다리는 초추의 문턱엔
옛 벗들의 얼글이 어른거린다
선배님의 몇 행간의 싯귀가 더 훌륭한 명품입니다
늘 그래왔듯이
향촌의 가을은 이렇게 문틈 사이로
스멀스멀 오시려나 봅니다
코스모스 하늘거려
서늘한 바람은 젖어들고
억새는 허리감아 적대봉에서 슬피 우니
이 얼마나 멋진 장관입니까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무탈허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