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다 죽을 당신
글 / 남창욱
그는 여전히 왕이셨습니다.
스스로 천한 종이셨지만
회오리 바람을 명하시고
이성 잃은 파도를 명하여
잔잔케 하시는 분이셨습니다
죽음이 포효할 때에도
세상을 이기었노라 하셨습니다
그는 여전히 부유하셨습니다
누울 무덤 하나 없으셨지만
가난과 허무로
가득찬 광야를
부유함으로 채우시는 분이셨습니다
그는 여전히 사랑이셨습니다
어두운 거리에
몸을 파는 여인이
슬픈 꽃처럼 낙화되는
손가락질 속에서도
포근히 안아주신 분이셨습니다
그는 여전히 샘물이셨습니다
목 타는 사막을 거니시면서도
목마른 사연을 담은
여인의 가슴에
시원한 샘물이 흐르게 하셨습니다
시간은 이렇게
지표 위를 스쳐가지만
사연은 이처럼
쓸쓸히 살아지지만
그 이름 예수
변치 않을 예수
꽃잎보다 아름다운 예수
바다보다 깊은 예수
하늘보다 높은 예수
우주보다 넓은 예수
내 애인 되신 예수
내 젊음과 늙음을
다 바치고 싶은 예수
부르다 부르다 죽을 당신
부르다 부르다 지쳐 쓰러져도, 부르고 싶은 이름이 있어 우리는 행복한 거군요.
누군가를 위해 목숨바쳐 사랑한다는 것, 사람의 힘으로는 어려운 것 같네요.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시간은 흐르고 사랑도 흐르고, 그러나 늘 인간의 가슴은 사막입니다.
샘물을 떠서 시원스레 한 잔 쭈욱 마시고 싶네요.
이 답답한 마음을 폭포수로 씻어내고 싶은 날이네요. 속초엔 가을비 내리내요..지금...
선배님의 글 속에서 약수를 한 바가지 퍼마시고 미소지어 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