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뜬 아침 나절, 허리굽은 어머니 예전엔 샛길로 걷던, 지금 경운기로 가는 은빛바다가 보이는 왕들에 갔다.
마름질 해 줄 농사꾼 없어 작년에 어머니가 열 마지기 밭에 마늘종자를 심었었다. 그 왕들밭 마늘이 검버섯처럼 자랐다.
“알이 잘 여문 마늘은 캐기도 쉬운디, 알이 잔 마늘은 뿌리만 무성해 잘 캐기도 힘들어. 얘야, 세상살이 어디에 공짜가 있다야, 네가 서울 올라가 몇 달 머물면서 밭에 거름도 제때에 주지 않았는디”
오마니는 투덜거리며 사나흘 마늘을 캐어 땡볕에 말리고 이틀은 한 접 한 접 엮고 하루는 들에서 말렸다
마늘꾸러미들 육촌 종석 형이 낡은 경운기에 실고 탈탈 탈탈탈 대며 경운기는 십리를 달렸다. 농협공판장에 지천으로 쌓인 마늘들 사이에서 공개입찰해 팔았다. 오마니 겨울 봄 내내 키운 마늘을 팔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 화가 나서 유자막걸리 서너 잔을 마시고 취했다
“허허, 세상에 열 마지기 일년 마늘 농사값이 이백여 만 원도 안 돼야, 종자값, 비료값에 본전도 못 건졌다잉. 차라리 뭍에 나간 친척들에게 모두 부쳐주어 버릴 걸”
바닷바람 허허부는 넓은 마당에서 어머니는 대뇌었다
몸빼바지가 그립습니다.
땅은 거짓말을 안한다죠..그런 땅에서 거둔 수확량이 이내 지폐로 환산되는 순간 보람도 있겠지만
허무함도 있겠죠. 돈을 쓰기는 쉬워도 벌기는 어렵잖아요. 도시에 살면서
시골 농사 지은 농산물 택배로 받아보며 정말 그 당시에만 부모님의 노고를 기억하곤 했습니다.
이제는 후회가 되어요. 돈을 아껴서 부모님 드릴 걸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