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그리고 어머니
눈부신 8월의 햇살이
애처러이 스러지는 끝자락에
켜켜이 쌓아둔 추억이
그리워
남도 천리
섬 하나 외로운
거금도를 찾았습니다
비린 바다는 여전했지만
산도 변하고
길도 변하고
사람도 변하고
유년의 꿈이 어린
초등학교 운동장엔
잡초만 무성하고
무지 사랑했던
숙이는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았습니다
폐허 같던 옛 산은
푸르름으로
부유했지만
눈을 감고 걸어도
걸을 것 같던
적대봉, 홍리 뒷산 길은
자취를 감춘지 오래였습니다
그렇게 멀게 보이던
황토 길을
눈 깜짝할 사이에
섬 하나를 돌아
추억을 찾았지만
아련한 기억속에 남았습니다
꿩을 잡기 위해
오르내리던
보리밭 한켠에
외로이 묻혀계시던
아버지의 묘는
울창한 숲에 가려 있고
20여년 만에
아버지 앞에 선 나는
먼 하늘을 바라보다
눈물의 언어로 말씀드렸습니다
아버지 아들입니다
제가 돌아왔습니다
겨울나무들이 윙윙 울며
눈보라 치던 겨울날
아버지 상여꾼 뒤를
철없이 뛰어 다니던
까까머리 아들이
반백의 나이가 되어
불효자로 왔습니다
이처럼 서러운 흐느낌이
아버지 묘를 돌아
훠이워이 허공으로 날아가고
석양의 노을이
황혼으로 물들 때
나도 아버지 곁에
잠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고향을 떠나오며
녹동으로 가는
철선 위에서
멀어져 가는 금산을 바라보며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
내가 홀연히
피곤한 날개를 접고
이승의 옷을 벗는 날
아버지 어머니 곁에
한줌의 흙으로 돌아와
세상 근심 내려놓고
편히 눕겠습니다
미리 찾으셨나 봅니다.
살아있는 모든 육이나 떠도는 영이나
한낱 스치는 바람일 따름입니다
긴시간 여행하시고 주님 앞에 오셨군요
무척이나 기다려지고 보고파 했었는데!
한 달포는 자리를 비우신것 같아서요.
이제는 쉬이 절기의 변화를 느낍니다.
낮 동안은 타다만 불덩이가 아직 위용을
드러내긴 합니다만 많이 쇄잔해 졌구여.
남도 기행이라고 해야하나요?
아님 중년의 귀향이라고 할까요?
한번이라도 뒤돌아 볼수있는 세상의 이치가
반백의 나그네에 시사하는 바 크지 않았으려나....
어머님 아버님 영전에 엎드려 경건한 예의를
드리신 그 애닲은 마음은 짐작하고도
남음을 수없이 경험했습니다
때로는 감내하기조차 어려운 고통까지도요
오랫만에 찾으신 고향길이 두고두고
사람들 속에 회자되시길.....
어린시절 초등학교를 다녀오셨군요
과연 그곳이 우리에게 지혜을 가르쳐주고
자아를 길러준 곳였던가를 의문하게
하지는 않았는지요?
아마 저와 비슷한 상념였으리라!
남 선배님 건강은 좀 어떠시나요?
주님의 세상에서 충분한 삶 영위하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