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서
남 창 욱
생이 이렇게 허무한 줄
몰랐습니다
이별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유난히 하늘 푸르던
1993년 만추의 북한 강변
눈이 시리도록 고운 단풍이
소슬한 바람에 흩날릴 때
나는
노을진 석양을 바라보며
쓸쓸히 떨어질
서러운 낙엽이었습니다
유난히 빛나던 별들도
산산이 부서지는 아픔으로
빛을 잃고
두둥실 떠가던 보름달도
이즈러진 조각달이었습니다
산마다
강마다
은빛 백사장 해변에도
계절이 지나간 자리에는
흐르다 멈춰버린 강물이
애절한 눈물바람이 되어
야윈 두뺨에 흘렀습니다
처량하게 떨어지는
무정한 잎새는
제 길로 갔지만
홀로 외로운 저 가지에도
세월이 오면
무성한 잎이 피어날 것입니다
하지만
덧없는 내 인생은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통곡의 눈물사연을 담은
즈믄 저 강물처럼
속절없는 눈물로 흐르고 있습니다
눈물이 강물이 되어....
비가 내리는 화욜....
밤새 재난구조 상황을 티비로 경청했습니다
천재지변으로 생과사의 기로에서 고통 받고 있는 민초들을 위한 간구 입니다
빗줄기가 그치고 이젠 태양이 떠오르길..
갑자기 덮친 수해로 보금자리를 잃고 피난길에 오른 님들의 가슴속에 희망의 불씨가 꺼지지 않길 소망 합니다
남창욱님! 건강은 좀 호전이 되셨는지요??
사시는 곳엔 비 피해 없으신지요??
빛으로 충만 하시길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