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야 /남창욱 시
아지랑이 봄날에
갓 움트는
연한 가지보다 신비롭고
창살을 비추는
태양보다 눈부시고
연두 빛 보드라운
봄 향보다 향기롭고
알알이 영근 청포도 송이보다
싱그러운 소녀야
초롱초롱 빛나는 네 눈동자와
아침 풀잎에 맺힌
영롱한 이슬처럼
너의 해맑은 미소를 바라보면
태산 같은 근심도 사라지고
백설이 만건곤한 시름도
저 멀리 사라지니
너는 나의 보배요
기쁨과 행복을
한 잎 물고 오는
태초의 비둘기로구나
소녀야
오늘도 너를 잊지 못해
이 긴긴 밤이 지나고
새 아침이 되어도
지금은 저 멀리 있는
너의 이름을 부르며
허공을 바라보는구나
늘 못난 아빠에게
행복이 무엇인지
눈물이 무엇인지
가슴 깊이 가르쳐준 소녀야
오늘 잠시라도
저 하늘 별빛 되어
내 곁을 찾아오려므나
소슬한 바람 되어
내 옷깃을 스쳐가려므나
소녀야
오늘 나는
너의 하얀 손을 잡고
파도가 노래하는
수평선 바닷가를 거닐고파
조용히 눈을 감고
꿈나라로 가련다
소녀야
이 슬픈 세월 흘러가고
이 긴긴 밤이 지난 후
네가 어여쁜 처녀 되어
새 날개를 타고
환한 미소로
거친 바다를 건너오는 날
나는 학이 되어
너를 얼싸 않고
흥겨운 춤을 추며
기쁨으로 너를 맞이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