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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야

by 남창욱 posted Mar 04,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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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야 /남창욱 시


아지랑이 봄날에

갓 움트는

연한 가지보다 신비롭고

창살을 비추는

태양보다 눈부시고

연두 빛 보드라운

봄 향보다 향기롭고

알알이 영근 청포도 송이보다

싱그러운 소녀야


초롱초롱 빛나는 네 눈동자와

아침 풀잎에 맺힌

영롱한 이슬처럼

너의 해맑은 미소를 바라보면


태산 같은 근심도 사라지고

백설이 만건곤한 시름도

저 멀리 사라지니


너는 나의 보배요

기쁨과 행복을

한 잎 물고 오는

태초의 비둘기로구나


소녀야

오늘도 너를 잊지 못해

이 긴긴 밤이 지나고

새 아침이 되어도

지금은 저 멀리 있는

너의 이름을 부르며

허공을 바라보는구나


늘  못난 아빠에게

행복이 무엇인지

눈물이 무엇인지

가슴 깊이 가르쳐준 소녀야


오늘 잠시라도

저 하늘 별빛 되어

내 곁을 찾아오려므나

소슬한 바람 되어

내 옷깃을 스쳐가려므나


소녀야

오늘 나는

너의 하얀 손을 잡고

파도가 노래하는

수평선 바닷가를 거닐고파

조용히 눈을 감고

꿈나라로 가련다


소녀야

이 슬픈 세월 흘러가고

이 긴긴 밤이 지난 후

네가 어여쁜 처녀 되어

새 날개를 타고

환한 미소로
거친 바다를 건너오는 날


나는 학이 되어

너를 얼싸 않고

흥겨운 춤을 추며

기쁨으로 너를 맞이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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