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낡은 집

by 진평주 posted Oct 21, 200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내일은 한가위다. 한 사내가 고삿길을 걷고 있다. 문득 사내는 종가로 종종걸음으로 휘적이며 가고 있다. 인적이 드문 시골길은 길이 아닌 풀밭이다. 동네 아낙들 빨래터 우물가도 이름 모르는 수풀로 무성하다.  종가의 담장 벽은 허물어져 있다. 사내는 자신도 모르게 저 멀리 감나무에 걸린 한가위 달을 본다. 종가 대문 앞에 사내 혼자 서서 붉은 눈물을 닦는다.  종가의 대문은 썩어 벌이 떠난 벌집이다. 삼대가 함께 살던 종가 앞마당에 무성히 자란 풀이 벽처럼 발길을 막는다. 사내는 마음이 움찔거려 눈이 더 동그래진다. 햇살 쬐이면 할배와 땅콩까던 토방도 담쟁이넝쿨 세상이다. 담쟁이넝쿨이 천천히 돌담을 넘고 넘어 기와지붕까지 아가리 속으로 삼켜 버렸다. 마당에 무성한 풀들 불온한 눈꺼풀을 올려 뜨고 본다. 뒤뜰 언덕엔 떨어진 개살구 썩어 나뒹군다.  텅빈 큰방 안에 벗겨진 도배지 겹겹으로 처진 거미줄에 죽은 벌레들 엉켜있다. 글공부하던 사랑방이 있던 가옥은 전쟁터의 폐가처럼 한쪽은 허물어져 있다. 하늘로 향한 감나무만 옛 이야기를 혼자서 바람에게 전하고 있다. 땅에 떨어진 감은 썩고, 낙엽은 불온한 전단지처럼 흩어져 날리고 있다. 할배귀신이 방문 열고 '홍시는 까치밥이야'라고 외치는 목소리에 사내는 종가 밖으로 줄 행랑친다.
 
  미발표 작품입니다. 퍼가시는 일은 삼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윤당 합장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문인들의 해변 문예학교가 열리는 소재원 4 file 운영자 2004.11.23 24727
92 꿈이 아니길 8 한경은 2006.08.09 2854
91 눈물을 감추세요 13 남창욱 2006.07.29 2670
90 동행 9 꼰니미 2006.07.27 2684
89 고향을 떠나왔소! 4 황차연 2006.07.23 2540
88 어디쯤 오고 있습니까 15 남창욱 2006.07.21 3167
87 기로에서 11 남창욱 2006.07.14 2571
86 아버지 4 남창욱 2006.07.13 2257
85 잡초 3 남창욱 2006.07.02 2659
84 어머니 9 남창욱 2006.07.01 2381
83 바다의 연가 6 남창욱 2006.06.09 2499
82 억세꽃 피는 날에 남창욱 2006.06.04 2410
81 선 인 장 8 남창욱 2006.05.06 2745
80 필연의 이유 2 남창욱 2006.04.22 2602
79 은사님께 드리는 글 황차연 2006.04.18 2887
78 그대 곁에 서고 싶다. 9 박성준 2006.03.29 2642
77 소녀야 남창욱 2006.03.04 2852
76 적대봉 억새 4 진평주 2006.02.04 2499
75 님이 오시는 길에는 6 박성준 2005.12.21 2538
» 낡은 집 진평주 2005.10.21 2598
73 가을 편지 15 박성준 2005.10.20 3437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Next
/ 16

브라우저를 닫더라도 로그인이 계속 유지될 수 있습니다. 로그인 유지 기능을 사용할 경우 다음 접속부터는 로그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 게임방, 학교 등 공공장소에서 이용 시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으니 꼭 로그아웃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