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우리나라와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여행을 하게 되었다
1200년 고도 교토와 오사카 고베를 둘러보는 2박3일간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유익한 시간 이었다
반일감정 때문에 일본에 대해서 선입견을 갖고 있었는데 현지에서 직접 둘러보니 그동안 제대로 생각지 못한 점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일본의 도시들은 어쩐지 우중충한 느낌이 들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도시건물 색상이 우리나라처럼 화려하지 않고 거의 회색으로 단장했던 것이 그 원인이고 도시 중앙으로 철탑인 전신주가 관통하고 있는 것도 미관을 많이 헤치고 있지 않나 생각해 보았다
내가 둘러본 일본 도시들 주택은 아파트가 별로 눈에 띄지 않고 2층으로 된 일반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우리나라 도시 같으면 재개발 재건축 붐이 일어날 만도 한데 수십년 지났을 것인데도 질서정연하게 배치되어 있는 것을 보니 아마 처음부터 도시 계획을 한 것 같다
나이 들어 보인 주택들인데도 그들은 대가족이 함께 살면서 잘 관리하고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아파트를 선호하고 아파트 문화가 자리 잡아 핵가족이 보편화 되어 있는 우리나라를 볼 때 뭔가 더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것 같은 씁쓸함을 느꼈다
거리에 차량들은 경차가 많아 보였는데 그들은 차량으로 자신의 신분을 과시하는 문화가 아닌 실용주의의 소박함을 엿 볼 수 있었다
자동차는 오른쪽에 헨들이 있기에 좌측통행을 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적응이 되지 않아서 차를 탈 때는 꼭 반대쪽 문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서곤 했는데 차량들이 운행을 할 때 꼭 역주행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다
운행 차량들은 과속이나 추월을 하지 않고 교통질서를 잘 지키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특히 신호대기 때 조금만 늦게 출발해도 뒤차에서 빵빵대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조급증을 이곳에서는 한번도 보지 못했으니 우리도 이제는 조금 느긋하게 기다릴 줄 아는 여유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거리의 풍경은 비교적 깨끗했다
도로사정은 우리나라보다 결코 나아 보이지 않았지만 잘 청소되었고 정돈되어 있었다
관광지에서 사진촬영을 할 때는 끝나도록 지나가지 않고 기다려 주는 미덕도 이들에게서 배워야 할 여유다
그러나 우리들이 잘 알고 있듯이 남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집단 문화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자신의 감정을 극도로 감추면서 생활하는 그들의 볼 때 지난 세기 군국주의 침략주의로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인류에게 저질렀던 엄청난 죄악을 떠 올리게 하여 으스스하다
이틀간의 일정을 마치고 오사카에서 마직막 밤을 보내고 나면 내일엔 귀국하게 된다
14층 높은 곳에 있는 호텔 객실은 오사카항이 훤히 보이는 전망이 좋은 곳이다
난 창문을 열고 깊어가는 도시의 야경을 바라보았다
항구도시 특유의 소란스러움과 역동성을 전혀 느낄 수 없는 한가로운 도시엔 차량행렬들과 고층빌딩의 레온불빛만 잠들지 않는 도시임을 말해 주고 있는 것 같다
이중 구조로 된 방파제는 태평양에서 밀려오는 파도를 막아주어 선박들을 보호하고 안전하게 하역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둠이 짙게 내려앉아 있는 밤바다 저 멀리 등대불빛이 깜박이며 제 임무를 충실히 하고 있는데 난 쉽게 잠 못 이뤄 하염없이 이 광경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내 나이 육십을 턱 앞에 두고 있지만 시시때때로 밀려오는 불안과 초조함은 아직도 버리지 못한 탐욕 때문이 아닌가!
이런 복잡한 심경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로에 지친 아내는 곤한 잠에 취해있다
이 모든 무거운 짐은 나 혼자 지고 가겠으니 그대는 꿈나라에서 편안한 안식을 취하길....
내일이면 고베항을 둘러보는 것을 끝으로 나의 조국 대한민국 품안에서 그리운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