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호 밤기차를 타고, 손에 보따리 들고 드나드는 순박한 동네 아주머니 아저씨 같은 이들을 졸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노라면, 새벽녁 순천역에서 기차가 멈추었다. 나는 고향가는 버스를 타려고 아직 어두워 길거리의 희미한 가로등을 따라 걸었다. 버스에 올라 떠오른 해를 벗삼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노라니 녹동에 도착했다. 고향 거금도로 가는 배를 타고 내리자 마자 송강암으로 나는 갔다. 그 암자를 안은 산봉우리를 부둥켜 안고 거금도는 온몸으로 울고 있었다.
소풍 가 소나무 밑에서 바라보던 하늘 엎드려 보던 바다도 그대로 잠들어 있다. 참솔 밭 풀벌레 새들 망명을 떠나 섬을 찬양하는 노래 소리는 들을 수 없다. 푸른 파도만 혼자 노래를 한다.
소나무 밭 지나 참솔 우거진 용두봉² 암벽 바이브레이다로 끊임없이 구멍을 뚫고, 발파소리 화강암 자르는 쇠톱소리 덤프트럭 끝없이 오간다. 산 속 풀도 참솔도 계절을 잃은 지 오래, 길가에는 돌가루만 무수히 떠돈다.
나무 사라진 숲 아래 옥룡¹ 사람들의 가래 낀 기침소리 마을 지붕에 쌓여 누렇다. 그 섬에서 사람들 도시로 망명을 떠났는지 인적도 드물다.
사람도 새도 나무도 함께 살았던 시대의 노래 소리는 유년의 뜰에서만 들린다. 용두봉은 내게는 삼원 눈을 뜨개 해준 스승이요, 하늘로 가는 순례의 길이요, 신화였다. 나를 키워준 어머니 섬에서 도망자처럼 몰래 몰래 나는 지옥의 도시로 망명을 떠났다
1)전남 고흥군 금산면(거금도) 소재 마을 이름
2) 〃 산 이름
추억의 길을 한참이나 함께 걸었습니다.
고등학교를 다니던 때였던가요. 서울역에서 밤22시27분경 열차를 타고 새벽4시 30분경 순천에 도착하면,
조금이라도 빨리 고향에 닿고파서 대기하고 있는 버스를 탔는데
비포장 길이었던 녹동까지의 길은 천당에서 지옥까지를 초침 간격으로 오르내리는 고행의 시간이 었다오.
속은 속이 아니었고 지치고 파리해져서 비루한 망아지모양 영 죽을 맛이었다오
그 때의 그길을 다시 달려본 것이라오
그리고 용두봉의 자연훼손 정말 답답하고 답답하구려.
어디까지 갈 것인지!
막을 방법은 없는겐지... 똑같은 맴이어서 몇자 적어 보았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