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의 땅을 두고
이름 모를 무덤 앞에
홀로 핀 할미화야
고개 숙인 네 모습이
애절하게 처량쿠나
이팔청춘 젊은 날에
무거운 짐 이고 지고
산새도 울고 가는
가시밭길 오르더니
새순들이 돋아나는
따사로운 춘삼월에
그렇게도 늙었구나
봄날 같은 젊은 날이
실바람에 실려 가고
길고 길던 네 청춘이
속절없이 흘러갈 때
고개 숙인 네 모습이
내 어미 닮았구나
솜털처럼 부드러운
자줏빛 네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고
허옇게 센머리가
야속하게 흩날릴 때
곱디고운 네 모습이
꿈결같이 살아지고
낙화로다 늙었도다
처량한 네 모습이
내 어미 그립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