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천리길
南海의 작은섬
거금도는
그리운 내 고향입니다
어릴 때 자란 내 고향은
사시사철 삼백육십오일
비린 갯내음과
싸아한 바닷바람에
송화가루 흩날리던
섬마을이었습니다
봄이면
온 산에 수줍은 진달래가
눈이 시리도록 피고
겨울이면
대나무 숲 사이로
고독한 바람이 불고
여름이면
향긋한 보리 내음 진동하고
가을이면
흐느끼는 억세 꽃이
목 놓아 울던 땅이었습니다
내 어릴 때
봄이 오면
찔레꽃 하얗게 피는
언덕에 올라
풀피리 입에 물고
필리릴리 필리릴리
피리 불던 고향이었습니다
폭염이 쏟아지던 여름밤엔
밀짚 멍석 깔고
어머니 팔베개에 누워
쏟아지던 별을 헤아렸듯이
오늘 나는
그리운 친구들의 이름을
조용히 헤아려 봅니다
만옥이, 석부, 병남, 종두, 달수, 경자. 귀자
그리고
무던히 나를 괴롭히던
한 친구도 있었습니다
세월은 가고
유년의 추억을 먹고사는
중년이 되었지만
고향이 이토록
그리운 것은
그만큼 내가 늙어가는
이유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