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봉실산 둘레길

by 황차연 posted May 29, 201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봉실산 둘레길

 

작년 늦가을 정든 가지를 떠나 수북이 쌓여 있는 떡갈나무 낙엽을 밟으면서

봉실산 삼십오리 둘레 길을 터벅터벅 혼자 걷는다.

외진 산길을 돌고 돌아 산마루에 이르니 산 아래 마을에서 소슬바람이 불어와

흐르는 땀방울을 씻어 준데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둘레길은 물푸레나무 박달나무 떡갈나무가 우거져 발걸음을

더듬거리게 한다.

그래도 늙은 노송이 우거진 숲 길를 지날 때는 살랑거린 봄바람에 실어 온 솔향기를 마시며 새 힘을 얻는다.

봉실산 지명유래는 산 아래 개천 넘어 있는 비봉산에서 봉이 날아 이곳 봉실산에서 둥지를 틀고 앉아 알을 낳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그 이름값을 하느라고 봉실산 밑에는 첨단 과학단지가 조성되어서 황금알을 낳은 곳이 되었으니 옛사람들은 선견지명이 있었나 보다.

인적 없는 산속에서 이름 모를 잡초들과 지저귀는 산새들과 벗하며 내 인생의 길을 생각해 본다.

긴 인생의 여정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져 그리움은 켜켜이 쌓여 있는데 그 사람들은 지금 어느 하늘아래서 숲속 길을 걷고 있을까!

어느 시인은 죽는 날까지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바람에 이는 잎새 에도 맹세를 하였다는데

나는 여기까지 걸어오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을까 생각하니

바람에 이는 잎새에도 부끄럽기 그지없다.

아름다운 숲속 길을 걷고 또 걷다보니 봉실산 둘레길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내 인생의 종점도 얼마 남지 않았을 텐데

이제 모든 것들을 사랑하고 살다 가야지....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문인들의 해변 문예학교가 열리는 소재원 4 file 운영자 2004.11.23 24729
72 初 心 30 木 鷄 2012.06.22 8036
71 12월의 편지 1 file 천창우 2012.12.02 4375
70 고라니 찾아오는집 file 황차연 2012.12.12 4960
69 성탄의 기도 1 천창우 2012.12.22 4530
68 새해에 드리는 고백 1 천창우 2013.01.04 4659
67 裸木(나목) 2 처련 2013.01.30 5255
66 유리관속에 갖혀버린 석굴암 황차연 2013.06.03 2775
65 중년의 다짐 반야 2013.07.20 3711
64 닫다 반야 2013.09.06 3385
63 숙제를 끝내다 1 윤솔아 2013.10.29 3539
62 리트머스 압화(押花) 한강 2013.11.12 3556
61 콤플렉스 윤솔아 2013.12.08 2837
60 나와 나무 윤솔아 2014.02.14 2423
59 나그네 황차연 2014.02.25 2841
58 春風 반야 2014.03.03 2289
57 아리랑길 황차연 2014.03.04 2385
56 마이산휴게소 1 황차연 2014.03.12 2893
55 선행학습 1 반야 2014.03.29 2595
54 녹동항 아가씨 ! 1 file 최수용 2014.04.09 2968
» 봉실산 둘레길 1 황차연 2014.05.29 3946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Next
/ 16

브라우저를 닫더라도 로그인이 계속 유지될 수 있습니다. 로그인 유지 기능을 사용할 경우 다음 접속부터는 로그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 게임방, 학교 등 공공장소에서 이용 시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으니 꼭 로그아웃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