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
윤솔아
서문여고 옆 식당 앞을 지나다 보면
내 키보다 훌쩍 큰 푸른 동백나무 한 그루가
겨울엔 잿빛 콘크리트 벽속에 박제되어 있는 것처럼
외롭게 홀로 서있는 것을 볼 때 면
왠지 나랑 같은 이방인이네 하는 동질감을 느끼면서
꽃망울이 단단하게 여물었군 하며
임을 향한 붉은 꽃잎은 언제나 필련가 하고 농한마디씩 주고 받고
추운 겨울 얼어 있는 내 마음을 달래며 설레게 했었는데
오늘 낮에 보니 동백의 붉은 꽃망울은 피지도 못하고 말라 시들어 가고
학교운동장화단에 피어 있는 때 이른 벚꽃은 만발하게 피어 눈과 마음을 사로잡고 있어
왠놈의 계절도 선행학습을 하는가? 하며 동백의 편을 들어 한마디 거들고
동백꽃이 제대로 피지도 못하고 마르는 꼴을 보니
내 사는 꼴과 너무 닮아 마음이 편치 않다
모든 생활들이 빠름~ 빠름~하니
어린아이들도 선행학습으로 피곤하고
과일도 선행학습으로 제철을 잃어가고
자연도 선행학습을 하는 탓에
내가 싫어한 더위도 빨리 찾아 오련가 보네
2014. 03..29.토요일
선행학습
by 반야 posted Mar 29,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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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동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