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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1.16 04:08

나의 아버지는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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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살때-아빠는 뭐든지 할수 있었다

다섯살때-아빠는 많은걸 알고 계셨다

여섯살때-아빠는 다른애들의 아빠보다 똑똑하셨다

여덟살때-아빠가 모든걸 정확하게 아는건 아니었다

열살때-아빠가 어렸을때는 지금과 확실히 많은게 달랐다

열두살때-아빠가 그것에 대해 모르는건 당연하다.
아버진 어린시절을 기억하기엔 너무 늙으셨다

열네살때-아빠에겐 신경쓸 필요가 없어 아빤 너무 구식이거든

스물한살때-우리 아빠말야?
구제불능일 정도로 시대에 뒤떨어졌지

스물다섯살때-아빠는 그것에 대해 약간은 알기는 하신다.
그럴수밖에 없는것은 그일에 경험을 쌓아오셨으니까

서른살때-아마도 아버지의 의견을 물어보는게 좋겠다.
아버진 경험이 많으시니까

서른다섯살때-아버지에게 여쭙기전에는 난 아무것도 하지않게 되었다

마흔살때-아버지라면 이럴때 어떻게 하셨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한다.
아버진 그만큼 현명하고 세상경험이 많으시다

쉰살때-아버지가 지금 내곁에 계셔서 이모든걸 말씀드릴수있다면
난 무슨일이든 할 것이다.
아버지가 얼마나 훌륭한 분이셨는가를 미처 알지 못했던게 후회스럽다.
아버지로 부터 더많은걸 배울수도 있었는데 난 그렇게 하지 못했다

-앤랜더즈- 101 가지 이야기 中

................


................



아주 오래 전,

내가 올려다본 그의 어깨는 까마득한 산처럼 높았다.


그는 젊고, 정열이 있었고, 야심에 불타고 있었다.


나에게 그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었다.


내 키가 그보다 커진 것을 발견한 어느 날,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서히 그가 나처럼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이 험한 세상에서 내가 살아나갈 길은

강자가 되는 것뿐이라고 그는 얘기했다.


난, 창공을 나는 새처럼 살 거라고 생각했다.


내 두 발로 대지를 박차고 날아올라

내 날개 밑으로

스치는 바람 사이로 세상을 보리라 맹세했다.




내 남자로서의 생의 시작은

내 턱 밑의 수염이 나면서가 아니라

내 야망이, 내 자유가 꿈틀거림을 느끼면서

이미 시작되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저기 걸어가는 사람을 보라,

나의 아버지, 혹은 당신의 아버지인가?


가족에게 소외 받고,

돈벌어 오는 자의 비애와 거대한 짐승의 시체처럼

껍질만 남은 권위의 이름을 짊어지고 비틀거린다.


집안 어느 곳에서도

지금 그가 앉아 쉴 자리는 없다.


이제 더 이상 그를 두려워하지 않는 아내와

다 커버린 자식을 앞에서

무너져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한

남은 방법이란 침묵뿐이다.





우리의 아버지들은 아직 수줍다.


그들은 다정하게 뺨을 비비며

말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었다.




그를 흉보던 그 모든 일들을 이제 내가 하고 있다.


스폰지에 잉크가 스며들 듯

그의 모습을 닮아 가는 나를 보며,

이미 내가 어른들의 나이가 되었음을 느낀다.


그러나 처음 둥지를 떠나는 어린 새처럼

나는 아직도 모든 것이 두렵다.


언젠가 내가 가장이 된다는 것,

내 아이들의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무섭다.


이제야 그 의미를 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그 두려움을 말해선 안된다는 것이 가장 무섭다.



이제 당신이 자유롭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나였음을 알 것 같다.



이제, 나는 당신을 이해할 수 있다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랜 후에,

당신이 간 뒤에,

내 아들을 바라보게 될 쯤에야 이루어질까,


오늘밤 나는 몇 년만에 골목길을 따라 당신을

마중 나갈 것이다.


할 말은 길어진 그림자 뒤로 묻어둔 채

우리 두 사람은 세월 속으로 같이 걸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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