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수 없는 길
깊은 산
저 너머엔 바람이 불거다
저 바다 너머에도 바람이 불거다
꽃내음 머금은 봄바람도 불거고
낙엽을 스치던 가을바람도 불거다
내가 걸어왔던 수 많은 길들...
진달래 흐드러진 오솔길도 아니고
황금물결 일렁이는 신작로도 아니고...
회오리같은 바람에 밀려 가시넝쿨에 긁히고
늪에서 기어나와 마침내 다다르면 말없이 뚝 끊어진 길...
어쩌다 벼랑을 타고 내리면 갈수록 천 길 낭떠러지...
지친 몸뚱아리 눈을 감고 손을 놓으면
하릴없는 바람은 내 옷깃을 나뭇가지에 터억 걸쳐 놓는다
한나절을 대롱이다 왔던 길 돌아가면
네 번을 허물벗은 저 강산엔 다른 길이 있을까
날카로운 바람은
또 다시 내 등을 떠밀고는 금새 사라진다
깊은 산
저 너머엔 바람이 불거다
저 바다 너머에도 바람이 불거다
꽃내음 머금은 봄바람도 불거고
낙엽을 스치던 가을바람도 불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