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2
태산에 걸려 넘어지는 법은 없어도
늘상 자그마한 돌부리에 걸려 쓰러지듯이
나의 사랑은 그렇게 시작되었나 봅니다
정작 큰 아픔엔 혼절하여 기억도 없지만
손톱아래 작은 가시엔 못견디게 아프듯이...
그런데 당신은 어찌 그리도 잘 가셨습니까
태산에 눌린 듯 아파하는 나를 지나쳐 돌부리 많던 그 길을
어찌 그리 잘도 가셨습니까
감히 아무 말 못하고
그저 그렇게 가시는 뒷모습 바라만 보았습니다
수 많은 세월동안 돌부리 몇개 치우고 나니
이끼 낀 그 길 끝에 당신이 보입니다
아직 거기에 계셨습니까
좀 더 멀리 가지 않으시고요...
행여 너무 아파 가던 길 그 곳에서 멈추셨습니까
아니라고 가만히 고개 저으시지만
당신도 그 길 가는 동안
남 몰래 많이도 아프셨겠지요
그러나...
막상 무지개 너머 서 있는 당신을 보니 서러워 집니다
달무리 끝자락에 홀로 서 있는 당신을 보니 야속해 집니다
어찌합니까
그래도...
당신의 그림자만으로도 행복한 것을...
혹, 또 다시 돌아올 지 모를 당신을 위해
그 길 따라 돌부리 파인 자리 자리에 꽃을 심어두렵니다
돌아오는 길에 행여 당신 외로우면 안되겠기에...
눈물로 그 꽃 다 피운대도...
당신이 미처 오시기도 전,
눈물이 메말라
그 꽃 다 스러진대도...
어찌합니까
그래도...
내게있어 당신은
너무나 큰 의미인 까닭에...
호기심으로 점철될 시기였지만
가끔은 지독히도 염세적일 때가
있었지요
그때가 그립네요
지금도 후회는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