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기도



          







내게


풀잎에 떼구르르 구르는


이슬 같은 영혼을 주십시오





검은 산등성 아래


여명을 알리느라 부산한


새 같은 목소리를 주십시오





밤새


소리없이 내려와


사람들이 지은 죄를


하얗게 감싸는


함박눈 같은 희생을 주십시오





잠시 이 세상 머물다


흔적없이 사라지는


솜털구름 같은 겸손함을 주십시오





그리고


숨죽여 흐르는 깊은 강에


산을 또 산으로 띄워 놓은


그대 그림자 같은


꾸밈없는 사랑을 주십시오





새벽 강 가장자리에 서성이며


산 허리 부여잡고


떠나기 싫어하는


물안개 같은 소박한 꿈을 주십시오





두꺼운 얼음장 밑에서


살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게


차가운 숨을 쉬고 있는


한 겨울 물고기 같은


인고의 지혜를 주십시오





세찬 바람을 맞으며


온갖 영욕 버리고


썩어 거름이 되고 있는


고지박이 같은


지고한 용기를 주십시오 




---- 박정원시집' 세상은 아름답다'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