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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금도에서 민박
늦은 밤까지 술잔을 기울이더니 일행들은 모두 잠들었다 맨살에 파고드는 모기의 날개 소리 방충망이 들썩이도록 코 고는 소리 잠 못 드는 밤은 새벽까지의 거리가 얼마나 먼지 낯설게 흔들리는 해풍이 방안 가득 스며든다 여정을 함께 했던 노래 소리가 오던 ... -
남자, 대흥리 팽나무 -거금도에서
두 팔 벌려 껴안아도 한없이 넉넉한 남자, 대흥리 팽나무 우람한 근육에 살짝 돌아서 팥알 만한 열매만 깨물었는데 내리는 비 사이로 불현듯 요의를 어쩌지 못해 눈에 띄는 파출소문 반쯤 열고 아주 멋적게 화장실을 물었더니 세 남자 모두 파출소 밖으로 나... -
거금도 풍경
1. 신양리 고추밭 8월 조금 삼복 한낮 소나기 한 줄금 지나가고 거금도 갯가 고추밭에 울긋불긋 주렁주렁 약 오른 고추들이 약 오른 고추들처럼 어찌할거나 어찌할거나 손은 없는데 손은 없는데 2. 대흥리 풍경 장미, 백합, 진달래 꽃밭입니다 대양, 바다, 밀... -
거금도 파도의 말
알지, 우리는 저 머나먼 태풍의 바다를 건너가면 그 마지막 해안선에 우리를 기다리는 그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우리들의 몸뚱이가 그 자리에서 하얗게 해체될 뿐이라는 것을 우리들의 푸른 영혼이 이승 밖으로 단숨에 사라질 뿐이라는 것을 알지, 우리는 알... -
거금도의 추억이 우이동에 나타나다
거금도의 추억이 나타났네, <우이동 시 낭송회>에 <우이시> 여름 여행을 주선한 이대의 시인과 2박 3일 동안 봉고차를 운전해 준 이선영 씨와 거금도가 고향인 진일 씨와 진병일 씨 네 사람의 추억이 한꺼번에 바람처럼 나타났네 우리는 둥근 식탁에 둘러앉아... -
그리운 낙조, 거금도
온몸이 바알갛게 타는 새 불사조! 새는 빛이었다 바닷속으로 조용히 미끄러져 들어가고 저 새가 다시 날아오를 때까지 우리는 잠 속에서 몇 억년 꿈을 빚어야 하리라 누가 바지랑대로 저 새를 건져올리랴 적막이었다 암흑의 슬픔이었다 무게가, 전혀,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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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금도의 달밤 마루방에서
거금도의 달밤 마루방에서 -정성수 선생님께 거금도의 달빛에는 바다바람이 묻어있었지요 서울서 귀한 손님이 왔다고 구경나와 놀아주던 사람들 같이 달빛이 추녀 밑을 파고 들어와 우리들의 이야기를 함께 했지요 혹시 더울까봐 창문 열어주고 보살펴 주던 진... -
거금도에서 총각과 동침을 즐기다
난생처음 우리는 함께 잠을 잤네 연인처럼 거금도의 차디찬 방바닥 위에 나란히 누워 부부처럼 이틀 동안 밤마다 동침을 즐겼네 한 사나이와 또 하나의 사나이가 식어가는 생애의 유부남과 달아오르는 생애의 총각이 초로의 정성수와 젊은 이대의 시인이 여름... -
거금도 신양 마을에서 우리는 행복했네
아주 날씬한 연안 여객선 금산호를 타고 남해안 거금도 진씨들의 집성촌 신양마을에 가면 평야처럼 펼쳐진 간척지의 녹색 볏잎들 앞마당으로 마중나온 진일 씨 어머니 치맛자락 앞에서 나직이 여름바람 흔들고 앞산을 바라보는 효부 열녀비와 마을회관과 경로... -
거금도 해안도로를 일주하면
짚차를 몰고 이른 새벽 아스팔트와 비포장도로가 뒤섞인 해안도로를 일주할 적마다 작아진다, 섬이 수백 년 묵은 팽나무도 기와집도 바다로 기운 선착장도 자꾸만 줄어들어 마침내 작고 작은 장난감이 된다 내 사랑 거금도. 2001/8/16일 23시 02분 ⊙ 발표문예... -
거금도 낙조
해질녘 바닷가에 서면 해가 바다로 투신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전장에서 돌아온 용사처럼 장엄하게 저벅저벅 해가 바다로 빠지는 것을 아무도 말리지 않고 황홀하게 바라볼 뿐이다 그런데 거금도에서는 작은 섬 하나가 해를 살렸다 파란 등허리를 다 태우면서 ... -
거금도 앞바다에 내리는 비
이미 오래 전에 생식을 끝낸 우리들이 거금도 앞 바다에 잠시 조각배 하나 띄우고 서녘 하늘 바라보며 천천히 소주잔 기울이면 아직도 청춘인 해는 오늘도 저 혼자서 허공 속을 걸어가고 우리도 저 붙박이별같아서 지구 아래로 홀로 내려가는데 갑자기 장대비... -
거금도에 계시는 진일씨 어머님께1
거금도에 계신 진일씨 어머님께 그 동안 안녕하셨어요? 지금쯤 무엇을 하고 계신지 생각해 봅니다. 머리에 챙 넓은 모자 쓰시고, 허술한 긴 팔 셔츠 입고 뜨거운 깨밭에 허리 굽히고 계시는지요. 수건 하나 목에 두르고 흐르는 땀 닦아내며 참깨를 베고 계시... -
거금도 몽돌 해안에서
지구를 닮은 몽돌들이여 거금도의 역사가 수북이 쌓여 있구나 앙상하구나 수천 수만 년 내내 파도 소리에 닳고 닳은 돌들의 뼈 그 속에 숨어있는 하얀 돛의 그림자 시퍼런 바람 소리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목쉰 뱃노래와 노 젓는 소리 수평선 위로 해와 달과... -
거금도 사람들
"어이, 봇쇼 이--." 소리치면 가던 배도 인정으로 돌아와 주고 "어이, 봇쇼 이--." 허둥지둥 뛰어가면 저만큼 가던 버스도 멈추어 기다려 주고 "조카의 친구가 왔다고, 그 친구 아는 분들이 열두 명이나 왔다고, 오매, 다 반가운 거. 어서 옷쇼 이. 누군들 어... -
거금도 선착장에서
서녘 섬 산봉우리 너머 처연하게 저녁 노을이 지고 너와 나를 에워싼다, 흐느적거리는 어둠의 속살들 캄캄하게 내려앉는다 거금도 신양마을 작은 선착장 콘크리트 바닥에 돗자리 몇 장 깔고 상처 입은 짐승처럼 둘러앉은 우리들의 머리 위로 흐려오는 하늘엔 ... -
거금도 해수욕장에 비가 내리고
처음부터 젖을 생각은 없었어 파도도 없는 백사장을 맨 종아리로 걷다가 거세게 쏟아지는 소나기를 만난 거야 수직으로 내리꽂히는 빗방울이 수면 위로 튀어 오르며 내는 맑은 소리가 날 유혹했어 처음엔 허리쯤으로 빠져들다가 온몸이 젖은 다음에야 더 깊은 ... -
거금도의 추억
도회의 문화권에서 변함이 없는 일상을 벗어나고 싶은 계절이 여름인가 보다. 생동감있게 파닥거리는 물고기 모습으로 자연의 저 깊숙한 곳까지 가보고 싶은 마음이 사람들에겐 누구나 다 잠재해 있지 않을까? 마음들이 얼키고 설키인 사람들과 더불어 여름속... -
거금도 가는 길
처음부터 설레임이 먼저 길을 열었다 참 오랜만에 새장을 열고 묵은 항아릴 열고 일어서서 푸른 바닥 보일 때까지 팔을 쭉 뻗어 남쪽 창을 열었다 계룡산 두계역을 지나 섬진강 끼고 지리산 발등을 밟으며 남으로 남으로 해초 내음과 눈 마주칠 때까지 기차는... -
거금도<2>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네 밤마다 만월은 삼경(三更)을 지나 닿을 듯 사라지듯 월주(月柱)의 사랑놀이 하는데 모래톱을 찍는 발자국 명주폭 물결로 쌓았다 허물었다 사랑의 화석 하나 부표로 띄우고 달기둥 밟고 가니 오!눈부셔라 천사들 내려와 물장구치네 그 ... -
거금도<1>
끝내 거부하던 바람이 하나의 사랑만을 보듬어 우뚝 솟았나 목말라 그리운 물결 앞세워 평생을 몸 섞으며 뒤척여 온 너 달언덕 별무리 내항(內港)마스트에 흔들리는 불빛은 떠나는 사람들의 가슴에 추억이 되고,낭만이 되고 이제 이 외로운 섬에 문인(文人)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