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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 우두(牛頭) : 마을의 지형(地形)이 소의 머리와 같이 생겼으므로 쇠머리라고 부르다가 한자를 訓借(훈차)하여 우두(牛頭)라 불러 현재에 이르고 있다.
2005.10.17 15:43

휴일 소묘

조회 수 2149 추천 수 0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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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주어진 휴일(토요일과 일요일)의 의미는 무엇일까?

주중에는 직장의 일에 매달리어 시간이 없기 때문에 아직 다하지 못한 공부(?)를 해야 하는 시간인가?

노년을 대비하여 체력을 단련해야 하는 시간인가?

아니면 휴일(休日)란 단어의 뜻 그대로 편안히 집에서 쉬어야 하는 시간인가?  쉰다면 육체의 쉼인가 정신의 쉼인가?

각설하고 금요일 오후의 일을 빨리 끝내고 금산엘 향하였다.
명목은 아직까지 한 번도 참석해 본 바 없는 처 할아버지와 처 할머니의 제사 참석이지만 실상은 1년 동안 참아왔던 감성돔 낚시였다.

금요일(10월 14일)!
오후 6시에 녹동항을 출발한 철부선은 신평을 향하는데 오늘도 자신을 뜨겁게 불태웠던 태양은
멀리 천관산 앞 바다와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향연으로 하루를 마감하고 있었다.
갑판에서 사방으로 멀리 바라다 보이는 이름 모를 섬들의 봉우리들은 여기가 바다가 아닌 어떤 호수라는 착각을 들게도 했다.
그 호수의 이름이 무엇이었더라?

밤에는 마누라와 함께 한 친구의 고급 세단 승용차로 달 밝은 밤의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했다.
연소를 거쳐 오천까지 갔다가 되돌아 왔는데 은은한 달빛에 아스라이 보이는 섬, 또 섬들의 군무!
그리고 도로의 표식들은 자동차 헤드라이트에 반사되어 보석처럼 빛났다.

토요일 아침.
난생 처음으로 용두봉을 찾았다.
지난번 금산엘 왔을 때 용두봉등산로를 정비했다는 금산예비군면대장 장승호님의 말을 들었고,
또 그의 체제 유옥순님의 용두봉등정기를 읽었기에 등산로가 있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고
혼자라도 산을 오르기로 작정한 것이다.

차로 동촌마을을 가로 질러 조금 더 산 가까이로 오르면
팽나무 한그루를 가운데 두고 유턴해 올 수 있게 길이 정비되어 있는데 
거기가 바로 용두봉 등산로의 초입이다. 
신발을 갈아 신고 준비를 완료하니 아침 8시 30분.
고르지 않은 돌길을 오르자니 이 길을 만드느라 수고하셨을 공익요원들의 노고가 새삼 고마웠다.
비록 이 길이 아직은 이렇게 고르지 않고 또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언젠가는 이 길도 적대봉 등산로 마냥 좋아질 것이다는 생각을 하며 오르니 어느덧 능선의 갈림길이다
.
여태껏 40여 년 동안 멀리서 바라만 보았던 갈림길의 느티나무가 세월에 걸맞지 않게끔 어리게만 보인다.
아직은 몸에 땀도 나지 않아 눈으로만 일별하고 내쳐 능선을 따라 올랐다.
조금 더 오르니 바로 발아래 동촌, 대흥, 중촌, 상하촌 등의 마을들이 옹기종기 널려 있다.
조금 쉬어갈까 생각하다 정상까지 그냥 가기로 하고 조금 더 오르니
누군가가 쌓아 올린 어깨 높이의 돌탑이 반긴다.

정상인 모양이다.
잡목 때문에 조망이 좋지 않아 왼쪽은 절벽이고 오른 쪽은 급경사인 능선을 따라 조금 더 나아가니 이제 멀리 바다와 금산면의 윗면이 한 눈에 아우른다.(아랫면은 적대봉에 가려 보이지 않고 윗면 중에서는 우두마을과 옥룡마을만 빼고 다 보였음).
시계를 보니 9시 정각이다.

저기가 금산초등학교!
그 뒤에 하얗게 보인 건물이 고등학교!
으음, 저기는 말로만 듣던 석정마을, 그리고 저기는 연홍마을!

얼마나 먼 길인가? 무려 40년을 기다려 온 길이다.
그러나 또 얼마나 가까운 길인가? 30분도 채 걸리지 않은.

얼마나 높은 산인가? 무려 40년 동안을 마음으로만 오른 산이다. 
그러나 또 얼마나 낮은 산인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오를 수 있는.

약 20여분 동안 망막에다 금산을 아우르는데,  아!
뒤편의 채석장에서 쉬임없이 들려오는 돌 캐는 기계의 소음이여! 
산을 오르는 동안은 듣지 못했던 소리가 정상에 오르니 더욱 크게 들려오니 이 현상을 무어라고 설명해야 할까?
옆구리가 처참하게 할퀴어져 시뻘건 핏물이 흐르고 그래서 내장마져 삐쳐 나온 듯한 형상을 하고 있는 산 중턱에서 사람들은 아침부터 수술용 메스를 들이대며 용두산을 헤집고 있었으니
용두봉을 처음으로 오른 감격이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었다.

다시 신촌 처가엘 오니 낚시를 가잔다.
바람이 많이 불어 쉽게 결행할 계제가 아니었는데도
처남은 1년에 한 번 정도인 나의 낚시 청을 거절하기 어려웠나 보다.
역시나 바람 때문에 사 가지고 간 간식도 먹어보지 못한 채 감성돔 10여 수에 만족하고 후퇴하여
잡은 감성돔을 회로 떠서 맛있게 먹고,
취한 술과 허리의 통증으로 밤의 제사는 참석하지 못하고 하루를 마감했다.


다음 날.
어제 일찍 잠자리에 든 탓인지 일찍 깨었다.
아직 자고 있는 마누라를 깨워 일출을 보러가자고 꾀였다.
마지못해 따라 나선 마누라를 태우고 천천히 차를 몰면서 여명을 맞는다.

금산은 지금 양파심기에 한창이다.
부지런한 농군들은 그 이른 시각부터 양파를 심는 품앗이에 열중이다.
우리 금산사람에게 있어서 양파농사는 가장 큰 수입의 원천인 것이다.

오천 앞 바다!
벌써 낚싯배가 10여 척 떠 있다.
선착장에는 낚시가방을 든 사람들이 차례로 배에 오르고 있다.
월척의 꿈을 안고 멀리 육지에서 몰려 든 태공들은 내일의 충전을 위하여 휴일을 그렇게 보내고 있었다.

아침 6시 35분의 청석 해돋이 동산!
멀리 수평선에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아침 해가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수평선이 희무끄레한 안개 때문에 썩 맑지 아니하여 말갛고 힘찬 해는 아니지만
오늘 하루 동안 자신을 태워 우주를 빛내 줄 조용하고 빨간 해가 시나브로 고개를 내 밀고 있는 것이다.

오룡동마을!
말로만 듣고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그 마을을 찾아 들었다.
산 속의 분지라고나 할까!
가을걷이를 채 끝내지 못한 조그마한 마을(사람이 거주하는 집은 4채인 듯 함)은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듯 인기척을 느끼지 못하고 뒤돌아 나오는데
가까이 보이는 적대봉과 그 줄기를 보고 있노라니
내가 서 있는 여기가 섬인지 깊은 산골인지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집에 오니 다시 낚시질을 가잔다.
바람도 맞춤하여 낚시하기에는 좋은 날이었다.
어제의 패배를 설욕하고자 처남들 셋과 나 이렇게 넷이 오늘은 월척! 하며 낚싯줄을 드리웠다.
중간 중간에 올라 온 어린 감성돔은 내년에 만나자며 다시 놓아주는 여유를 부리며 계획한 시간까지
우리가 올린 조과는 감성돔 20여 수에 농어새끼 3마리!
각자의 일터로 되돌아가야 할 시간 때문에 일찍 철수하였지만 그래도 씨알이 굵어 만족했다.

내가 가장 큰 놈으로  5섯 마리를 챙기고 순천 처남에게 그 다음 큰 놈들로 5섯 마리 나눠주고 나머지는 회를 떠서 다 먹고서야 집을 나섰다.

왜 내가 가장 큰 놈으로  5섯 마리를 챙겼느냐고요?
실은 내가 금산에 내려오면서 서울에 있는 병옥이한테 큰 소리를 쳤거든요.
“내가 낚시를 가니까 일요일 저녁은 기대하고 내려오라”고.
그래서 몇 마리 챙겼는데,
아 글쎄! 그 고기를 따라서 순천 처남도 광주로 따라오고,
냄새를 맡은 막내 처제 부부도 모여들고,
집사람은 요리하기 싫다고 둘째 처제 집으로 가자 하고.
그래서 그날 그 고기는 서울에서 내려온 병옥이와 함께 가
족들의 저녁식사감으로 사용되었으니 오해 없기를 바라며, 
내년에는 더 편한(?) 마음으로 낚시를 하였으면 하는 바램과
이번에 우리가 놓아준 그 놈들이 월척이 되어 우리 낚시에 걸렸으면 하고 기대하며
이번 휴일의 소묘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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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무적 2005.10.17 15:49
    용두봉의 생채기가
    생각보다 컸고
    또 쉬이 아물지 않을 것 같아
    가슴이 많이 아픔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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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혜숙 2005.10.17 20:59
    또 하나의 좋은 추억을 만들고 오셨군요.
    저도 13일날 금산에 갔었어요.
    아버님 생신이었거든요.
    마을회관에서 간단한 잔치를 하고 왔답니다.
     삼춘오신줄 알았으면 뵙고올걸....

    풍요로운 가을날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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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길수 2005.10.18 02:10
    오메 저도 14일날 신양에서 낚시를 하는데 바람이 너무 불어서
    고기도 잡도 못하고 홍연 처가에 들렀다가 막배로 나와 버렸는데
    까딱했으면 형님도 뵙고 누님도 뵐 수 있는 좋은 기회였을걸....
    장문의 글 잘 읽었고요 용두봉의 생채기에 너나할것없이
    금산인이라면 이야기를 할겁니다.
    우리 모두 가꾸어야 할 자연을 훼손하고있는......
    병옥형님은 좋으셨겠다. 감세이 5마리면 양도 상당했을텐데....
    형님! 누님! 좋은 일들 있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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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현 2005.10.18 10:27
    그랑께 말이라.
    아따 무작시럽게 부라와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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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채홍 2005.10.18 12:12
    저는 개천절연휴에 금산에가서
    낚시도 제대로 못하고 익금해수욕장 횟집에서
    사먹고 왔습니다. 행님이 부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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