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회 날

흰머리 주름진 얼굴
삶의 애환에 절은 지천명 들이
세상사 다 잊고 웃음꽃을 피웠다.

머릿속엔 교복 입은 중학생
소년 소녀의 모습으로 기억되나
변하기도 많이들 변했다.

연하인데도 유난히 늙어 뵈고
연상인데도 어쩜 아직도 저리 젊어 뵐까
모습도 가지가지
의상도 가지가지

우리 때는 남녀공학
1,2,3,4 반뿐이었는데
여 동창 모습도 다양하다
곱게 늙은 마님에
초췌하고 그늘진 모습도 있고

이날은 빈부의 차이도 신분의 차이도 없이
오랜만이다, 많이 먹어라, 술한잔 하자,
남녀 서로 반갑게 인사하며
술잔을 권해본다.
교가도 부르고 동요도 가곡도 유행가도
맘껏 불러본다.
거나히 취한 붉은 얼굴들엔
서글픔도
한스러움도
인생의 무상함도
모두 배어있다.

아내가 먼저
남편이 먼저
세상 떠나 혼자된 친구도 있고
자식을 가슴에 묻고 사는
한 많은 친구가 있는가 하면
고인이 된 친구도 많다.

이제 여생에 동창회 몇 번이나 할지

손 저으며 떠나간 공허한 뒷자리엔
너무나 고요한 침묵의 밤으로 덮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