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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 남천(南川) : 연대는 未詳(미상)이나 옛날 “남산골”이라 부르다가 1956년 지방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마을 뒤에 솟은 적대봉 골짜기에서 마을앞 남쪽으로 하천이 흘러 바다에 들어가므로 마을명을 南川(남천)이라 개칭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2008.05.31 11:35

겨울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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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명-박용

겨울바다 일기 1


소주 두병이

파도를 일으킨다.

죽은 우럭의 아가미처럼

조미된 간 국물을 퍼마시고

알코올이 잔을 떠날 때마다 우리는

서로의 가슴을 조금씩 파먹는다.


마음을 끓일 때

유리창엔 성에가 끼고

손가락이 찍어 낸 투명 공간 너머로

발정난 바다는 몸부림이다.

무슨 일인가?

입술 터진 하늘이

빙점보다 낮은 눈雪물을 방출한다.

뜨거운 것이 찬 것을 만나면 눈물을 만들지만

뜨거울 때 뜨거워야하고 차가울 때는 차가워야지


나는

그의 손을 받아 쥐고 손금을 읽는다.

밀리미터의 눈금 같은 운명선을 짚고 보면

그곳에는 반백의 내가 서 있다

그래,

운명이다

나는 그에게 답안지를 쥐어준다

“이제 써넣기만 하면 되는 거야”


무례한 바람살이

바다를 밀어 올리느라 안 깐 힘을 쓰고

나는 왈츠의 리듬으로 그의 손을 보낸다.

그의 눈동자에서 파도가일 때

나는 피하지 못한 채

소주잔에 빠진다.


그래,

차라리 너였다면

내일다시 깨어나 있으리라

바다는

창백한 일기를 쓰고

나는 일기 속으로

첨벙첨벙 걷는다.






겨울바다 일기 2


돌아온 흑구黑鷗 한마리가 높은음자리표를 그린다.

그 사이 16분 음표로 자지러지는 파도의 익사체가

조악한 거품으로 떠밀리고 우리는 어설픈 조객이 된다.

울고 또 울어 일몰은 그 오열을 덮는다.


앙상한 외로움이 버버리 포맨의 향기처럼 상큼하다.

그리움은 난기류를 만나 파도의 근원지를 찾아 나선다.

오오츠크~베링~북태평양~캄차카~솔로몬군도~아니,

그보다 더 멀고 아득함 또는 황홀함이 충만 된 작은 영토

내 불특정 돌출 바람에 반응하는 불가사의의 바다

나는 그가 부딪쳐올 마지막 바위벽이 되고

그의 포말은 절벽보다 높이 표호 한다.


11시 방향과 3시 방향 안으로 그를 끌어 모을 때.

준비된 세포들은 아우성으로 깃발을 흔든다.

우리는 서로에게 포획된다.

몇 번씩 말한다.

이건 우연이 아니라고

필연이라고 그렇다고

그...렇...다...고


겨울 백사장은 파도가 그린 청사진을

끝없이 수정하고

우린 가장 달콤한 시간을 수정한다 




겨울바다 일기 3


칙칙한 어둠이

까마귀 떼처럼 몰려와 겨울비로 내린다

우린 침묵의 숲이 되어 그 비를 빨아들인다

폐쇄된 수맥을 열고 동면의 봄을 손질한다

까칠한 촉수들이 육중한 어둠을 들어 올린다

눈을 감아도 환해지는 것

그리고 가벼워지는 것

가벼워지는 것은 날아오른다

날개 없이도 날아오른다

바다는 비상을 부추긴다

내가 파도처럼 넘칠 때

그는 물거품으로 바스러진다

그를 쓸어 모으고 담고 으깬다

복원을 조합하는 손끝에

감관된 희열이 매달린다

굴렁쇠를 굴리는 아이의 집착처럼

굴렁쇠와 함께 뛰는 아이의 의지처럼

모로 세워져 굴러가는 관성을 익힌다


서로 다른 면을 갈아 없애는

연마의 작업은 노동이 아니다

그것은 사랑의 진화작업이다

같은 면을 포개 보는 것은

성형된 틀 속에다 나와 그를

채워보는 일이다





겨울바다 일기 4


하늘은 검푸른 장막으로 내려앉는다

쏘아올린 다색 그리움도 내려앉는다

장승처럼 늘어선 해송 사이로

등대가 혼 불을 단다


우린 마주 바라본다

그는 내 조난을 염려하고

나는 그의 좌표를 걱정한다

접은 손수건을 펼치듯

마음의 모서리를 잡아챈다

와르르 쏟아지는 보석 같은 밀어

경.....이.....롭.....다

눈.....부.....시.....다


밤이 어디쯤 오고 있는지를 말하지 말자

내일 또 황홀함이 있다고 기대하지 말자

사랑은 지금이다

접순에 감관되는 신생의 봄

그는 꽃잎이고 나는 나비이다


우린 돌아갈 곳도

돌아갈 시간도 잃어버린 난파선

항해를 접은 난파선이다

바다냄새는 그의 몸을 통과하고

나는 그 냄새에 허기를 느낀다



겨울바다 일기 5


낯선 파도 몇 자락 모래알 같은 시간을 세척한다

앙금처럼 가라앉는 어둠도 세척한다

내 속에 오류 난 바코드를 수정하고

흠집을 닦고 녹물을 벗겨낸다.

뻐드렁니처럼 비틀어진 스위치를 교정하고

주파수를 맞춘다

그리고 교.....신.....한.....다

그는 산위에 나는 바다 밑에 있어도 하나가 된다

그는 별빛을 먹고 나는 이슬을 먹어도 하나가 된다

그는 남극을 노래하고 나는 북극을 얘기해도 하나가 된다

하나는 일체를 추구하는 원형의 코러스다


밤은 자정을 향해 달려가고

나는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간다

딸꾹질 같은 연민 한 가닥 돌아와

정박 중인 그의 포구

흘러간 유행가 속

선술집 같은 동백꽃은 피고

순정도 사랑도 피고

또 피다 내일 져도

우리는 오늘의 붉음만을 기억한다

장 닭이 홰를 치는 시간까지









겨울바다 일기 6


정박을 풀고 표류한다.

등대와 포구와 장미 빛 아침을 향해

가장 느슨한 언어로 시간을 조인다.

그는 말한다. 아침이 오느냐고

그래, 어둠이 걷히기만 하면

정사를 끝낸 여인의 입술처럼

빨간 립스틱을 바르는 아침이 온다고

낯선 오르가즘을 욕구하는 새날이 온다고


그는 또 사랑을 강론한다.

사랑은 파도가 덮쳐갈

모래 벌에 새겨 넣는 이름이다

그것은 동트는 아침이 오기 전에 지워질 이름이다

그는 아침을 불신하고 새날을 불신하고 바다를 불신한다.

파도가 두.....렵.....다

그에게 짓밟힐 사랑의 이력들이 두.....렵.....다


사랑은 가슴에 써야하고

마주보며 그것을 새겨 넣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하얀 세마포에 쌓여지는 죽음의 이력들과 함께

묻혀지는 부장품 같은 것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바다는 아직도 할말을 늘어놓고

우리는 할말을 조금씩 줄여간다





겨울바다 일기 7


잠들지 않는 바다에는

잠들지 못한 영혼의

파랑波浪이 있다

바람과 야합한 밀회도 있다

빙산의 일각으로 떠 흐르는 섬이 되어

지구의 음영 속으로 표류한다


우린 서로의 그림자가 된다

그리고 몸으로 일기를 쓴다

들숨과 날숨의 일기를 쓴다

파도의 높이를 측정하고

바다의 깊이를 분석한다

근원적 욕망의 뿌리를 탐지하고

아드레날린의 수치를 계산한다

더 멀리 떠....난....다


태양처럼 붉고

희열이 가득한 바다

둘만이 떠날 수 있는

격정의 바다

거친 항해 뒤에 오는

안락함을 위하여

한 자락 파도가






겨울바다 일기 8


바다는 파도의 무덤이다

바위를 질타하는 용맹과

철썩이는 생명의 노래마저

삼켜갈 바다


살다보면

태산 같은 파도 한 번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파도에 뛰어들 사람도 몇 있을 것이다

펄쩍 뛰는 파도를 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결국 숨을 거두는 파도의 임종을

바다는 가슴으로 그 오열 잠재울 것이다


우린

파도의 영원성에 회의를 가지는데 동의한다

바람의 휘발성이 격정의 바다를 퍼 올리고

그것은 중첩된 파장을 만들지만

영원할 수 없는 것에 합의한다


그리고

바다가 된다

아침이 오기 전에

파도의 잔해가 되어 떠 흘러도

안개처럼 밀려오는 새벽잠에 동승한다

내일이면 슬픈 파도가 되어

바다의 가슴에 빠져죽을 우리

또 다른 파도의 넋으로

태어날 우리




겨울바다 일기 9


젖은 미명이 해무를 밀어 낸다

물살에 떠밀리는 안개 빛 바다가

달려온 밤을 증발 시킨다

피아니시모 열려오는 푸른 새벽은

차갑게도 신비롭다

벌거벗은 관능의 빛으로 오는 아침은

하얀 실크스카프 같은 빛살로 번진다


우린

새벽 배를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일출이 오는 노선을 응시한다

그는 마른 입술에 아침을 바른다

단 1%의 불순물도 첨가되지 않은 해맑은

누군가가 범하고야 말 새벽 같은 미소다


팔을 벌려 아침을 응접한다

달려온 밤의 끝이 이처럼

현란한 빛살일 줄이야

차가운 겨울 바다가

햇살로 파문波文 질 때

그는 나의 일기장이 된다.

몽당연필 같은 사랑 한 토막 들고

파도소리 파도소리라고 쓴다.


눈동자 가득

파도가 일 때까지

파....도....소....리

라고 쓴다






겨울바다 일기 10


일출이 등천登天 한다

바다는 창백한 얼굴에

푸른 파운데이션을 바른다

일상의 바다로 돌아갈 새날

짧은 시간 여행이 갈증을 호소해도

한 그릇의 해장국에 아침을 말아먹고

매일 싸워왔던 전장으로 귀환歸還한다


바다는 아직도 몸부림중이다

오일크레파스 같은 푸른색이 덧칠되고

접착되지 못한 테이프처럼 펄럭이는 파도

우린 그 몸부림의 의미를 수업했다

참된 것도 헛된 것도 일순의 물거품이 된다는 것


바람의 진원지에서 멀어지는 파도의 애상

겨울바다 끝자락에 펼쳐놓던 음색들은

한마음 오선지에 음표로 그려진다

그건 사랑 이라는 이름으로

오래도록 연주 되리라


알레그로, 알레그로

번지는 파도소리

영원한 파도소리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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