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준-
나는 산이든 물이든 해변이든 자연속에 걷기를 좋아한다. 자연은 맑고 아름답고 깨끗하다.
그 자연 속을 걷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산책에 정해진 시간이 있을까만 나는 유달리 황혼 무렵의 산책을
좋아한다. 서녘에 등장하여 다변화된 모습을 보이는 저녁놀. 이슬처럼 소리없이 밤이 내리고, 또하나의 자극된 운치를 자아내는 숲속의 정경. 들려오는 풀벌레들의 노래소리. 이런 것들에 내가 심취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랫만에 관악산에 오른다.
내려다 보이는 도시는 점차 다색을 놓아간다. 만조의 바다처럼 빛으로 출렁인다.
밤을 즐기며 흥청대는 사람이나 내일을 위해 혼신의 집념을 불태우는 사람이나
또 하루치의 밤을 맞게 되는 것이다.
도시를 뒤로하고 숲길을 오르며 느끼는 마음의 평화로움. 일상의 번뇌를 벗는다.
4부 능선쯤을 오르다 펑퍼짐한 바위위에 걸음을 쉰다.
숲엔 인적이 없다. 어둠뿐이다. 고요뿐이다.
혼자 앉아 듣는 풀벌레 소리. 닿는 만큼 상쾌한 산들바람. 듬성듬성 성기게 드러나는 밤하늘의 별들...
숲과 하늘과 바람으로 인하여 나는 행복하다.
-------중략:제4시집의 P33에 있는 산책길에서 라는 시임----
문득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이 된 오스트리아의 한 호수 풍경을 생각한다.
詩같은, 절절이 스미어 오는 아름다움을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못 이룰 사랑인가 싶어 절망의 아픔이 가슴에 내릴 때, 달빛 자옥한 숲길을 혼자 걷는 줄리 에드류스*
의 쓸쓸한 뒷모습... 그 모습은 얼마나 가슴 아리게 했던가.
하지만, 서로간 안에 둔 말들이 찬란하게 드러나는 순간, 고백되는 마음에 내가 취한다.
호수를 배경으로 한 그 만남은 정말 지울 수 없는 영상이다. 황홀함이다.
이 영화의 아련한 잔영 같은 것. 내 산책은 그런 것이다.
자유로이 생각의 번뇌를 벗어나서 훨훨 날개를 펼 수 있는 곳. 그 곳이 산책길이다.
현실의 모든 일탈을 벗어나 자연과 친화하며 생각을 풍요롭게 하는...
생각해 보라. 마음 상쾌하리라. 몸이 가벼우리라. 세상 모든 복잡한 일들을 잠시 접어두고 자연 속으로 가면
나 또한 자연으로 숨쉬는 자연이 된다. 풀이 된다. 나무가 된다. 숲이 된다.
여기 내 기쁨이 있다. 즐거움이 있다
*줄리 엔드류스: 사운드 오브 뮤직의 여주인공 본명.
안양 비산동에 살면서 낮밤을 가리지 않고 자주 오르던 관악산에서 느낌 하나를 담아
쓴 글입니다.
그날 밤의 달빛 분위기가 꼭 사운드 오브 뮤직에 드러난 한 밤의 상황 같아서
그 기분에 젖어 써 본 글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