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와 불과 500m 떨어진 섬. 하지만 한센병 환자 격리 수용지라는 굴레 때문에 심정적 거리는 독도보다 멀었던 소록도가 100년 만에 한반도의 진짜 식구가 된다. 소록도와 전남 고흥군 녹동항을 연결하는 소록대교가 한달 뒤인 오는 9월22일 임시 개통된다. 100년간 편견과 소외에 시달려온 소록도 주민들은 소록대교 개통으로 한센병에 대한 사람들의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기를 기원하고 있다.
◆ 100년 만에 한반도와 연결되는 소록도 = 지난 1910년 외국선교사들이 한센병 환자들을 격리 수용하면서 ‘한센 환자촌’이 됐던 소록도와 전남 고흥군 도양읍 간의 연결이 한달 앞으로 다가오자 소록도 주민들은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993년 소록도에 들어와 지금까지 14년을 홀로 살아온 김명호(58)씨도 올해 추석을 어느해보다 기다리고 있다. ‘문둥이’란 놀림을 견딜 수 없어 가족을 등지고 홀로 소록도로 들어갔던 김씨는 올 추석 때 소록대교를 통해 큰아들이 살고 있는 고향 사천을 방문할 예정이다. 김씨는 “지금도 배 타고 언제든지 육지로 나갈 수 있지만 다리가 놓이면서 심리적인 장벽마저 무너지는 느낌이다”며 “한센인 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함께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센병으로 양쪽 손가락이 다 문드러진 강창석(56)씨는 “섬 밖으로 나가고 싶어도 방법이 없어서 헤엄치다 바다에 빠져 죽은 사람이 한두명이 아니었다”며 “문둥이 시인인 고 한아운씨가 소록대교 개통 소식을 들으면 좋아했을 것 같다”고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1942년 일제시대 소록도에 온 이후 65년을 살아온 장기진(86)씨도 소록대교를 보며 “일제 때는 섬내 감금실에 온종일 갇혀 살고 죄 없이 모진 고문도 받았다”며 “언제나 죄인처럼 살아야 했던 삶이 변하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소록도 환자들과 바다를 사이에 두고 ‘따로 또 같이’ 살아온 고흥군 녹동항 주민들도 환영 분위기다. 녹동항에서 해변수산을 운영 중인 박형안(58)씨는 “소록도가 워낙 자연풍광이 뛰어나 외부 관광객 유입에 따른 경제적 효과도 클 것으로 주민들이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아직 먼 소록도 = 소록대교 개통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지역주민들 사이의 ‘한센 포비아(공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찜질방을 운영 중인 박순오(60)씨는 “한센병이 전염성이 없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편견이 많이 줄었지만 아주 사라진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주민들은 소록도보다는 거금도(고흥 금산)와 연결되는 것을 더 반긴다”고 말했다. 행상을 하는 김순녀(여·68)씨는 “예전에 한센 환자가 미용실이나 식당에 나타나면 자리를 뜨곤 했다”며 “아직 꺼림칙한 기억이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일부 한센 환자들도 소록대교 개통으로 소록도 자연환경이나 자신들의 삶의 균형이 깨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김정행(68) 소록도 주민자치회 총무부장은 “절도나 범죄가 육지로부터 유입되지 않을까 걱정이다”며 “우리 모습이 외부 사람들에게 직접 비춰지는 것도 걱정스럽고 두렵다”고 말했다. 한센인 자활모임단체인 한빛복지협회 오홍선 본부장은 “한센병은 치료가 됐으나 그들에 대한 편견과 오해, 사회적 인식은 아직 치료되지 않았다”며 “소록대교가 우리 사회 편견 극복과 화합과 사랑을 상징하는 다리로 인식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소록도 = 손재권기자 gjac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