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3581 추천 수 0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제주 여행기 : 폭삭 속았수다!

 

나는 지난 2010년 6월 30일에 30여 년간을 근무한 국세청에서 행정사무관으로 명예퇴직을 하고 2010년 7월 9일에 「달인세무사 김철용 사무소」를 개소하였다. 그리고 퇴직에 대한 위로와 새로운 삶의 시작인 세무사사무소 개소에 대한 마음의 준비 등의 명목으로 2010년 9월 5일부터 3박4일 여정으로 집사람과 딸 및 예비사위 이렇게 넷이서 제주도 여행을 한 바가 있는데, 곧‘쉼’을 테마로 한 여행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중‧고교 친구들의 모임에서 아내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준비한 2박3일의 부부동반 제주여행을 했는데, 출발일인 2010년 12월 24일(금)의 새벽은 몹시 추운 날씨였지만 모처럼의 여행에 대한 기대감에 들떠서인지 다들 생기 있는 모습으로 속속 모여든 곳은 이미 약속된 광주염주체육관 광장이었다. 8쌍 16명으로 구성된 작은 여행단이지만 제주도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하여 목포국제여객선터미날로의 이동 수단은 오늘의 여행을 책임지고 준비한 친구가 몇%의 지분으로 참여하고 있는 관광회사의 대형 관광버스였다.

배꼽이 빠질 정도로 웃기도 했고 평생 동안 잊지 못할 고통도 당했지만 그래도 훗날 “무척 재미있었노라!” 하고 추억할 수 있을 이번 여행기를 조금은 특별(?)했던 사건별로 나누어 써본다.

 

1. 산삼배양근을 산 우리에게 하는 말이 “폭삭 속았수다!”라니!

 

예전에는 ‘제주도에서 귤나무 세 그루만 있으면 자식 하나 대학 교육까지 시킬 수 있다’라고 말할 정도로 귤나무는 돈나무였다고 한다.

하기야 50 중반인 내가 귤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맛 볼 수 있었던 때가 중학교 3학년 시절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을 것이다.

80년대부터 미국산 오렌지의 수입 등으로 귤 값이 폭락하여 이제는 제주도에서도 귤나무가 천덕꾸러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하여 귤 농장을 경영하던 사람들은 직업을 바꿔야만 했는데 그러한 사람들 중 중 뜻이 맞은 200여명이 합자하여 만든 ‘귤림성’이라는 것이 있으니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귤림성에서는 석부작을 2만 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석부작은 말 그대로 돌에다가 관상용 수목이나 화초를 식재하여 기르는 것인데 정말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명작들이 수 없이 많았다.

 

둘째, 민박을 운영한다.

9개의 갖가지 평형으로 구성된 펜션의 가격은 7만 원 ~ 15만 원(성수기에는 9만 원 ~ 17만 원)인데 다른 펜션과 구별되는 점은 귤림성 회원들이 빚은 된장과 간장을 무제한 제공하며, 상치 등 각종 야채도 밭에서 무료로 따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산삼을 싸게 살 수 있다.

정확하게는 산삼이 아니고 산삼배양근이다. 산삼배양근이란 실제 산삼의 뿌리를 인공적으로 세포분열을 시켜 배양한 것을 이른다. 이 산삼배양근은 한의학과가 개설되어 있는 유명대학교나 종근당 등 제약회사에서도 생산․판매하고 있는데 귤림성에서는 광고나 우편판매를 하지 않고 오직 귤림성을 방문하는 고객만에게만 판매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 일행도 잘 훈련된 판매원의 설명을 듣고 산삼배양근을 사지 아니할 수 없어 나를 포함한 몇 사람이 육 개월 분 내지 일 년분을 구입했다(삼 개월을 먹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하여 부부가 같이 먹으려면 최소 육 개월 분을 구입해야 했다). 산삼을 먹은 후의 멋진 인생을 꿈꾸며 곱게 포장된 산삼배양근 박스를 들고 귤림성을 나서는데 아뿔싸! 안내하는 아가씨가 우리의 등 뒤에서 하는 말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폭삭 속았수다!”였다.

2. 노래방에도 바다사자와 돌고래 쇼가 있었다!

 

낮의 관광을 마치고 저녁 식사 후 함께 노래방에 간 것도 여행의 한 재미이리라.

적당히 피곤하고 적당히 취한 우리는 한껏 여유로운 마음으로 몸을 흔들고 있는데 한 친구가 노래를 부르기 위하여 마이크를 잡으면서 들고 있던 탬버린을 내게 던진다. 순간! 오늘 낮에 보았던 바다사자와 돌고래 쇼가 머리를 스친다. 조련사가 던지는 링을 머리로 받으며 공을 입으로 튀기며 헤엄치는. 그리고 힘차게 높이 도약하여 공중에 있는 공을 머리로 받는.

그래서 나도 탬버린을 손으로 받지 않고 팔을 쑥 내밀어 받았더니 또 옆의 친구가 탬버린을 던진다. 나는 다시 다른 팔을 쑥 내밀어 받고.

이렇게 하여 우리의 노래방은 바다사자와 돌고래의 공연장으로 바뀌어 갔다. 바다사자가 손뼉을 치는 흉내는 의자에 가슴을 받치고 머리만 내밀고 손으로 박수를 치는 흉내를 내는 것으로, 바다사자의 헤엄은 검은 내의만 입은 채 바닥을 슬라이딩하고. 돌고래의 도약은 차렷 자세인 채로 높이뛰기하고.

얼마나 던지고 받고 박수치고 뛰고 슬라이딩하고 웃었던지 배가 아플 지경이었다. 한 친구는 내가 그렇게 웃은 것을 처음 봤다고 했다.

3. 퀸 메리호의 사고, 그 진실은 밝혀졌다!

우리가 여행을 끝내고 목포로 되돌아오기 위하여 탑승한 배는 퀸 메리호로 출항예정시각은 16시 30분이었다.

심한 풍랑으로 배가 출항할 수 있을까하는 염려가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다행히 16시부터 탑승수속이 시작되어 우리는 예약된 선실에 짐을 풀고 항해 예정시간인 5시간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하여 고스톱을 하면서 배가 출항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출항예정시각인 16시 30분을 훨씬 넘기고도 배는 꿈쩍을 않는다. 간간히 “심한 풍랑으로 출항이 지연되고 있다.”는 안내방송만 나올 뿐이다. 그러기를 몇 차례, 얼마나 더 오래 기다렸을까?

드디어 17시 30분에 출항하기로 되었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17시 30분.

배가 출항하고자 막 움직이는가 싶었는데 갑자기 “쿵”하는 소리와 함께 선체가 가볍게 ‘부르르’ 떤다. 직감적으로 배가 무엇인가에 부딪친 ‘사고’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곧이어 배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는데 선박회사 측에서는 출항에 대한 어떠한 예고 및 사고에 대한 경위도 알려주지 않은 채 무료하게 흐르는 시간만 한 시간여.

한참 만에 스피커에서 울려나오는 안내방송은 “심한 풍랑으로 출항할 수 없어 배 삯을 환불해줄 터이니 배에서 내리라”는 것이다. 이런 빌어먹을……

이때부터 우리 승객들(972명)의 항의는 시작되었다.

「출항을 할 수 없는 사유가 풍랑 때문이냐? 아까 울렸던 ‘쿵’하고 울렸던 소리와 연관된 사고냐?」 로 시작된 항의는 그 소리가 사고였다는 것이 확인되어(TV뉴스에도 보도가 되었다) 이제는 승객들의 불편과 손실을 어떻게 보상할 것이냐?로 비약되었다.

사고를 알리며 잘못을 시인하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해야 할 회사측에서 처음부터 진실을 숨기고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했으니 승객들의 분노는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다. 하여튼 우여곡절 끝에 재산상의 손해배상은 각자가 청구하며, 내일 아침 9시 30분에 출항하며, 그때까지 선실에서 지내며, 내일 아침 식사는 회사에서 제공한다는 것으로 협상이 마무리되었는데 그때의 시각이 밤 11시 30분.

 

4. 난파선에서 우리는 술 거지가 되었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하룻밤을 제주항에서 정박하게 된 퀸 메리호(17,000톤, 전장 150.8m, 전폭 25m, 승객정원 1,650명, 시속 23노트)는 큰 여객선답게 식당을 겸한 휴게실이 있다. 휴게실에는 병맥주와 생맥주를 파는 곳, 커피 등 차를 파는 곳도 있으며, 각종 과자류와 주류(소주와 캔맥주)를 파는 편의점도 있다.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의 휴게실은 앉을 좌석이 없을 정도로 초만원을 이뤘지만 협상의 결과가 나온 후에는 다들 잠을 자기 위하여 자기네의 선실로 되돌아갔으나 군데군데는 끼리끼리 앉아 술판을 벌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도 잠을 청했으나 자리가 비좁아 편하게 잠을 잘 수가 없어 일행 둘과 함께 휴게실로 나와 술이나 마시려고 했는데 이제는 술이 없단다. 병맥주와 생맥주를 파는 곳은 폐점을 하였고 편의점의 캔맥주와 소주는 동이 나버린 것이다.

어떡한다?

이때 어떤 일행이 술자리를 끝내고 돌아갔는데, 혹시나 하고 그 식탁을 유심히 보았더니 오우, 거기에는 두 홉들이 소주병에 내용물이 2/3 쯤 남아 있지 않은가! 아주 횡재를 한 기분으로 우리 셋은 그 술을 사이좋게 나누어 마시고 이제는 식당을 전부 눈으로 훔쳤다.

한 탁자에 어떤 아주머니께서 전화를 하고 계시는데 그 옆 탁자에 마개도 뜯지 아니한 소주가 한 병 있는 게 보였다. 여자 한 사람과 소주 한 병이라? 어째 궁합이 잘 맞지 아니하다고 생각되어 누군가가 놓고 간 것으로 판단하고 내가 그 탁자로 다가가 그 소주병을 움켜잡은 순간, “아저씨, 그거 우리 거여요!”하는 그 아주머니 말씀. 나는 당황하여 “아, 예. 저는 주인이 없는 줄 알고요.”하고 어색하게 웃으면서 우리 자리로 되돌아와서 그 쪽을 살폈더니 조금 후에 그 아주머니의 남편 되시는 분이 편의점에서 안주를 한 움큼 사들고 나오시는 게 아닌가!

조금은 허탈한 기분으로 다시 한 곳을 보니 소주 반 병 정도를 앞에다 남겨놓고 술과 잠에 곯아떨어진 사람이 보이는데 저 술을 가져올까 말까 타협을 하다가 다른 친구가 용감하게 다가가서 그 술을 가져 와서 또 다시 한 잔씩 쭈욱~

이제는 아무리 찾아봐도 술은 보이지 않는다.

비록 우리가 잠시 술 거지가 되었지만 그렇다고 술 도둑은 될 수 없어 그날 밤의 술은 그것으로 마감하고 불편한 잠을 청했지만 쉬 잠들 수는 없었다.

 

마지막으로 귤림성을 나올 때 안내하는 아가씨가 우리를 배웅하면서 했던 말인 “폭삭 속았수다”는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의 제주도 사투리라는 것을 밝히고 이번 여행기를 맺는다.

 

 

  • ?
    무적 2010.12.31 18:36

    일 년을 보내면서 하는 말 중 꼭 들어가는 말은?

    답은 '다사다난'이다.

     

    국가적으로나 나 개인적으로 정말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굳이 열거해 보자면

    국가적으로는 천안함 사건, 연평도 사건 등이며

    사회적으로는  구제역 파동, 재벌2세의 맷값, 신정환의 도박 사건 등이며

    정치적으로는 국회 폭력사건, 이대엽 전 성남시장의 구속, 오현섭 전 여수시장의 구속 등이며,

    스포츠계로는 김연아의 동계올림픽 우승, 월드컵 16강 진출, 아시아 경기대회 4회 연속 2위 등등.

    그리고 수 많은 말말말 등등..

     

    또한 나 개인적으로는

    국가 유공자로 등재된 일, 방송 출연(우리말겨루기  우승), 아들의 결혼,

    30년간 근무한 직장의 퇴직, 세무사 개업 등등이다.

     

    이제 올해가 정말 몇시간 남지 않았다.

    후회없이 살아 온 지난 일 년이었다고 생각되지만

    혹시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았는지? 염려해 본다.

    본의 아니게 불편을 겪었다면 이 자리를 빌어 용서를 구한다.

     

    우리 금산의 내년은 가칭 거금대교의 준공으로 인하여

    상당한 변혁이 예상되는 해이다.

    거금대교의 준공이 금산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을 호소하면서

    가는 해에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인사를 올린다.

     

    "새해 복 많이 밥으십시오!"

  • ?
    무적 2011.01.01 10:50

    희망찬 신묘년의 붉은 해가 둥실 떠올랐다.

     

    나는 집에서 TV로 아침 7시 33분의

    부산 해운대 앞바다에서 떠오르는 해를 맞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리고 한참 후 (7시 55분)

    광주의 무등산 너머에서 떠오르는 해를 집의 베란다에서 직접 맞았다.

    어제의 해와 오늘의 해가 다르지는 않겠지만

    굳이 우리는 새 해를 보면서 환호한다.

    왜?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나으리라는 희망때문에.

     

    '몸 건강히 돈 좀 많이 벌게 해 주소서!

    또한 사람이 사는 것 같은 사회가 되게 해 주소서'

    하고 소원을 빌었다.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파일 첨부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크기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금산에서 바둑대회를(1) 38 김철용 2015.01.07 16642
공지 신거금팔경(新居金八景) 13 달인 2012.01.11 42202
공지 거금대교 개통 이후 거금도 버스 노선표 및 운임 3 file 운영자 2011.12.17 59147
공지 매생이 문의 하시는 분들께 2 file 운영자 2004.02.07 85152
864 사랑의 쌀 전달 장광훈 2011.01.30 4699
863 선재장학회 창립총회 및 장학금 수여식 2 file 선재장학회 2011.01.28 4672
862 고흥군 금산면사무소 목요일아침입니다. file sinny0312 2011.01.27 4961
861 고흥군 금산면 20일 금요일 면사무소 아침풍경 입니다. 4 file sinny0312 2011.01.21 5907
860 고흥군 금산면 2011년 1월 19일 있었던 이장 직무회의 sinny0312 2011.01.19 3702
859 선재장학회 2011학년도 장학생 모집요강 file 선재장학회 2011.01.03 3913
858 2011년 1월 1일 새해 71연합 금산 친구 거금도 일주 7 file 푸른농부 2011.01.03 6382
857 행복해 합시다! 1 무적 김철용 2011.01.01 3787
» 제주 여행기 : 폭삭 속았수다! 2 무적 김철용 2010.12.31 3581
855 거금도에 이런 기막힌 도로가.....지역의 명소, 관광상품화 합시다 1 소록도 2010.12.25 5244
854 선재 장학회 2011학년도 장학생 모집요강 file 선재장학회 2010.12.24 4118
853 장두노미(藏頭露尾) 1 무적 2010.12.20 4296
852 면 향우회 집행부! 생각해 봅시다 마을향우회 2010.12.14 4071
851 71연합 동창회 회원님들께 드리는 감사의 글 2 금산초등학교 2010.12.09 5147
850 녹동 쾌속선” 고흥군VS 대아고속 진실은? file 월품 2010.11.29 6032
849 금도가 연육 되어 진다면 달라 져야지요 20 錦 軒 2010.11.25 7485
848 제안: 금산사람들 노래 실력은 최고입니다 1 거금사랑 2010.11.19 5900
847 명언(감정론) 거금도 2010.11.18 5529
846 감정의 억제 좋은글 2010.11.18 5929
845 제1회 고흥군 연합회장기 사회인 야구대회 야구홍보 2010.11.18 573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 68 Next
/ 68

브라우저를 닫더라도 로그인이 계속 유지될 수 있습니다. 로그인 유지 기능을 사용할 경우 다음 접속부터는 로그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 게임방, 학교 등 공공장소에서 이용 시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으니 꼭 로그아웃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