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된 훈련에 지칠 만도 했다. 하지만 점차 괴물로 변해 가는 몸을 보면서 즐거웠다. 괴물로 변해 간다는 것은 레슬링 선수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샤워를 끝낸 후 거울 앞에 선 내 모습을 보면 내가 아닌 것 같았다. 마른 장작처럼 말랐던 내 몸에 근력이 불어나면서 그 다음부터 2단계 훈련 과정에 들어갔다.
2단계는 철저하게 신체적 부위를 구분한 후 운동을 하는 것이었다. 팔과 다리, 목과 몸통으로 구분했다.
운동 선수는 다리가 튼튼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달리기는 매일 했다. 달리기는 하체 힘과 지구력을 키워 줬다. 뛰면서 발목을 강하게 단련시켰다. 줄넘기는 하루 3000회가 기본이었다.
팔 운동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바벨 등을 들어서 힘을 키웠다. 팔굽혀펴기도 빠뜨리지 않았다. 팔굽혀펴기는 하루 2000회 이상을 했다. 당기는 힘과 밀어내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해서 아귀 힘을 길렀다. 이 밖에도 철봉과 탄력성이 강한 고무줄을 잡아당기면서 손가락과 어깨 힘 부위를 집중적으로 키웠다.
가장 힘든 건 목운동이었다. 프로레슬링에 있어서 목은 가장 중요한 중심부였다. 목 힘이 강하지 않으면 매트에 떨어질 경우 충격을 받아 선수 생활이 끝장난다. 심지어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목 근육을 발달시키기 위해 브리지 운동을 해야만 했다. 누운 상태에서 머리를 중심축으로 땅에 박고 상하를 움직이는 운동이었다.
이렇게 하고 나면 목이 아파 견딜 수가 없었다. 목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 하지만 아프다는 시늉을 할 수 없었다. 금이 가면 금이 간 채로, 피가 나면 피가 난 상태에서 계속 연습을 해야만 했다. 목 운동을 끝낸 후 침을 뱉으면 피가 섞여 나오는 것은 기본이었다. 또 누군가 부르면 목을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아파 몸통이 함께 돌아가면서 "예"하고 대답해야 했다.
기본 운동이 끝나면 동료와 함께 매트에 누워서 서로가 팔을 꺾고 몸을 누르며 조르는 연습이 반복되었다. 꺾기,조르기 등은 인정사정이 없었다. 연습 중 팔과 다리가 부러진 경우도 많았다. 이 훈련이 끝나면 상대가 들어올린 후 매트에 던진다. 들어져 매트에 떨어지면 눈동자가 튀어나올 지경이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띵했다.
스승 역도산은 연습도 실전처럼 하도록 했다. 스승은 조금만 게으름을 피우면 용서하지 않았다. 특히 스승이 강조한 것은 투혼이었다. 스승은 투혼을 좌우명으로 여겨셨다. 도장 한구석에도 투혼 글귀를 붙여 놓았다. 링에서 포기하지 않고 끝가지 투쟁하는 기백을 길러야 한다는 점에서 투혼을 강조했다.
훈련을 하다 보면 초주검에 이르곤 했다. 스승의 가르침은 굶주린 짐승의 본능을 깨우쳐 주는 것 같았다. 스승의 눈은 절대 후퇴를 허락하지 않았다. 쩌렁쩌렁한 큰 목소리는 도장을 뒤덮었다.
훈련은 처참할 정도였다. 온몸은 피와 멍으로 뒤범벅이었다. 저녁에 숙소로 돌아오면 몸은 파김치가 돼 있었다. 자다 보면 나도 모르게 신음했다. 또 악몽을 꿔 잠에서 깨어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나약한 생각을 갖지 말자고 다짐했지만 어디론가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하지만 혹독한 훈련은 그런 대로 견딜 만했다. 정말 참기 힘든 것은 따로 있었다. 매가 곁들여진 훈련이었다. 스승의 매 훈련이 얼마나 혹독했는지 나의 신체가 증명하는 것 같다. 거짓말하지 않음을 훈장처럼 새겨진 신체의 증표가 말해 준다.
정병철 기자
사진=이호형 기자
<계속>